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번에도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징계를 외면했다.
대검찰청이 표절 의심 검사들의 비위에 대해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징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나온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조사 결과마저 무시한 결정이다.
권익위는 ‘표절로 볼 수 있다’ 하고, 검찰은 ‘표절이라 단정 못한다’ 했던 그 논문들. 과연 국민들의 판단은 어떨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베낀 표절 의심 검사 3명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문과, 해당 논문들이 표절한 것으로 보이는 원자료 전체를 공개한다.
☞ ‘표절 의심 검사 3인’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문과 표절 피해 원자료 보기
셜록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세금 수천만 원을 지원받아 ‘공짜 유학’을 다녀오고선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 5명의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이중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보고, 올해 1월 권익위에 공익침해행위로 신고했다.
권익위는 지난 7월 결과를 통보했다. 권익위는 “구체적인 신고내용과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 표절 검사 결과 등 증거자료에 대한 검토 결과, 해당 행위는 기본적으로 연구부정행위 중 표절로 볼 수 있으며, 표절 여부에 관한 사항은 사적규제의 형태로 소속기관에 맡겨져 있다”고 밝혔다.
즉, 표절 의심 검사 3명의 행위는 표절로 볼 수 있지만, 검사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책임주체는 담당 기관에 맡겨져 있다는 의미다.(관련기사 : <“표절은 맞지만…” 검사들, 황당논리로 조치 피했다>)
셜록의 검증과 보도에 이어, “표절로 볼 수 있다”는 권익위의 공익신고 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 셜록은 지난 7월 21일, 대검찰청에 ▲감찰위원회 심의 계획 여부와 ▲징계 여부를 재질의했다.
대검찰청은 약 한 달 만에 답변을 보내왔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17일 “진정인(셜록)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 관련 부서 등과 협의 후 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대검이 지칭한 ‘제출자료’는 권익위 공익신고 조사 결과서를 말한다.
대검찰청의 답변 역시 ‘복사-붙여넣기’ 수준이었다. 셜록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질의했을 때도, 대검찰청 감찰부는 “프로그램(‘카피킬러’ 지칭) 결과만으로는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 관련 부서 등과 협의 후 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결국, 표절 심의 프로그램도, 셜록의 보도도, 권익위의 공익신고 조사 결과도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비위 근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
셜록은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의 표절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5건의 표절 의심 논문을 확인했다. 그중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베낀 걸로 보이는 사례는 3건(박건영, 김형걸, 진현일).
먼저, ‘표절률 1위’ 박건영 검사(사법연수원 37기)다. 박 검사는 미국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변호사-의뢰인 비닉특권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다.
해당 논문을 ‘카피킬러’를 통해 먼저 검사해 보니, 표절률은 55%를 기록했다. 셜록은 해당 논문과 원자료들을 직접 하나씩 비교했다. 박 검사가 새로 작성한 문장의 수를 세어보니, 전체 563개 문장 중 39개(7%)뿐이었다. 표절률은 93%로 확인됐다.
박 검사가 작성한 논문은 총 4개의 저작물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된다. 서론부터 표절 정황을 살펴볼 수 있다. 박 검사의 논문 5~7쪽의 ‘비밀유지권’ 부분은 남○○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2018년 8월 20일 발간한 논문 <변호사-의뢰인 비닉특권의 도입 요구에 앞서>(488~490쪽)를 거의 그대로 옮겨 썼다.
‘복사-붙여넣기’ 방식은 주로 본론에서 사용됐다. 박 검사의 논문은 세 번째 장(16~38쪽)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의 비닉특권 운영 실태를 소개하는데, 이 내용은 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9년 8월 28일 발간한 논문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에 관한 검토 및 개선방향>(234~252쪽)과 거의 동일하다. 약 20쪽에 해당하는 분량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박 검사 논문의 네 번째 장인 ‘정보통신매체 발달로 인한 비닉특권 적용 논의’(39~45쪽)는 한 문단만 제외하고, 윤○○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8년 10월 29일 발간한 논문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대화내용에 대한 증언거부권>(301~307쪽)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비닉특권의 악용 가능성’을 다룬 다섯 번째 장에선 서론에서 베낀 저작물을 다시 한번 가져다 썼다. 박 검사의 논문 46~55쪽은 남 교수의 <변호사-의뢰인 비닉특권의 도입 요구에 앞서>(492쪽, 507~515쪽)에서 일부를 가져와 그대로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장인 ‘미국의 증거 수집 관련 제도’(56~75쪽)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3년 9월 발간한 <형사증거개시제도에 관한 연구>(연구자 탁○○, 27~28쪽, 41~56쪽, 59~60쪽, 66~69쪽)에서 총 24쪽 분량을 가져와 거의 똑같이 옮겨 썼다. 연구보고서에 첨부된 법령·경전도 ‘박스’로만 처리해 옮겨 쓴 걸로 보인다.
박건영 검사의 논문 총 78쪽(표지 및 요약 포함, 참고문헌 제외) 중 결론을 제외한 64쪽 분량 거의 대부분을 타인의 논문과 연구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으로 의심된다. 표절이 의심되지 않는 14쪽 분량의 내용 중에서도 4쪽 분량은 판례로 채웠다.
박 검사가 표절 의심 논문을 쓰기 위해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쓴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약 4894만 원이다.(관련기사 : <미국에서 혈세 5천만원 쓴 검사님, 논문은 ‘표절률 93%>)
두 번째는 김형걸 검사(사법연수원 37기)다. 김 검사는 가내수공업처럼 ‘검찰 내 수공업’으로 논문을 재생산했다.
