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생물학회가 <셜록>이 보도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용인외대부고) 졸업생 ‘유나와 예지’의 부정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셜록>이 ‘유나와 예지’의 연구 부정 논문을 보도한 지 세 달만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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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생물학회는 지난 13일 차유나(가명)와 나예지(가명)가 고등학생 시절, 부당 저자로 이름을 올린 ‘패혈증 비브리오균 htpG 유전자의 영향’에 관한 논문 ‘Identification of the Vibrio vulnificus htpG Gene and Its Influence on Cold Shock Recovery’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한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The Journal of Microbiology’에 2012년 실렸다.
현재 한국미생물학회는 공동 출판사이자 세계적인 의·과학 전문 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에 해당 논문의 철회 결정을 전달한 상황이다. 스프링거와의 조율이 완료되면, 해당 논문은 철회된다.
한국미생물학회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는 학회 연구 윤리 규정상 심각한 윤리위반행위로 판정해 해당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해당 사건을 취재한 <셜록> 기사가 나간 이후, 부정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았던 B 교수는 지난 2월 부정 논문이 게재된 한국미생물학회에 논문에 관한 처분을 요청했다.
한국미생물학회는 윤리위원회를 2월 개최했고, 지난 3월 7일 B 교수에게 논문 철회 결정을 통보했다. 이후 한 달간의 당사자 이견 청취 기간을 가졌다. 이견이 없자 공동 출판사인 스프링거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 이후 서류 보완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4월 13일 최종 논문 철회 결정을 전달했다.
부정 논문이 게재됐던 스프링거와 ‘Journal of Microbiology’에는 해당 논문의 ‘Retraction(철회)’이 공지될 예정이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가 자신의 딸인 차유나와 그의 후배 나예지를 부당하게 동료 교수의 논문에 부당 저자로 끼워 넣기 한 사실을 4화에 걸쳐 보도했다.
A 교수는 대표적 식중독균인 비브리오균의 권위자로 불린다. A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소속 연구원이 쓴 비브리오균 관련 SCI급 논문에 딸과 딸의 후배 이름을 끼워 넣었다. 또한 본인이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책임저자)가 되면 부녀지간인 게 문제가 될 것을 알고, 같은 학과 동료 교수인 B 교수에게 교신저자를 부탁하고 실질적 교신저자인 자신은 논문에서 빠지는 부정을 저질렀다.
유나와 예지는 2012년 부정 논문으로 한국미생물학회가 개최한 ‘제1회 미생물 탐구 페스티벌’에 참가해 민사고, 세종과학고, 광주과학고, 인천과학고 등 수십여개의 팀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한국미생물학회 실무위원장은 유나의 아버지인 A 교수였다.
이후 유나는 2013년 수시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진학한 후, 2017년 같은 학교 의과대학으로 편입했다. 예지는 2014년 수시로 성균관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차유나와 나예지가 대학에 진학한 이후인 2020년 해당 논문에 대해 ‘기여도가 없는 미성년자가 부당하게 저자로 표기됐다’며 연구 부정 판정을 내렸다. A 교수의 연구 위반 정도는 ‘중대하다’고 봤다.
하지만 A 교수는 징계 시효 도과로 서울대학교에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그저 구두 경고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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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논문의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B 교수는 ‘BK21 4단계 사업 제한 3년’ 처분을 받았지만, A 교수는 논문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제재 또한 받지 않았다.
정작 부정행위를 설계한 A 교수는 논문의 책임저자를 바꿔치기함으로써 자신이 져야 할 책임과 받아야 할 징계를 모두 피한 셈이다.
<셜록>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차유나 고려대 의대 학사 편입 당시 모집요강에 따르면, 서류평가에 반영되는 자기소개서 학업활동란에는 논문을 적을 수 있다. 차유나가 비브리오균 관련 부정 논문을 의대 편입 입시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유나가 해당 논문을 입시에 활용했다면, 이번 논문 철회는 차유나의 편입학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A 교수는 여전히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해당 학회의 당연직 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부당 저자 당사자인 A 교수의 딸 차유나는 현재 아주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 중이며, 나예지 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