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문항거래 사건에 대해 교육청 책임을 인정했다. 정 교육감은 “사과하고, 앞으로 철저히 관리감독 하겠다”고 약속했다.

16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른바 ‘문항거래’ 교사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감시는 물론이고,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교사들을 향한 징계도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발표된 감사원의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공개문(이하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항거래 등으로 적발된 현직 교사는 총 249명이다. 그 중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는 162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현직 교사가 학원이나 학원강사 등에게 학원용 수능대비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판매한 정황이 공개됐다. 적발된 교사들은 대부분 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했거나, 수능·모의고사·전국학력평가 등 시험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었다.

그밖에도 현직 교사들의 ▲출간 전 EBS 교재 유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모의고사 정답도출 논리 유출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 시험에 중복 출제 등 행위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서울시의회에서, 문항거래 사건에 대해 교육청 책임을 인정했다 ⓒ셜록

셜록은 감사원 보고서에 밝혀지지 않은 문항거래 교사 4명을 찾아냈다. 장충고 A 교사, 보성고 B 교사, 양정고 C 교사, 목동고 D 교사 등 문항거래로 적발된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들이다.(관련기사 : <학원과 ‘금지된 거래’ 한 교사들… 셜록이 찾았다>)

하지만 감사원의 통보 이후 5개월째인 현재까지, 이들 중 아무도 징계 처분을 받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 162명 모두 마찬가지다.

정근식 교육감은 “중요한 (징계)처분 통보는 이미 했다, 셜록이 보도한 4명의 교사 중 3명은 지난 4월 31일자로 학교법인에 각각 중징계, 정직, 해임, 강등 처분을 통보했다”며, “나머지 한 명은 감사원 재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셜록이 보도한 교사 4명은 모두 사립학교 교원이다. 교육청이 해당 교사의 징계 양정을 심의해 징계요구를 통보하면, 학교법인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 처분을 하게 된다. 현재 ‘징계 통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날 이소라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교육청의) 내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문항거래에 대한 예방 시스템을 갖추거나, 사후 전수조사에 나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도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 교육감은 “현직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문항거래에 대한 정책적 전환이 2023년 8월에 이뤄졌다”며, “그 이후에는 교육청에서도 겸직 범위를 적극적으로 공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소라 서울시의원은 “교육청의 내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셜록

현직 교사가 외부활동으로 돈을 벌 경우, 사전에 학교장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직 교사의 문항거래는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불법행위다. 2016년 교육부는 최대 파면 또는 해임 조치까지 하겠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하지만 교사가 문항거래를 위해 공공연히 겸직허가를 신청하고, 학교장으로부터 떡하니 허가를 받아 문항거래를 한 경우도 있었다. 겸직허가 없이 문항거래로 돈을 버는 경우도, 불법적인 문항거래에 겸직허가를 내주는 경우도 모두 문제가 된다.

문항거래는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마치 ‘관행’처럼 이어졌다. 정근식 교육감은 “(문항거래는) 오래된 관행이었기 때문에 이제 관행을 바꾸는 것”이라며, 겸직허가 범위에 대해 지속적인 공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감사원 감사 이후, 서울시교육청 교사들의 겸직허가 신청 비율이 증가했다. 정근식 교육감은 “2022년도에는 겸직 허가가 1000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8월에는 2000명, 2024년에는 4000명으로 늘었다”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문항거래를 제재하기 위해 ‘겸직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실태조사를 통해 부적정 사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셜록이 찾아낸 교사 4명의 ‘문항거래’ 사례 인포그래픽 ⓒ셜록

이소라 의원은 “문항거래 사건은 서울시 학생들의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라며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교육감은 “(교육위) 회의를 마치고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철저히 관리감독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식을 확실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 4월 정근식 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문항거래 사례 중) 특히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본인의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행위는 교육의 공정성과 평가 신뢰성을 매우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 사안”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중징계 원칙으로 엄정 조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10일 셜록은 장충고 A 교사가 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와 문항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교사는 조정식 강사 측에 시험 문항을 판매한 대가로 5800만 원을 받았다. 조정식 강사는 첫 판매대금 200만 원을 직접 A 교사에게 지급했다고 감사원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관련기사 : <‘1타강사’ 조정식에게 문제 팔고 수천만원 받은 교사>)

조정식 강사는 11일 “사건의 해당 교사에게 5,800만 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셜록은 조정식 강사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통해 문항거래를 한 또 다른 현직교사의 사례를 추가로 보도했다.(관련기사 : <“조정식 부인 회사 통해 문항거래 대가 받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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