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성년자 5명 이름을 자기 논문에 부정하게 올렸다.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은 네 건이나 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지금까지 취재한 미성년 부정논문 사례 중, 단연 1인당 최대 규모 부정행위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A 교수는 미성년자 5명과 무슨 관계이기에 그토록 많은 부정을 저질렀을까?

그에게 직접 물어보려 지난 3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으로 향했다. 5층 연구실 앞에서 만난 A 교수에게 에둘러 가지 않고 물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실에서 만난 물리천문학부 A교수. ⓒ셜록

기자 – “세종과학고등학교 학생 명정훈(가명)의 아버지 명OO씨랑 친인척인 관계인가요?”
A 교수 – “전혀, 전혀 아니에요.”
기자 – “그럼 어떻게 아세요, 명OO 씨를?”
A 교수 – “뭐… 명OO를 어떻게 아느냐…”

그는 답을 안 하고 고개 들어 천장을 보며 눈만 끔뻑였다. 침묵이 약 20초간 이어졌다.

“글쎄요… 제가 좀 알아봐야 되겠네요.”

모르는 사람 아들을 논문에 넣어줬다는 뜻인가? 그에게 다시 한번 명OO과의 관계를 물었다.

“그거를… 그러니까…”

A 교수는 또 입을 다물고 10초 가량 망설였다.

“제가 알기론 OO의사인 걸로 아는데, 그 이상으로는 아는 게 없어요..”

명정훈의 아버지는 아산병원 의사이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었다.

기자 – “어떻게 아세요, 명정훈 아버지를?”
A 교수 – “그러니까, 뭐… 하아…”

그는 고개를 떨궜다. 다시 10초 가량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저도… 저도… 추적을 해봐야 아는 상황이라서.”

뭘 추적하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제가… 그… 그렇죠… 아니 저는… 예… 제가 지금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합니다.”

미성년 부당 저자의 부모를 알긴 아는데,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모른다니. 그의 답이 석연치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두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명정훈의 아버지인 아산병원 의사 명OO씨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2012년, 세종과학고 2학년생이었던 명정훈은 아버지를 통해 A 교수를 소개받았다. 명정훈은 학교 친구 김상현(가명)과 함께 ‘SSE와 AVX 명령어 집합의 성능‘이라는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는 A 교수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미성년자 명정훈, 김상현에 대해 이렇게 판정했다.

“미성년자들이 실험실에 나와 대학원생이 이미 수행한 것을 다시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그밖에 미성년자들의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미성년자들이 공저자로 인정될 만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A 교수의 부정행위는 계속 이어진다.

그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용인외대부고) 정소민(가명), 정소연(가명)을 각각 ‘케플러 GPU와 제온 파이의 코드 최적화’, ‘GTX 타이탄 X GPU의 성능 및 코드최적화’ 논문에 각각 이름을 올려줬다. 2014년, 2015년 두 학생이 각각 고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해당 논문은 격자장이론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정소민-정소연은 연년생 자매다. 둘은 무슨 수로 연달아 A 교수 논문에 이름을 올렸을까.

<셜록>은 정소연의 SNS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정소연은 페이스북에서 A 교수의 부인을 “이모“라고 불렀다.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매의 엄마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H가정의학과병원 원장이다.

A 교수에게 이들 자매와의 관계를 물었다.

기자 – “정소연-정소민 자매가 어떻게 논문에 참여했나요?”
A 교수 – “연락을 한 거죠. 전화를 하고. 저의 이메일이나 전화번호가 웹사이트에 떠 있으니까.”
기자 – “학생들이 직접 연락했어요? 부모님이 연락한 게 아니라요?”
A 교수 – “네, 직접 찾아와서 (참여) 하겠다고.”
기자 – “정소민 씨 엄마 박OO 원장 아시죠?”

A 교수는 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박OO 원장을… 알고는 있죠… 와이프가 친구… 어느 라인에서의 친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어 그는 박 원장에게 논문 청탁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정소연-정소민 자매의 엄마 박OO 원장. ⓒ셜록

박 원장에게 A 교수와의 관계와 두 딸의 논문 참여 배경을 묻자, 그 역시 뚝뚝 끊어지는 말로 답했다.

