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매거진 등을 운영하며 기자만 수백 명 거느린 미디어그룹 <동아>가 20대 후반의 기자지망생을 고소한 ‘통큰 결단’은 한국 언론역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동아>는 그동안 진보 일각의 “친일-친독재-반민족 신문”이란 비판에도 별 대응을 하지 않는 등 담대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기자지망생이 익명 오픈채팅방에 무슨 글을 썼길래 <동아>는 그 담대함을 잃었을까.

작년 <동아> 공채에서 최종 탈락한 기자지망생 노희철(가명. 28세)은 김재호 <동아> 사장 딸의 입사 문제를 지적하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렇게 썼다.

(사장 딸은 최종면접을) 아빠랑 본 거죠. 특채도 아니고 공채로 들어간 건데 위장이라고 봅니다. (동아일보) 인사팀 할 것 없이 사주에 밉보이면 안 되니 입 다물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 1명은 (공채에서) 밀려났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죠. 남 비판하는 언론사가 자기들 문제는 (눈) 싹 감고. 사설로 조국이든 정유라든 비판하는 게 코미디 아닐지. (동아일보는) 왜 공채로 남들을 들러리 세우면서까지 (사장) 딸을 뽑습니까?

<동아>는 위의 노희철 글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의 고소장엔 이렇게 나온다.

“사장 딸은 다른 지원자와 동일한 전형 절차를 거쳐 인턴으로 선발되었고, 다른 인턴들과 동일한 현장실습을 거쳐 최종면접을 치르고 정상적으로 합격했습니다. (중략) 회사의 사장은 딸의 최종면접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남궁현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김재호 사장은 정말 딸 최종면접에 안 들어갔을까? 노희철은 자기 경험담을 들려줬다.

제 면접 때 분명히 김재호 사장, 부사장 등 회사 간부 6명이 들어왔습니다. 속기를 하는 분까지, 회사 관계자 7명이 면접장에 있었습니다.”

작년 <동아>의 ‘채용연계형 DNA 인턴 전형’은 저널리스트 분야에서 신문-방송-매거진 소속 기자를 선발하는 과정이었다. 노희철은 최종 면접장에서 김재호 사장을 봤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노희철의 최종 면접에만 참여했던 걸까?

<셜록>은 당시 <동아> 인턴을 거쳐 최종 면접을 봤던 다른 지원자들의 말을 들어봤다. 방송 분야인 채널A에 응시했던 한 인턴은 이렇게 말했다.

“김재호 사장이요? (김 사장이) 마스크를 써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는데, 자세히 보니 김재호 사장이 면접관으로 앉아 있더라고요. 김 사장이 제게 질문은 딱히 안했습니다.”

김재호 사장 딸은 신문 분야인 <동아일보> 지원자였다. 아래는 <동아일보> 최종 면접을 본 한 인턴의 말이다.

“제 면접에도 김재호 사장이 들어왔죠. 보통 언론사 최종면접에는 항상 사장이 들어오잖아요.”

채널A-동아일보-매거진 최종면접에 참여했던 이들은 모두 “면접장에서 김재호 사장을 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동아>의 고소장 핵심 내용은 허위일까? 해당 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회사의 사장은 딸의 최종면접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 문장을 ‘사장은 다른 지원자 면접에는 모두 참여했지만, 딸 순번에서는 밖으로 나갔다’는 걸로 해석해야 할까?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동아>가 고소장에서 밝힌 두 번째 핵심 “사장 딸은 다른 지원자와 동일한 전형을 거쳤다”는 주장에 모순이 생긴다.

사장 딸만 면접관이 달랐다는 의미이자, 김재호 사장의 면접장 퇴장이야말로 ‘응시자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니 말이다.

동아일보 신문 가판대 앞에서 사람들이 신문을 읽고 있다. ⓒ남궁현

<셜록>은 “김재호 사장의 면접 불참 사유가 무엇인지”, “김재호 사장을 대신해 다른 면접관이 딸 최종면접에 들어갔는지”를 <동아>에 물었다. 이에 <동아>는 “김 사장 자녀의 최종면접 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다”는 말 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근데 또 이상하다. <동아>의 답변대로라면 면접관들은 사장 딸의 응시를 알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채용 때 응시자들은 서류단계에서 10,000자 자기소개서와 1분가량의 자기소개 영상도 냈다. 서류전형부터 지원자의 얼굴 등 세밀한 정보 파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만약 면접관들이 사장 딸의 응시를 알았다면, 불공정 채용 문제로 이어진다. ‘다른 지원자들과 동일한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채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광주은행 임원 A의 사례를 보자.

2015년 광주은행 신입사원 공채 당시, 광주은행 인사부 직원들은 서류전형 평가 중 임원 A의 딸이 지원한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을 안 인사부 직원들이 그대로 1차 전형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2차 면접전형에선 아예 임원 A가 딸 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A의 딸은 ‘아버지 찬스’를 통해 광주은행 입사에 최종 합격했다.

재판부는 아래의 이유를 들며 임원 A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A는 업무지원본부장으로서 인사부장을 비롯하여 인사부 직원들의 인사평정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서류 전형을 담당한 직원 B 및 1차 면접관으로 참여한 직원 C, D, E, F는 A의 딸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는 작년 9월 21 자 사설 “37번 외친 대통령의 ‘공정’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공정을 외친다고 해서 공정 사회가 구현된다고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사회 권력 주변 인사들이 누리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특권과 특혜를 없애고, 기회의 문을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열어주는 것이다.”

사설을 통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특권과 특혜를 없애야한다”고 외치면서, 사장 자녀를 공채로 입사시키고 불거지는 의혹에 고소를 택한 <동아>의 대응, 어떻게 봐야 할까.

아, 하나를 빠트렸다. <셜록>은 지난 3월 15일, 29일 김재호 <동아> 사장 딸에게 적접 전화해서 면접 관련 질문을 했다. 그는 이 말만 반복했다.

“동아일보 쪽에 물어보세요.“

김재호 사장 딸 관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하나고등학교 편입학 당시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현재 하나고 부정 편입학 의혹은 검찰에서 재수사 중이다.

3화에선 김 씨의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을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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