현직 대학교수와 학부모, 그리고 입시생이 ‘돈’으로 연결된 음대 입시비리. 이 사안을 남몰래 추적하고 있는 제보자 X를 지난해 11월 만났다.
“현직 대학교수들과 불법 과외생들을 연결시켜주는 ‘입시 브로커’가 있습니다. 그 입시 브로커도 현직 교수였습니다. 그 브로커를 쫓으면 실마리가 보일 듯합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11월부터 숙명여대 음대 입시비리를 추적하는 보도를 했다. 심사위원을 매수해 숙명여대에 합격한 성악과 ‘부정입학자’들을 쫓고, 학교가 그들의 입학을 취소하는지 감시하는 기획이었다.
숙명여대 부정입학에 관여했던 심사위원은 추○○ 안양대학교 음악과(성악 전공) 교수. 그는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본인의 과외생들에게 최고점을 주는 방식으로 부정입학에 관여했다.
불법 성악과외 이름은 ‘마스터클래스’. 일명 ‘마클’이라 줄여 부른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대학에 소속된 교원은 학교의 학생이나 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생에게 지식ㆍ기술ㆍ예능을 교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추 교수는 올해 1월, 징역 3년의 형이 확정됐다. 셜록은 그의 범죄사실이 적혀 있는 1심 판결문을 확보했다. 판결문을 읽어내려 가는데, 한 대목이 기자의 눈길을 붙잡았다.
“피고인 추○○은 2022년 2월 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학생1의 모친 ○○○와 학생2의 모친 ○○○로부터 각각 현금 300만 원을 건네받았다. 같은 해 2월 12일엔 학생1의 모친 ○○○로부터 시가 340만 원 상당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학부모들이 추 교수에게 현금과 가방을 건넨 이유는 뭘까. 판결문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봤다.
“학습자 학생1과 학생2의 2022학년도 서울대학교 합격에 대한 대가 명목으로….”
지난해 가을 제보자 X가 취재 방향에 대해 조언했던 게 떠올랐다. 음대 입시비리 사건의 핵심은 ‘서울대’라고.

추 교수에게 불법 성악과외를 받은 학생1과 학생2는 2022학년도 서울대 성악과에 최종 합격했다. 즉, 학부모들은 서울대 합격 대가로 불법 과외선생님인 추 교수에게 부정한 돈과 선물을 건넨 것이다.
궁금했다. 서울대에 합격한 불법과외생들이 입시 실기시험에선 과연 정정당당하게 경쟁했을까. 혹시 실기시험에서도 부정한 방법을 쓰진 않았을까. 추 교수가 숙명여대에서 입시비리를 저질렀던 것처럼 말이다.
제보자 X의 조언대로 ‘입시 브로커’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지목한 입시 브로커는 국민대 성악과 A 교수. 기자는 검찰 수사에 주목했다. 돈을 받고 현직 교수들에게 불법 성악과외를 연결해준 혐의를 받는 A 교수가 재판에 넘겨졌는지 알기 위해 애썼다.
해가 바뀌고, 지난 6월에야 검찰은 A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무려 3개나 됐다.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학원법 위반이었다.
지난 9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제보자 X를 다시 만났다. 그에게 A 교수가 재판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렸다. A 교수를 포함해 함께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총 4명.
“4명이나 같이 기소가 됐습니까? 어디 보자…. 짐작 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번 알아볼래요?”

기자는 제보자 X에게 얻은 힌트로 취재에 돌입했다. 우선 음대 입시비리와 관련된 법원 서류를 찾아, 의심 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와 일일이 대조해가며 추려나갔다.
또 다른 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음대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대학 교수들의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저를 이렇게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자꾸 일을 만드세요, 기자님.”(음대 교수)
마지막으로 각 대학교에 연락해, 의심 가는 교수들의 기소 여부를 최종 확인했다. 그렇게 ‘네 사람’의 정체가 드러났다.
‘국민대학교 성악과 A교수, 강원대학교 음악학과 B 교수, 울산대학교 성악과 C 교수, 경희대학교 성악과 D 교수.’
그 다음 스텝은 공소장 입수였다. 기자는 서미화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을 통해 음대 입시비리 혐의를 받는 대학교수 4명의 검찰 공소장을 입수했다. 대략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기자와 제보자 X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이들의 주요한 연결고리는 ‘서울대 음대 입시’였다.
B 교수와 C교수는 2022학년도 서울대 성악과 대입 실기평가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때 자신들이 돈을 받고 불법 과외해준 학생 2명에게 높은 점수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교수의 불법과외생 2명이 바로 서울대생 학생1과 학생2다. 그리고 두 교수에게 불법과외생들을 연결해준 사람은 입시 브로커 A 교수였다. 하나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검찰은 “B 교수와 C 교수가 불법과외생 2명이 서울대 입시에 지원했다는 사정을 알고서도 숨긴 채 서울대 성악과 실기고사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걸로 보고 있다. 두 교수 모두 ‘최근 3년 이내에 과외교습을 한 경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한 후 서울대 입학처에 제출했다.
심사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C 교수는 2022년 1월 17일 이태리 아리아(여) 실기고사에서, B 교수는 2022년 1월 18일 독일가곡(여) 실기고사에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두 교수는 응시자 104명 중 불법과외생 2명에게 각각 1등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줬다. 학생1, 학생2 모두 서울대 성악과에 최종 합격했다.

그렇다면,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서울대학교의 입장은 무엇일까. 기자는 학생1, 학생2에 대한 입학취소심의위원회가 열렸는지 서울대에 물었다. 서울대 홍보팀은 지난 10일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입시 관련 제반 사항과 교원 징계 관련 사항은 관련 규정상, 학내에서도 업무 담당 기관(부서)외에는 비공개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수사 관련 사항은 학교 측에서 확인 할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 등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상 답변 거부였다. 서울대의 답변 태도는 실로 실망스러웠다. 과거 서울대는 부정한 방법으로 학교에 입학했던 학생을 이미 입학취소한 적 있기 때문이다.
부정입학생 이해슬(가명)은 교수 엄마의 대학원 제자들이 대필해준 논문을 허위 스펙으로 제출해 2018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합격했다. 하지만 2019년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 이해슬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서울대 치전원에 입학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치전원은 2019년 8월, 검찰 기소 전후로 이해슬에 대한 입학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과거 부정입학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서울대가 이번 음대 입시비리에선 “답변 거부”로 일관하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번에 기소된 교수 4명은 아직도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을까. 셜록 취재 결과, 교수 4명 모두 현재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대 A 교수와 경희대 D 교수는 모두 검찰 기소 전 이미 직위해제됐다. 강원대 B 교수와 울산대 C 교수는 최근 각각 해임됐다.
이들 교수 4명의 첫 재판은 1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숙명여대 또한 부정입학자들에게 입학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추 교수의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 2명은 2022학년도, 2023학년도에 각각 숙명여대 성악과에 합격했다.(관련기사 : <심사위원 매수해도… 숙대, 부정입학자들 취소 안했다>)
셜록의 보도 이후에야, 숙명여대는 부정입학자 2명을 상대로 입학취소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입학취소 심의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