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문신) 합법화를 위해 선봉장으로 나섰던 타투이스트 도이(본명 김도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유죄를 선고받았다. 타투이스트들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말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강영훈)는 지난해 12월 19일 의료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도이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도이는 2019년 12월 배우 A 씨의 왼쪽 팔 뒤편에 문신 시술을 했다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타투 합법화를 위해 선봉장으로 나섰던 타투이스트 도이.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셜록

재판부의 유죄 논리는 간단했다. “문신행위는 의료법이 규정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타투시술을 의료행위로 해석하며 타투이스트를 ‘불법’으로 옭아맸던 1992년 대법원 판례를 또 한 번 따른 셈이다.

지난해 9월 25일, 타투이스트들의 문신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관련기사 : <N번의 절망과 한 번의 환희… ‘타투 합법화’ 최후의 2주>) 이미 3개월 전 국회에서 ‘타투 합법화’를 공식화했는데도, 법원은 다시 한 번 30여 년 전 판례를 답습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도이는 이런 입장을 밝혔다.

“입법부가 문신사법에 ‘의료법 27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조항에 남긴 이유는 사법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존중을 보여준 거라고 봤어요. 입법부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법부에 넘겨준 공이 있는데, (유죄 판결은) 책임 있는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도이를 대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는 타투유니온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며 항소심 판결을 비판했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해석의 여지와 판단의 공간을, 변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 논리로 활용했다. 이는 입법부의 신중함과 사회적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태도이며, 사법부 스스로 변화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 법은 과거를 반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사법부가 다시금 되새기기를 촉구한다.”

지난해 9월 25일, 타투이스트들의 문신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셜록

재판에 넘겨진 타투이스트는 도이 한 사람만이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건마다 ‘오락가락’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관련기사 :<법원에선 불법, 세금 낼 땐 합법… ‘타투’는 죄가 없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투이스트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문신 시술은 질병의 치료나 건강의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약 3년 전에도, 청주지방법원(판사 박종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반영구 문신시술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영구 화장 시술은 질병의 예방·진찰과 치료 및 보건지도의 목적이 있다거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도이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유죄 판결이 또 나왔다. 청주지방법원(강건우 부장판사)은 지난 6일 의료면허 없이 문신 시술을 한 40대 타투이스트에게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번에도 재판부는 “타투 머신으로 피부 표피층에 잉크를 주입하는 행위는 현행 판례와 법 체계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인가’에 대한 쟁점를 두고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용성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인가’라는 쟁점를 두고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더구나, 문신사법 국회 통과 이후에도 사법부가 연이어 유죄를 선고하다보니, 타투이스트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도이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이 시작된 지 약 5년째다. 다시 한 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도이는 이런 소감을 밝혔다.

“저는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도 3심까지 올라온 타투이스트들 사건을 판단하지 않고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어요. 이를 심사숙고의 과정이라 이해합니다. 문신사법이 만들어졌으니까 대법원이 충분히 합리적인 판결을 내릴 거라 기대합니다.

‘문신사법 시행, 현실과 법안 사이의 균형을 묻다’를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강선우 의원실

지난해 12월 26일 12월엔 국회에서 ‘문신사법 시행, 현실과 법안 사이의 균형을 묻다’ 토론회가 열렸다. 문신사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남겨진 과제들이 있기 때문. 실무의 중심이 되는 하위 규정(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첫 번째 쟁점은 ‘멸균’ 작업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는지다. 새로 제정된 문신사법엔 멸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통상적으로 멸균은 물체의 표면과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곰팡이, 세균 등을 제거시켜 무균 상태로 만드는 걸 뜻한다.

하지만 소독으로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인 상황에서, 성공적인 멸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녹색병원 그린랩에서 진행한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및 멸균작업 절차’를 통해 멸균 상태를 유지한 문신 작업이 가능은 하나, 현실적으로 멸균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이 교육을 이수한 6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국가의 법이 멸균으로 규정해도 소독으로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 형태라는 걸, 행정부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실태를 파악해야 적용 가능한 규정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타투이스트 도이)

아직 멸균에 대한 범위가 정립되지 않으면서, ‘문신기기’와 ‘작업 공간에 대한 설비기준’도 제약이 따르고 있다.

현행 문신사법에는 문신기기를 ‘관련법령’에 따라 인증받은 기구라고 지칭하고 있다. 여기서 ‘관련법령’은 의료기기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문신기기는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문신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문신사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하게 되는 셈이다.

“의료기기 2등급 인증에 소요되는 과도한 비용과 시간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합법적인 문신산업은 (모순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바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희에게 바늘은 붓입니다. 2000종이 넘는 붓이 있는데, 만약에 의료기기 2등급 인증을 받아서 쓰라고 하면 지금 현재 기준으로 타투이스트들이 쓸 수 있는 바늘은 전 세계에 한두 종밖에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2000개의 바늘로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에게 ‘너는 앞으로 붓 하나로 그림을 그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타투이스트 도이)

작업 공간에 대한 설비 기준도 비슷한 상황이다. ‘멸균’ 범위에 대한 정립에 따라, 문신 작업 공간에 대한 설비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 환기 설비 확보가 필수적인지, 바닥과 벽면의 오염이 적은 비다공성 재질로 마감을 해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서른 명이 넘는 타투이스트들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이날 발제는 타투이스트 도이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최유선 녹색병원 적정관리부 전문의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담당자, 식약처 위생요품정책과 및 의료기기정책과 담당자가 참여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김보경 기자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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