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가 자신의 부인이 대표자로 있는 업체를 통해 현직 교사와 문항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3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 강사 측과 문항거래를 한 현직 교사 G를 직접 만났다. 그는 2023년 조정식 강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문항 출제자 모집’ 게시물을 보고 이메일로 지원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 신분을 밝히고 교재 집필 이력 등을 적은 지원서였다.

“공개적인 모집 공지였고, 하면 안 되는 일인 줄 몰랐습니다. 과거 (문항거래를 금지하는) 교육부 지침이 내려온 줄 몰랐거든요. 조정식 강사 측에서도 (현직 교사는) 안 된다는 말도 없었고요.”

G 교사는 한 남성의 연락을 받고, “○○○컴퍼니 유●● 대표가 연락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얼마 후, G 교사는 유 대표에게 출제 안내 전화를 받았다. 이후 G 교사는 유 대표가 조정식 강사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정식 강사가 고정 출연하는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2’ 공식 포스터 ⓒ채널A

G 교사는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컴퍼니 측과 소통하면서 문항을 거래했다고 말했다.

“문항을 완성해서 보낸 뒤에 간단한 수정 절차만 거치고 돈이 입금됐어요.”

문항이 완성되고, G 교사의 통장에 판매대금이 찍혔다. 송금자 이름은 ‘○○○컴퍼니’. 조정식 강사의 부인 유●● 씨가 대표자로 있는 회사다.

G 교사는 문항거래를 하고, 조정식 강사의 부인이 대표자로 있는 회사로부터 그 대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 이것이 현직 교사에게 금지된 일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즉시 문항거래를 그만뒀다.

2023년 6월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척결’ 기조가 발표되자, 유 대표는 큰 문제 없을 거라는 식으로 교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는 게 G 교사의 주장이다.

G 교사의 통장 입금내역. 조정식 강사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컴퍼니’를 통해 문항거래 대가가 입금됐다. ⓒ제보자 제공

지난 10일 셜록은 조정식 강사에게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팔고 5800만 원을 받은 장충고 A 교사 사례를 보도했다. A 교사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과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 활동 경력이 있었다. 조정식 강사와 문항거래를 한 현직 교사는 A 교사를 포함해 모두 21명에 이른다.

G 교사는 조정식 강사의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을 보고 교사 쪽에서 먼저 연락을 했던 반면, 장충고 A교사는 메가스터디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 교사에게 문항거래를 제안했다. 지난 2월 공개된 감사원의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공개문(이하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그리고 최초 판매한 10개 문항에 대한 대가 200만 원은, 조정식 강사가 직접 A 교사의 계좌로 송금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관련기사 : <‘1타강사’ 조정식에게 문제 팔고 수천만원 받은 교사>)

보도 하루 뒤인 11일 조정식 강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사건의 해당 교사에게 5,800만 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G 교사는 조정식 강사의 해명에 대해 “저처럼 ○○○컴퍼니 등 중간 업체를 통해서 거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원 보고서에도, 조정식 강사와 장충고 A 교사 사이에는 문항공급업체 E 대표가 존재했다고 적혀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조정식 강사와 장충고 A 교사의 문항거래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들어 있다 ⓒ셜록

일부 1타강사들은 공개적으로 문항 출제자들을 모집하곤 했다. 한 1타강사는 ‘킬러문항을 만들면 최대 3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모집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도 있다.

G 교사는 “사교육 카르텔 감사 이전에는 현직 교사들이 문항출제 공모를 통해서도 문항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며 “문항출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문항을 구성하는 경험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학원과 학원강사에게 문항을 판매해 5000만 원 이상 대가를 받은 교사 249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5년간 얻은 수익은 총 212억 9000만 원.

