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하나고등학교 부정편입학 의혹 관련 검찰의 재수사가 지난 1년 6개월간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은 최근에서야 피의자 신분인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하나고 전 이사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재호 <동아> 사장 등 해당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김새미(가명)는 2014년 8월 하나고 편입학 당시 면접 점수가 상향 조작되는 혜택을 받고 부정 입학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면접 전형 당시 김새미는 총점 12점을 받았는데, 돌연 이 점수가 14점으로 상향 조정되어 전산에 입력됐다.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된 김새미는 2014년 8월 하나고 편입학 전형에서 최종합격했다. 김 씨는 일반전형에서 최종 합격한 유일한 학생이다.

당시 하나고 이사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김승유. 김승유는 고려대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 이사를 2012년 5월 1일부터 겸직했다. 김새미 부친 김재호 <동아> 사장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이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2015년 8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5 A FARM SHOW 창농·귀농 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김새미의 하나고 편입학 당시 평가표 등을 증거로 확보해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을 업무방해 혐의로 2019년 10월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고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감사 내용을 근거로 김승유 당시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교장, 정철화 교감 등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는데, 서부지검(검사 김도균)은 2016년 11월 30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직전인 2016년 11월 1일, 하나고 이사장은 김승유에서 검찰총장 출신 김각영으로 바뀌었다. 김각영은 제32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검찰총장 출신 인사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교체되는 건 보통의 일반 학교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전교조의 재고발 이후에도 <동아> 사장 딸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는 1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었다.

검찰은 2019년 12월 16일 한 차례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별다른 수사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미 정철화 교감은 2019년 5월 명예퇴직과 동시에 하나고의 수년치 입학전형 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들고 잠적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하나고를 압수수색 하는 등의 강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남궁현

1차 고발인 조사에 참석했던 정현진 전교조 전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볼 수 없었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검찰은 본인들이 불기소를 한 번 했던 사건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소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데도, 피의자 중 그 누구도 구속 수사를 하지 않더군요. 검찰 수사관은 오히려 제게 ‘편입학 전형 지원자의 생활기록부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느냐‘고 수사 방법을 묻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듯해, 나중에는 고발인 측에서 ‘참고인으로 누구를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적어서 검찰에 직접 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수사만 제대로 하면 특권층의 엄청난 반칙이 드러날 텐데, 검찰이 그걸 안하는 겁니다.”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에 돌파구가 될 증거는 2020년 발견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그해 국정감사에서 김새미의 하나고 편입학 당시 ‘서류 및 면접 평가표’ 원본을 입수했다.

그동안 서류 및 면접 평가표의 ‘서명’ 칸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가려졌다가, 국회 등의 노력으로 평가표 원본이 입수되면서 평가위원 외의 제3, 4의 인물이 쓴 글자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평가위원은 이OO 하나고 교사와 조OO 교사 단 둘인데, 평가표에서는 총 4명의 글씨가 발견됐다. <동아> 사장 딸의 부정편입학 의혹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서류 평가표(좌)와 면접 평가표 서명 필체 비교.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런 정황 증거가 나왔음에도 검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자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현재 하나고 이사장이 김각영 전 검찰총장인데, 검찰 커넥션 때문에 (부정편입학 의혹 관련) 재조사가 계속해서 유보되고 있느냐“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비판했다.

중앙지검은 2020년 10월경 돌연 해당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명규)은 그해 11월 12일 또 다시 2차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검찰은 고발장 제출 날인 2019년 10월부터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발인 조사만 진행한 셈이다.

서부지검은 공소시효 약 8개월을 앞둔 2021년에 들어서야, 주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하나고 부정 편입학 의혹의 업무방해 공소시효는 7년으로 올해 8월경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검찰은 <동아> 사장 딸의 편입학 당시 전형을 총괄하고, 직접 채점도 했던 입학홍보부장 이 교사를 2021년 1월경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교사는 검찰 조사에서 평가표 속 필체가 평가위원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라고 인정한 걸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4년 편입학 당시 지원자들의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도록 하나고 측에 요청하고, 행정 업무를 도왔던 당시 진행요원 3명에게 평가표에 적힌 제3자의 필체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남궁현

김재호 <동아> 사장, 김승유 하나고 전 이사장 등 피의자 4명도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걸로 확인됐다.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검찰에 소환되면서, 장정 2년 가까이 걸렸던 수사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걸로 보인다.

정현진 전교조 전 대변인은 “고발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의자들이 검찰에 소환돼 다행“이라며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을 증명할 증거가 충분하고 당시 평가자도 ‘다른 사람의 필체’라고 인정한 만큼 검찰의 기소를 기대한다“고 23일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는 김재호 사장의 검찰 조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아> 측에 지난 4월 16일 서면으로 질의했다. <동아>는 김재호 사장을 대신해 “검찰 조사 상황 관련 내용은 해당 기관에 확인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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