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의 무의미한 소송전은 그 어떤 진실도 바꿔놓지 못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을 상대로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역시, 단 한 푼의 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무려 1년 7개월에 걸친 소송전은 그렇게 끝났다.

지난해 1월부터 셜록은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프로젝트를 통해 일광학원과 이규태 전 이사장(일광그룹 회장)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들이 겪는 불이익을 보도했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광학원은 서울 성북구 소재 우촌초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 2019년 우촌초 교직원들은 이규태 회장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통상 3억 원이면 충분한 사업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려 교비 횡령을 시도했다는 것.

우촌초 교직원들은 공익제보 이후, 징계와 해고를 당했다. 학교에서 쫓겨난 공익제보자들은 물류센터로, 식당으로, 마트로, 다른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만 했다.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학교로 돌아간 공익제보자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2022년 10월 복직한 이양기 교사는 교무실에 책상 하나 마련되지 않았고, 일상에서 ‘동향’을 감시당해야 했다.(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이규태 회장(사진)은 스마트스쿨 비리 혐의 등으로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셜록

“경고했어요. 대한민국은 법률이 있어!”

공익제보자들이 이규태 회장 측에 한 말일까? 아니다. 이규태 회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3월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사건 재판이 열린 법원에서 그를 만났을 때. 법을 어겼다고 기소돼 재판을 받으러 온 그는, 도리어 ‘법’을 입을 올리며 기자에게 경고했다.

일광학원과 이규태 회장 측은 이미 공익제보자들에게 약 20건의 고소·고발과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셜록의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과 ▲형사고소 ▲민사소송을 연거푸 제기했다.

지난해 3월 일광학원은 셜록에게 손해배상과 기사의 열람 및 검색 차단, 정정보도문 게재 등 내용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일광학원은 한 달 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셜록에게 3000만 원을 내놓으라는 거였다.

일광학원은 셜록의 보도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규태 회장의 스마트스쿨 비리 의혹도, 이양기 교사에게 교무실 책상을 주지 않은 결정은 “인격 모독적인 불이익”이라는 보도 내용 등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인터뷰, 교육청, 국민권익위원회, 법원 등에서 작성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이 사건 제3보도를 게재한 것”(1심 판결문, 2025. 1. 15. 수원지방법원)

2019년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은 스마트스쿨 비리 의혹을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다 ⓒ셜록

서울시교육청은 민원 감사 결과, 스마트스쿨 사업이 이 회장의 강압에 의해 추진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이 회장은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관련 업무상 횡령, 강요, 입찰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셜록의 보도가 “허위사실 적시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셜록이 기사를 삭제하거나, 일광학원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셜록 보도는)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사실이 중요 부분에 있어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 피고(셜록)에게 손해배상책임이나 민법 제764조에 따른 금지(열람·검색 차단)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1심 판결문, 2025. 1. 15. 수원지방법원)

다만 일광학원이 공익제보자에 대해 ‘복직 거부’를 하고 있다는 셜록의 표현에 대해 1인은 ‘복직 거부’가 아닌 ‘재임용 거부’이고, 또 다른 1인의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에서 정정보도문 게재를 결정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셜록의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일광학원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셜록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 1월. 소송은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때는 이미 일광학원 구 재단 이사들이 물러나고, ‘학교 정상화’ 임무를 띠고 선임된 임시이사회가 구성된 상태였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해결] 우촌초 제보자 복직 꿈 커진다… 재단 ‘최종 패소’>)

구 재단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임시이사회. 하지만 이들은 구 재단의 어긋난 결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소송을 취하하기는커녕, 고등법원에 항소하며 재판을 2심으로 끌고 간 것. 셜록에 대한 소송만이 아니었다. 공익제보자 복직 결정을 보류하고, 그들을 향한 소송들도 항소를 결정했다.

임시이사회는 구 재단과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셜록이 “의도적인 사실 왜곡”을 하며 “허위보도”를 했다는 주장.(관련기사 : <제보자 복직은 ‘나중에’ 입틀막 소송은 ‘당장에’>)

또 10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달 28일 수원고등법원 2심 재판부 역시, 한 푼의 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기사 삭제(열람 및 검색 차단) 책임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같이 공익제보자 ‘복직’이냐 ‘재임용’이냐 하는 부분에서만 법적 해석을 달리해, 1심의 판결을 일부 수정한 정정보도문 게재를 결정했을 뿐이다. 셜록은 이를 받아들여 정정보도를 마쳤다.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이번에는’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였다. 1년 7개월을 끌어온 ‘무의미한’ 소송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소송에서 셜록을 대리한 하인준 변호사(법률사무소 지헌)는 소송 결과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손해배상청구로 막을 수 없음을 밝힌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의 대리인인 정진아 변호사(법률사무소 생명)는 “셜록의 보도가 객관적 자료를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된 진실한 내용이라는 점이 판결로 인정받았다”며, “다만 일광학원 임시이사회가 이규태 전 이사장 등의 위법행위를 보호할 목적으로 이런 소송전을 벌였다는 것이 분노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일광학원이 셜록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은 무려 1년 7개월이나 걸렸다 ⓒ셜록

이규태 회장이 기자를 고소한 사건은 그보다 먼저 끝났다. 지난해 4월 이 회장은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기자가 자신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썼다는 주장. 이 회장은 고소장에 “교비 횡령을 시도하려고 생각한 적 없다”며, “셜록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혐의 없음)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또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두 번의 항고를 거듭했지만, 결국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약 1년이 걸렸다.(관련기사 : <이규태 회장은 셜록의 입을 막지 못했다>)

“일광학원 비리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요한 보복행위를 반복해왔다. 이번 고소 역시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행위 및 입막음 소송의 일환으로 판단된다.”(참여연대 2024. 7. 10.)

시민단체는 이규태 회장과 일광학원 측의 법적 대응을 “입막음 소송”이라 줄곧 비판해왔다.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결국은 공익제보자를 위축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지적. 참여연대는 입막음 소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악의적인 보복성 고소·고발은 근절돼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이를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관련법 개정과 동시에, 국민권익위원회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2025. 12. 22.)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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