감사원 보고서에는 그 교사들이 어느 학교 누구인지, 어느 학원강사와 거래했는지 ‘비공개’돼 있었다. 셜록은 긴 추적 끝에 그들 중 4명의 교사를 찾아냈다. 그들은 셜록에게, 사교육업체와의 문항거래가 교사들의 ‘관행’이라고 항변했다.(관련기사 : <학원과 ‘금지된 거래’ 한 교사들… 셜록이 찾았다>)

하지만 G 교사는 이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한민국 전체 교사들의 관행이 아니라, 수도권 ‘소수 교사 집단’의 관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EBS 교재 출제자들이 극소수입니다. 보통 수도권에서 문항 출제 능력이 뛰어난 분들로 구성된 집단 안에서 소개를 통해 작업을 하는 거예요. 조정식 강사와 거래했다는 21명 현직 교사들도 그런 분들이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사교육업체와 문항거래를 한 교사들 대부분은 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에 참여했거나, 수능·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었다. 그런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하는 행위는 특정 학원이나 강사에게 수능 출제 경향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다.

현직 교사가 서점에서 누구나 사서 볼 수 있는 문제집을 집필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특정 학원, 특정 강사의 수강생들만 보는 교재나 모의고사에 문항을 만들어 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며, 2016년 교육부가 최대 파면 또는 해임 조치까지 언급하며 엄격히 금지한 행위다.

현직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문항거래는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셜록

감사원에 따르면, 조정식 강사와 문항거래를 했던 장충고 A 교사는 출간 전 EBS 영어 수능연계 교재를 무단유출한 정황도 적발됐다. 보성고 B 교사도 시대인재 조은정 강사(전 스카이에듀)에게 출간 전 EBS 영어 수능연계 교재를 빼돌려 제작한 문항 등을 판매해 7억 5000만 원을 벌었다.

G 교사는 위 교사들이 출간 전 EBS 수능연계 교재를 무단 유출한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집필진들은 ‘보안서약서’ 서명해야 하고, EBS 측도 유출에 대해 신신당부합니다.”

보성고 B 교사, 목동고 D 교사는 학원강사 등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 내신시험 문제에 재활용한 사실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출판 교재를 집필할 때도, 한 교재에 실었던 문제를 다른 교재에 비슷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나쁜 행위입니다. 그런데 (사교육업체에 판 문항을) 학교 시험에 재활용했다는 건 할 말이 없는 상황이죠.”

감사원에 따르면, 조정식 강사는 문항공급업체 E 대표를 통해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와 수능 특정 문항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정답도출논리를 입수한 바 있다. E 대표는 수능·모평 검토위원 출신 공립고 교사에게 정답도출논리를 입수해 조정식 강사에게 전달했다.

G 교사는 “완전한 불법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은 자신이 소속된 학교에도 노출하면 안 되는 극비사항입니다. 학교에서도 겸직허가를 위해 학교장 등 일부 관리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죠. 평가원 정답도출논리를 무단 유출한 교사도, 입수한 조정식 강사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 겁니다.”

셜록이 찾아낸 교사 4명의 ‘문항거래’ 사례 인포그래픽 ⓒ셜록

지난 14일 셜록은 ○○○컴퍼니 대표 유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대표 : “네”
기자 : “○○○컴퍼니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유 대표 : “네.”
기자 : “셜록 조아영 기자입니다.”
유 대표 : “네?”
기자 : “셜록 조아영 기자인데요. ○○○컴퍼니 통해….”(통화 종료)

재차 통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셜록은 유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조정식 강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항출제 모집공고를 올린 사실 ▲직접 현직교사와 문항거래한 사실 ▲○○○컴퍼니 명의로 문항거래 대금을 송금한 사실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16일 오전 7시 현재까지 답변은 없었다.

보도 전인 지난달 13일 셜록은 ○○○컴퍼니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담당자는 “기자에게 연락하겠다”는 말만 할 뿐, 사건에 대한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셜록

14일 셜록은 조정식 강사 측 법률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조정식 강사가 자신의 아내 회사 ○○○컴퍼니를 통해 문항거래한 사실에 대한 반론을 요청했다. 법률대리인은 “조정식 강사에게 내용 전달하고 답변 주겠다”고 말했으나 16일 오전 7시 현재까지 답변은 없는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월 ‘문항거래’ 혐의로 교사 72명, 강사 11명 등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조정식 교사도 여기 포함됐다. 조정식 강사는 지난 11일 “무혐의를 확신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셜록은 조정식 강사의 법률대리인에게 ‘검찰 측에서 무혐의 처분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는 거냐’ 물었다. 조정식 강사의 법률대리인은 “그런 건 아니지만, 법논리상 변호사로서 판단은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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