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학의 음대 입시비리에 관여한 경희대 성악과 신○○ 전 교수. 그는 본인이 소속된 대학의 실기 입시에서도 자신의 불법 과외생에게 점수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법관 고지은). 업무방해, 학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들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신 전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악가입니다.”
하지만 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무대 위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신 씨의 변호인은 그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피고인 신○○, 공소사실 모두 인정합니다.”
소위 ‘잘나가던’ 음대 교수는 어쩌다 법정에 서게 된 걸까.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약 4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날 재판에서 밝혀진 검찰의 공소사실과 검찰 공소장을 통해 이들의 혐의를 확인했다.

음대 입시 준비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경, 당시 경희대 교수였던 신 전 교수는 ‘입시 브로커’와 손을 잡았다. ‘입시 브로커’는 현직 교수였던 윤○○ 국민대 성악과 조교수로, 이번에 신 전 교수와 함께 재판을 받는 인물이다. 윤 전 교수는 2015년부터 서울 중구, 강남구, 서초구 등에 있는 음악 연습실을 빌려 불법적으로 성악 과외교습을 해왔다.
현직 대학교수의 과외교습은 불법이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대학에 소속된 교원은 학교의 학생이나 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생에게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현직 대학교수였던 윤 전 교수는 교수들에게 입시준비생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주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교수들을 섭외했다. 불법 성악과외 이름은 ‘마스터클래스’. 그들은 ‘마클’이라 줄여 불렀다.
윤 전 교수는 같은 해 11월 27일 ‘마클’ 학습자로 입시생 7명을 선정했다. 윤 전 교수의 제안에 따라 신 전 교수는 이들에게 성악 과외를 해주고, 수업마다 1인당 25만 원씩 받았다. 신 전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약 두 달 동안 5회에 걸쳐 총 545만 원의 현금을 챙겼다.
특히 신 전 교수가 소속된 경희대 성악과에 들어가기 위해 그로부터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은 총 3명. 이들은 2022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각각 3~5회의 불법 과외를 받았다.

신 전 교수는 경희대 음대 실기 입시 내부 심사위원으로, 부정입학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교수는 본인이 소속된 학교조차 속인 걸로 보인다. 그는 ‘최근 3년 이내에 과외교습을 한 경우를 배제하고 심사위원을 추천해달라’는 학교의 요청에도, 본인의 불법 과외 사실을 숨긴 채 스스로를 심사위원으로 ‘셀프 추천’했다.
부정입학에 관여한 수법은 이렇다. 본인의 불법 과외생에게 최고점을 주는 방식. 신 전 교수는 학생 A에게 심사위원 5명 중 최고점을 줬다. 남자 응시자 175명 중 8등에 해당하는 82점. 반면, 다른 심사위원들은 A에게 67등 ~ 108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줬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합격권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한 학생에게, 신 전 교수만 압도적으로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신 전 교수가 입시비리에 관여한 학교는 또 있다. 그는 2022학년도 한양대 음대 입시비리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희대 음대 입시에 지원했던 불법 과외생 A는 한양대 입시에도 지원했다.
신 전 교수는 2022년 1월 한양대 음대 입시 외부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때도 ‘학생 A의 과외교습 사실’ 및 ‘학생 A가 한양대 입시에 지원한 사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교수는 다른 심사위원이 ‘꼴찌권’으로 평가한 학생 A에게 최상위권의 점수를 줬다. 이태리 아리아 곡 심사에서 A에게 심사위원 3인 중 최고점인 80점, 127명의 응시자 중 3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줬다.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A에게 ‘최하위’ 등수와 110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줬다.
독일 가곡 심사의 경우에도 신 전 교수는 A에게 80점을 줬다. ‘역시나’ 심사위원 3인 중 최고점이며, 127명의 응시자 중 4등에 해당하는 점수.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이번에도 A에게 ‘최하위’ 등수와 118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주며 최하위권으로 평가했다.

이날 재판에선 ‘입시 브로커’ 윤 전 교수 측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피고인 윤○○은 공소사실 인정하고 깊이 반성합니다.”
기자는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 신 전 교수에게 입장을 물었다. “학부모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불법 과외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수를 준 또 다른 공모자(교수)는 없는지” 물었다. 기자가 수차례 신 전 교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본교 교수가 입시비리에 연루된 경희대의 입장은 무엇일까. 기자는 “신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에 학교의 책임은 없는지”,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 3명이 경희대를 최종 합격했는지” 물었다. 경희대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음대 입시비리 사건이 터지고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학교 내부에서도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신 교수는 직위해제되었습니다. 개인의 비위이지만, 학교는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수험생과 경희대 구성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입시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려 합니다.”
다만, 불법과외생 3명의 최종합격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로,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신 전 교수가 입시비리에 관여한 또 다른 학교인 한양대. 한양대 측도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한양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습니다. 언급된 학생은 1단계 전형에서 이미 탈락해 최종합격과는 무관합니다.
아울러 본교 입시는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 요인이나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한양대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 운영을 원칙으로, 향후에도 관련 제도를 엄정하게 운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에 음대 입시비리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총 4명이다.
‘국민대학교 성악과 윤○○ 교수, 강원대학교 음악학과 김○○ 교수, 울산대학교 성악과 김○○ 교수, 경희대학교 성악과 신○○ 교수.’
강원대 김 교수와 울산대 김 교수는 서울대 음대 입시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 <입시비리 재판받는 음대 교수들… 연결고리는 ‘서울대’>) 윤 교수의 경우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교수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숙명여대, 서울대 음대 입시비리에서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숙명여대 성악과 입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추○○ 안양대 성악과 교수는 본인의 불법 과외생들의 입시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3년의 유죄를 확정받았다. 추 교수는 안양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 <심사위원 매수해도… 숙대, 부정입학자들 취소 안했다>)
이들 모두 현재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대 윤 교수와 경희대 신 교수는 모두 검찰 기소 전 이미 직위해제됐다. 강원대 김 교수와 울산대 김 교수는 최근 각각 해임됐다.
이들 교수 4명의 두 번째 재판은 올해 3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