김 검사는 중국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이후 <중국 감찰위원회의 지위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은 30%를 기록했다.
김 검사는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을 베낀 걸로 보인다. 셜록이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김 검사의 논문 총 61쪽(논문요약, 참고문헌 제외) 중 26쪽, 약 42%에 해당하는 페이지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김 검사는 선배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에서 ‘감찰위원회’ 부분을 주요하게 가져다 쓴 걸로 보인다. 선배 검사가 작성한 논문에선 ‘감찰위원회’ 부분을 개요, 설치, 구성, 감찰 대상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김 검사는 이 중에서 크게 ①감찰 대상, ②관할과 대상범죄, ③직무와 감찰권한 부분을 상당 부분 옮겨 쓴 걸로 보인다.
김 검사가 작성한 논문 23~26쪽의 ①‘감찰 대상’을 설명하는 부분은, 선배 검사의 논문 680~683쪽을 거의 그대로 옮겨 썼다. 구성과 순서 외에도, ‘각 소속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감찰 범위’를 설명하기 위해 첨부한 표도 내용이 동일하다.
김 검사 논문의 ②‘관할과 대상범죄’(27~31쪽)는 선배 검사의 논문(683~688쪽)과 거의 똑같다. 관할 규정에 따른 6개의 범죄 유형과 대상으로 하는 범죄 88개를 아예 선배 검사의 연구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와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김 검사가 작성한 논문 31~50쪽의 ③‘직무와 감찰권한’ 부분은 선배 검사 연구논문 688~704쪽에서 총 13쪽 분량을 가져온 걸로 보인다. 이때 원자료에서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오거나, 일부 표현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감찰위원회의 직무에 대해 다뤘다. 예를 들면 원자료의 “감찰위원회는 ‘수뇌부의 공동검토’를 거쳐 유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문장을 “감찰위원회는 ‘영도자들의 집단연구’를 거쳐 유치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바꾸는 식이다.
김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중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하며 사용한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3132만 원이다.(관련기사 : <동료 논문까지 표절… 검사님, 유학은 뭐하러 갔나요>)
세 번째로, 현재는 국외훈련 이후 검사 옷을 벗고 대형로펌으로 이직한 진현일 전 검사(사법연수원 32기)다.
진 전 검사는 미국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연구논문 <미국의 공정노동기준법상 임금 제도>를 작성했다.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한 결과, 표절률은 50%에 달했다.
표절 대상이 된 걸로 의심되는 저작물은 고용노동부가 2014년 9월 발간한 <통상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외국의 운용사례 연구>(책임연구원 이○○) 보고서다. 고용노동부 보고서는 통상임금 제도를 크게 한국, 미국, 일본 등 국가별로 나눠 설명했다. 진 전 검사의 연구논문은 이중 한국과 미국 부분을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으로 갖다 썼다.
먼저, 진 전 검사의 논문 4~20쪽의 ‘우리나라의 통상임금’ 부분은 고용노동부의 보고서(3~5쪽, 10~22쪽) 내용과 거의 똑같다. 문장 순서와 내용 구성 등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할 정도다. 차이점이 있다면, “명시적으로 밝혔다”라는 표현을 “명확히 하였다”라고 바꾼 정도다.
‘미국의 통상임금’을 다룬 본론은 거의 ‘통째로 베꼈다’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진 전 검사의 연구논문(21~69쪽)에선 미국의 통상임금을 ①통상임금의 정의 ②통상임금의 범위 ③임금공제와 통상의 임금 ④시간외근로수당의 지급 ⑤근로한 시간의 결정 ⑥기본급 약정으로 나눠 다뤘는데, 6개의 파트 모두 고용노동부 보고서의 내용(31~65쪽, 93~101쪽)과 거의 동일했다. 쪽수로 총 49쪽 분량이다.
결론에서도 보고서 내용이 등장한다. ‘미국 통상임금 제도의 시사점’을 다룬 진 전 검사의 결론 부분(89~92쪽)은 고용노동부의 보고서(161~167쪽)에서 일부를 가져와 그대로 배치한 걸로 보인다.
진 전 검사의 연구논문 총 92쪽(표지, 논문 요약, 목차, 참고문헌 제외) 중 19쪽(20%)만이 새로 작성한 페이지였다. 이마저도 국외훈련 국가인 미국이 아닌, 일본의 통상임금 제도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진 전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사용한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은 3092만 원이다. 진 전 검사는 현재 이직한 로펌 ‘법무법인 세종’ 홈페이지 프로필에 표절로 의심되는 연구논문을 홍보해 놓았다.(관련기사 : <‘공짜유학’ 다녀와 로펌 간 부장검사… 논문은 80% 표절>)
표절 의심 검사 3명이 사용한 국외훈련비는 총 1억 1118만 원이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약 1만 1557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돈(2023년 기준).
하지만 검찰은 국민의 ‘혈세’로 국외훈련을 다녀오고도 표절 의심 논문을 쓴 검사들에게 다시 한번 면죄부를 줬다. 셜록의 검증과 권익위의 조사만으로는 “표절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 국민 여러분이 직접 해당 논문과 원자료들을 보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아래 링크를 통해 표절 의심 검사 3명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문과, 해당 논문들이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원자료 일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표절 의심 검사 3인’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문과 표절 피해 원자료 보기
한편, 셜록은 지난 6월 1일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 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는 검사 국외훈련 논문 일부만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 첫 재판은 10월 24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 기사 : <[액션] 셜록이 소송을 시작한다… 검사들 ‘표절논문’ 잡으러>)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