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권리 회복을 먼저 해야겠죠.”

우촌초 ‘정상화’ 계획에 대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대답. 지난 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한 정 교육감은 우촌초 정상화 과제 중 ‘공익제보자 복직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우촌초 스마트스쿨 비리를 신고한 공익제보자 일부는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우촌초 정상화 작업을 이끌어야 할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생각은 딴판으로 보인다. ‘임시이사회가 할 일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한 것. 지난 8월 4일 임시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임시이사회는 우촌초 공익제보자 복직 등을 포함해 ‘문제가 전부 해소됐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일부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은 약 6년째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셜록

지난해 1월부터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프로젝트를 통해 일광학원과 이규태(75) 일광그룹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들이 겪은 불이익과 보복성 조치들에 대해 보도했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광학원은 서울 성북구 소재 우촌초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2019년 우촌초 교직원들은 일광학원 전 이사장인 이규태 회장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교육청에 신고했다. 통상 3억 원이면 충분한 사업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려, 교비 횡령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공익제보를 한 뒤, 제보자들은 징계와 해고를 당했다. 이후 5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에야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과의 행정소송을 최종 승소로 마무리하고, 이사회 전원을 임시이사로 교체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지난 2월 셜록은, 당시 임시이사장이던 한혜빈 서울신학대 명예교수와 그의 남편이 이규태 전 이사장의 ‘측근’이란 점을 밝혔다.(관련기사 : <서울교육청은 왜? 이규태 측근을 우촌초 이사장에>)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은 2021년 12월부터 스마트스쿨 비리 의혹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셜록

한 명예교수가 임시이사장으로 있던 지난해 12월,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공익제보자 복직을 ‘보류’ 결정한 바 있다. 1심, 2심 모두 ‘공익제보자 박선유가 부당해고됐다’고 인정된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도록 결정한 것도 그때였다.

“일광그룹 산하 재단에 12년간 몸담고 있던 한혜빈 교수가 임시이사장으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다. 임시이사회 회의 진행 과정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됐다고 본다.”(이소라 서울시의원)

셜록 보도 이후, 한 명예교수가 물러나고 새 임시이사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공익제보자 복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관련기사 : <공익제보자 ‘엄벌’ 호소… 우촌초 학부모들은 왜?>)

지난 6월, 공익제보자 유현주 씨는 구 재단의 해고 처분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현주 씨를 복직시키지 않고 항소를 결정해, 또 재판을 2심으로 끌고 갔다.

최은석 전 교장이 학교로 복귀하는 길 역시 막혔다. 지난 6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최은석의 ‘재임용’ 심사를 재개하라고 결정했지만, 임시이사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임시이사회는 구 재단이 공익제보자들과 언론을 향해 남발한 고소고발 사건도 계속 끌고 갔다. 지난 9월 검찰은 유현주, 최은석을 향한 업무상 배임 고소 사건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우촌초는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임시이사회는 우촌초 공익제보자 문제가 여전한데도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판단했다 ⓒ셜록

구 재단은 셜록을 상대로도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구 재단은 셜록의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 손해배상이 한 푼도 인정되지 않았지만, 임시이사회는 이 사건 역시 항소해 2심까지 끌고 갔다. 지난달 2심 법원의 판결 역시, 손해배상액을 1원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10월에는 이규태 전 이사장이 우촌초를 드나드는 장면도 목격됐다. 우촌초 행정실 관계자는 이규태 전 이사장의 방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우촌초 부장급 회의에 참석해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 <‘횡령 혐의’ 이규태 전 이사장, 우촌초 운영 개입 의혹>)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촌초 ‘정상화’가 완료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며, ‘정이사 선임’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뜻을 모았다.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모두 해소되었으므로 정상화 추진을 희망하고 (…) 정이사가 선임되기를 희망합니다.” (제8차 일광학원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8. 4.)

A 이사 : “정상화 관련 이사님들의 의견 및 입장을 종합해 볼 때 참석이사 전원(7명)은 정상화 추진(기자 주 : ‘정이사 선임’을 의미)을 희망하는 의견입니다 (…) 위 내용대로 관할청에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석 이사 전원 : “재청에 찬성(7명)하다.” (제8차 일광학원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8. 4.)

지난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정근식 교육감(오른쪽)을 향해 우촌초 정상화 계획에 대해 질의하는 서울특별시의회 이소라 의원 ⓒ서울시의회

문제는 일광학원 임시이사회 체제의 ‘해소’를 논의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12월 22일 열린다는 점이다.

매년 사분위는 임시이사회의 정상화 추진 실적을 평가한다. 임시이사회가 관할 교육청에 정상화 추진 실적 보고서를 내면, 교육청은 자신들의 검토 의견을 덧붙여 사분위에 제출한다. 이후, 사분위는 보고서 검토를 거쳐 정상화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사분위의 의결에 따라, 임시이사회 체제를 끝내고 정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하게 된다.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이 학교는 운영에 문제가 없는 학교’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는 의미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이사회가 우촌초 정상화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임시이사회의 주장에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임시이사회는 학교를 정상화 시킬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이대로 일광학원이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앞으로 누가 학교 비리를 공익제보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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