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기대하고 현관문 문고리를 돌렸다. 문 앞에는 중년의 여성과 경찰 두 명이 함께 서 있었다. 이 여성은 문 안쪽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대뜸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더니 이렇게 외쳤다.

여기가 바로 불법 타투 시술 영업장입니다! 이 현장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겠습니다.”

타투 시술을 받아놓고선 ‘불법 시술’이라며 수백만 원을 요구했던 사람이었다. 협박으로도 모자라 직접 작업실까지 찾아온 상황. 함께 온 경찰은 사건 조사차 경찰서 동행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016년 12월 3일의 일이다.

“당시 작업실에서 손님과 상담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들이닥쳐 정말 당황했습니다. 당시 당장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어른도 없었고요. 다행히 교회 목사님이 시간을 내주셔서 같이 경찰서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10년차 타투이스트 함유경(활동명 ‘바늘’) 씨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날의 일을 잊지 못한다.

10년차 타투이스트 함유경(활동명 ‘바늘’) 씨 ⓒ셜록

경찰과 함께 작업실을 찾아온 여성 A 씨는 2016년 가을경 유니콘 모양의 컬러 타투를 시술받았다. 당시 함 씨가 손님에게 받은 시술비는 약 40만 원이다.

손님의 태도가 돌변한 건 그로부터 두세 달 후. A씨는 카카오톡과 문자로 협박을 시작했다. A씨는 “타투 지우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수백만 원을 요구했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신고를 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함 씨는 두려웠다. 3년간 운영해온 작업실 문을 하루아침에 닫아야 할 위기. 당시엔 타투이스트 노동조합도 없어서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그럼에도 함 씨는 우선 돈을 주지 않고 버텼다.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엔 묵묵히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는 수차례 협박에도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2016년 12월 3일 경찰을 데리고 작업실을 찾아왔다.

이후에도 A 씨는 두 차례 더 경찰과 함께 불쑥 찾아왔다. 그때마다 함 씨는 자기 작업실에서 숨죽인 채 있어야 했다. 경찰과 A씨는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으면, 돌아가곤 했다.

협박 메시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협상하려고 전화한 거 아니고!! 통보할려(고) 전화한 거예요!! (…) 타투 예약 및 상담한 내용들도 다수의 여러 손님들이 다 제가 보낸 지인들이거든요?! 그래서 꼼짝없이 또 끌려가시게 생겼네요?? 제가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유관순이 될려구요.“(2017년 1월 20일 A 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중)

타투이스트 함유경(활동명 ‘바늘’) 씨는 손님에게 “타투 지우는 시술 비용을 달라”는 협박을 당했다. 그 손님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유관순이 되겠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불법 타투 시술하는 걸 신고하겠다”고 수차례 문자를 보내왔다. ⓒ셜록

결국 함 씨는 작업실 문을 닫고, 이사를 택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함 씨만 이런 일을 겪은 게 아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타투유니온이 상담을 진행한 사건은 100건에 달한다. 대다수가 협박·분쟁 상담이다.

형사 사건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연예인 B 씨의 팔에 타투 시술을 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타투이스트 김도윤(활동명 ‘도이’, 타투유니온 사무장) 씨는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투이스트 C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 원의 형을 받기도 했다. 10만 원짜리 타투 시술을 받고 치료 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한 손님을 응대하다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C 씨는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해 이민을 준비했지만, 유죄 판결로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차 타투이스트 함유경(활동명 ‘바늘’) 씨 ⓒ셜록

대한민국은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여 규제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해석했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타투 시술은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효하다.

하지만 행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타투 시술은 이미 행정 영역 안에 들어와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문신아티스트에게 ‘42299’라는 한국표준직업분류 직업코드를 부여했다. 국세청 업종분류코드에도 문신업이 명시돼 있다.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는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때는 ‘없는’ 존재였다가, 세금을 낼 때만 ‘있는’ 직업이 되는 꼴이다.

결국 이 문제는 입법의 과제로 남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해 2월 17일 “국회에 계류 중인 문신 관련 입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의견을 국회의장에 밝혔다. 인권위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시술 요건·범위 및 관리·감독 체계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조속히 입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는 문신 시술사에 대해 ‘타투 아티스트’라고 칭하고 있고, 피시술인들이 의사가 아닌 이들을 찾는 것이다. 비록 의사라 하더라도, 문신 시술이라는 기예를 특별히 배우고 연마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취득하였다고 해도 문신 시술을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몸에 문신이라는 것을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싶은 사람들은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시술사를 찾지 못하면 그 자유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것을 외국의 경험에서 쉽게 알 수 있다.”(인권위 결정문 일부)