교수님이… (자매를) 거기로 오라고 그래서 가서… 뭐… 하튼… 교회 소개… (A 교수랑) 같은 교회 다녀 가지고… 누구 소개 소개를 해서 받았던…

이어 박 원장은 “내가 일하느라 애들을 잘 케어를 못 했다“며 “(A 교수가) 실험실로 오라고 해서 (두 딸이 A 교수) 연구실에 간 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A 교수 부부와 정소민-정소연의 엄마 박 원장은 같은 교회 신도다. 여기에 더해 박 원장과 A 교수 부인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박 원장은 A 교수의 장인, 장모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정소민에 대해 이렇게 판정했다.

“미성년자가 실험실에 나와 컴퓨터 언어 등을 배운 사실, 미성년자가 실험실에 나오기 전에 이미 학술대회 논문의 공저자로 포함될 것처럼 이메일을 교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밖에 미성년자의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인정될 만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어 서울대 측은 정소연에 대해서도 “미성년자가 실험실에 나오기 시작한 날짜 이전에 유사한 연구내용이 학술대회 포스터로 발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의 기여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역시 기여도가 없다는 이야기다.

정소민은 2016년 카이스트 생명공학과를 진학했다. 정소연은 2017년 이화여대 소프트웨어학부 사이버보안학과를 진학했다.

A 교수는 2009년 보성고등학교 2학년 여재상(가명)을 ‘향상된 스태거드 페르미온(Ⅲ) 유한 체적 효과를 이용한 Bk의 결정’ 논문에 이름을 실어줬다.

“여재상은 전혀 아는 라인이 아니에요. 거기는 전혀 아는 라인이 아니에요.”

A 교수의 이런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그와 여재상과의 관계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셜록> 취재 결과, 여재상은 A 교수의 부인과 먼 친인척 관계다.

A 교수의 장인과 여재상의 외할아버지는 고종사촌이다. 둘은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여재상은 삼대(三代)를 거슬러 올라가 할아버지 인맥으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여재상의 어머니는 그 후, 감사 표시로 서울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여재상에 대해 “발표자가 데이터를 분석할 때 미성년자가 옆에서 지켜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그밖에 미성년자의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며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인정될 만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여재상은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를 진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A 교수가 부당하게 논문에 실어준 5명 미성년 공저자들과의 관계도. ⓒ셜록

2020년 11월. 서울대학교는 A 교수가 이들 5명의 고등학생을 실어준 논문 4편에 대해 모두 ‘부당한 저자 표시‘를 이유로 연구 부정 판정을 내렸다. A 교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정했다.

“위반의 정도에 관하여 보면, 미성년자들이 논문에 기여한 바는 매우 낮으나 연구에 참여한 점, 대상논문들이 학술대회 발표논문으로 학술지 게재 논문에 비해 그 중요도가 낮은 점, 위반 논문 편수가 4편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위반의 정도는 비교적 중대하다.”

A 교수는 서울대로부터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그저 구두 ‘경고‘만 받았다. 징계 시효(3년)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8월 A 교수에게 연구 참여 제한 3년과 연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A 교수는 이에 반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에 제재 처분 재검토를 요청했다.

최근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는 “연구 참여제한 3년과 연구비 환수 처분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A 교수는 이런 의견을 토대로 서울대에 연구 부정 판정 재검토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셜록>에 밝혔다.

<셜록>은 지난달 교육부로부터 서울대 소속 교수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내역 64건과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 22건이 게재된 저널 목록을 입수했다.

(관련 기사 – 교육부, 셜록 ‘부정논문 공개’ 부분인용.. “공익에 공감“)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22건 중 본인 자녀를 논문에 올려준 사례는 4건, 동료 교수 자녀를 논문에 올려준 사례는 5건, 미확인은 13건이었다.

<셜록>은 최근 MBC 피디수첩 팀과 함께 ‘미확인 13건’ 중 5건이 지인의 자녀라는 걸 취재로 확인했다. A 교수의 특별한 인적관계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A 교수는 <셜록>에 억울함을 피력했다.

“기자분들께서 판단하시는 거는 특수 관계 때문에 뭐가 중요하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래가지고는 저희가 일을 못해요. 기본적인 요건이 안 되면 어차피 논문에 올릴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미성년자는 부모, 할아버지 인맥으로 쉽게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쉽게 스펙을 얻었다. A 교수의 변명은 이어졌다.

“이건 연구 부정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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