보건복지부도 2019년 10월 규제 혁신 차원에서, 문신을 통한 반영구 화장 시술을 피부관리실이나 미용실 같은 미용업소에서 시행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도 지난해 4월 비의료인 타투(문신) 시술 행위의 합법화 방안을 검토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타투 합법화를 제시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유력 대통령 후보가 타투 합법화를 약속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은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여 규제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주용성

이미 15년 전부터 입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17대 국회(2007년)에서 김춘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최초로 타투 합법화를 골자로 한 ‘공중위생관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춘진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치과 주치의였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문신 시술을 합법적으로 양성화해 문신업을 감독하고 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이어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문신사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선 여야를 막론하고 타투 합법화 관련 법안이 모두 8개나 발의됐다. 강기윤·엄태영·최영희·홍석준 의원(이상 국민의힘), 박주민·송재호·최종윤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류호정 의원(정의당)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법안 모두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을 거의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다.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타투 시술을 합법화해 법망 안에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방법으로 ▲면허 제도 도입과 ▲위생 및 안전관리 교육이 공통적으로 명시돼 있다.

면허 제도의 경우 자격 요건을 다양하게 명시해놨다. 자격 요건은 ▲전문대학 등 학력 ▲타투이스트 교육과정 이수 ▲국가기술자격증 등으로 나뉜다. 송재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체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만 면허제도를 조건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면허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22년 4월 발간한 ‘문신·반영구화장 관련 법률안’ 검토보고서는 전문대학 등 학력 요건에 대해 “현재 대학에서 문신사 반영구화장(문신)사에 대한 전공과정이 없는 상황이므로 필수과목 등 교과과정 논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2023학년도 기준으로 계명문화대가 타투디자인학과를 최초로 신설했다. 아직까지 타투 관련 전공 학과를 보유한 대학교는 계명문화대 한 곳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국회에 계류 중인 문신 관련 입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권고했다 ⓒ셜록

국가기술자격증 요건과 관련해서 ‘자격증 장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문신·반영구화장문신에 대한 국가기술자격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협회에서 관리 및 운영하고 있는 민간 자격증만 존재한다. 현재까지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타투 전문 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사무장은 지난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타투라는 직업 특성상 조그만 실수를 하더라도 사람에게 평생 가는 흉터를 남길 수 있다 보니까 일반 직업교육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면서, “국가 혹은 민간 자격증이 생기면 사설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경향이 있고 결국 자격증 장사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발의된 8개 법안 중 6개에서 “타투이스트에 대한 교육과 관리 감독을 전문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동시에 6개 법안 모두 특정 협회 설립을 가능하도록 아예 정해놓았다.

  •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 (스킨아트중앙회)
  •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 (반영구화장문신사중앙회)
  •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 (반영구화장두피아티스트중앙회)
  •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 (반영구화장사중앙회)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문신사협회)
  •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대한문신사중앙회)

현재 발의된 법안 중 단 2개만 권한 위탁과 특정 협회 설립에 대해 규정해놓지 않았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우려 탓에 프랑스에선 면허제도보다 위생교육에 더 중점을 둔다. 프랑스에선 타투이스트들이 문신업을 수행하기 위해 각 지역에 위치한 지방보건청에 신고하고, 위생교육 수료증을 제출해야 한다. 위생교육 수료증은 3일 연속 최소 21시간의 위생 및 건강 요구 사항에 대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 지방보건청에서 발급하며, 교육은 지방보건청에 등록된 업체에서만 가능하다.

반면, 30년 동안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해온 한국에선 타투 합법화 법안 통과는 아직 먼 일이다. 8개 법안 모두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2021년 6월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때, 타투이스트 함유경 씨(왼쪽)가 함께 자리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블로그

‘불법 타투 신고하고 유관순이 되겠다’는 황당한 협박을 당했던 타투이스트 함유경 씨. 함 씨는 예전과 같은 일을 또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투 합법화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일이라면 국회도, 지방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한 싸움이 아닌 것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1년 6월경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을 때도, 함 씨는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타투유니온 대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홀로 일해오던 함 씨는 작년부터 다른 타투이스트들과 협업을 택했다. 여러 타투이스트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작업실로 쓰며 타투 시술을 이어가고 있다.

함 씨는 최근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죽음을 가깝게 생각하는 손님들이 타투 시술을 받으러 왔다. 한 명은 스스로 생을 저버리길 원했고, 다른 한 명은 암 투병을 하고 있었다.

“두 분 모두 죽음을 자주 생각하다보니,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다’며 타투 시술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두 분 다 작업 끝난 타투를 보고 만족해하시면서 돌아가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몸에 새겨진) 타투 보면서 열심히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요.”

이렇게 그는 손님에게 상처를 받기도, 위로를 받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불법’으로 규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 그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타투는 몸에 평생 남는 거니까 항상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타투 결과물이) ’잘 나와서 좋다‘ 또는 ’진짜 의미 있는 타투인데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 이런 말 들으면 계속 이 직업을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됩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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