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당 건에 대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

지난 26일 오후 4시쯤 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채널에 짧은 글을 올렸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서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끝까지 지고 갈 것이다.”

“나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한 현직 교사와 조정식 강사 간 문항거래 사건을 의미하는 걸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조정식 강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짧은 입장문을 올렸다 ⓒ조정식 인스타그램

이상하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겠다며 자못 비장한 결의(?)까지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그의 말대로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잘못이 없”는 일이라면,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밝히기만 하면 그만이다.

딱 다섯 가지 질문에만 간단히 답한다면 충분하다.

하나. 현직 교사들과 문항거래를 했나.

둘. 현직 교사와 사교육 강사 간 문항거래는 금지된 거란 사실을 알았나.

셋.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통해 현직 교사들에게 문항거래 대가를 지급했나.

넷. 현직 교사로부터 유출된 출간 전 EBS 수능연계 교재를 미리 받아본 적이 있나.

다섯. 현직 교사로부터 유출된 수능 모의평가 정답 도출논리를 받아본 적이 있나.

셜록은 조정식 강사 측과 문항거래를 한 장충고 A 교사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셜록

현직 교사가 ‘누구나 서점에서 살 수 있는 문제집’에 문항을 출제하는 것은 사전에 겸직허가를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직 교사가 ‘특정 학원 수강생들만 볼 수 있는 교재나 모의고사’ 문항을 출제하는 것은 겸직허가를 받든 안 받든 불법이다.

그동안 조정식 강사는 공개적으로 ‘현직 교사와 문항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 측 공식 입장문에서도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한다며 “해당 교사에게 5800만 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할 뿐, 문항거래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정식 강사가 장충고 A 교사와 문항거래를 한 사실이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 강사는 A 교사의 연락처를 문항거래업체 대표 E에게 전달했고, A 교사는 조 강사의 교재에 쓰일 문항을 제작해 판매했다. 그 대가로 A 교사는 5800만 원을 받았다. 첫 문항거래 대금인 200만 원을 조정식 강사가 직접 A 교사에게 송금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정식 강사는 지난해 1월 6일과 16일 두 차례 감사원 문답조사를 받았다. 조 강사는 ▲자신이 직접 A 교사에게 문항거래 대금 200만 원을 송금한 사실과 ▲장충고 A 교사에게 문항 제작을 의뢰한 이유를 진술했다.

“EBS 교재 집필경력이 있다는 것은 수능에 가까운 양질의 문항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유 등으로 □□(A 교사)에게 문항제작을 의뢰”(감사원 보고서 600쪽)

지난 2월 감사원은 현직 교사 249명이 사교육업체와 문항거래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셜록

조 강사와 ‘문항거래’ 교사들 사이에는 문항공급업체가 있었다. 감사원은 문항공급업체 역시 조정식 강사가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영어강사 ☆☆(조정식)는 ●●(문항공급업체) 운영”(감사원 보고서 29쪽)

“☆☆(조정식)는 자신의 연구소 직원이었던 사람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문항공급업체)를 설립·운영”(감사원 보고서 98쪽)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 곳의 문항거래업체를 통해 조정식 강사와 거래한 현직 교사만 21명. 실제 조정식 강사 측과 문항거래를 한 현직 교사의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셜록은 조정식 강사 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를 통해 문항거래를 한 또 다른 현직 교사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다른 교사들과도) 저처럼 ○○○컴퍼니 등 중간 업체를 통해서 거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셜록이 만난 G 교사는 조정식 강사 부인의 회사로부터 문항거래 대금을 받았다 ⓒ셜록

조정식 강사를 향한 의혹은 현직 교사와의 문항거래만이 아니다. 장충고 A 교사가 유출한 ‘출간 전 EBS 수능연계 교재’ 두 권도 조정식 강사에게 전달됐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공립고 교사가 유출한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와 수능 영어 특정 문항에 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답도출 논리도 조정식 강사에게 흘러 들어갔다. 모두 감사원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조정식 강사 측과 문항거래를 했지만 이후 불법임을 알고 중단한 G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은 자신이 소속된 학교에도 노출하면 안 되는 극비사항입니다. (…) 평가원 정답도출논리를 무단 유출한 교사도, 입수한 조정식 강사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 겁니다.”

장충고 A 교사는 조정식 강사에게 문항을 제작해 판매하고, 출간 전 EBS 교재를 유출한 정황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셜록

현재 조정식 강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조정식 강사는 26일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적어도 나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해 부끄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조정식 강사는 과거 감사원 조사에서 현직 교사와의 문항거래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현재는 “부끄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문항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말인지, 그 정도는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는 말인지 모호할 따름이다.

셜록이 찾아낸 ‘문항거래’ 교사들은 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 수능·모의평가·전국학력평가 출제 및 검토위원 경력이 있었다. 그들은 많게는 억대의 대가를 받고 학원과 강사들에게 문항을 팔았다.

‘1타강사’ 적중률의 비밀이 문항거래라는 걸, 학생들은 알았을까. ‘스타강사’ 명성의 배경에는 수십 명의 현직 교사들과 한 거액의 문항거래가 있었다는 걸, 학부모들은 알았을까.

조정식 강사는 지난 2020년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그의 연봉이 “최고 잘나가는 연예인” 수준이라고 언급되기도 했다. 그가 지금 그 자리에서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믿는 학생과 학부모들 덕분이다. 해당 방송에서 조정식 강사는 자신을 “공공재”라 표현하기도 했다.

셜록의 보도로 현직 교사와의 문항거래 사건이 알려진 뒤, 조정식 강사의 tvN 교양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촬영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조정식 강사는 고정 출연 중인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2’에 편집 없이 출연 중이다.

조정식 강사는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2’에 출연 중이다 ⓒ채널A

법적 책임은 앞으로 검찰과 법원이 가릴 문제다. 하지만 조정식 강사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사실을 있는 대로 밝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셜록은 지난 5월 13일 조정식 강사 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를 찾아가 반론 취재를 요청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조정식 강사와 메가스터디교육에 각각 서면질의서와, 취재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6월 10일 셜록이 첫 기사를 보도한 뒤, 조정식 강사의 법률대리인이 “문항거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연락해왔다. 그리고 하루 뒤에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한다는 ‘공식 입장문’이 나왔다.

6월 14일 셜록은 조정식 강사 부인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재차 반론 취재를 요청했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조정식 강사의 법률대리인 역시 답변이 없었다.

그러던 중 26일 인스타그램에 “잘못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조정식 강사는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아직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얽혀서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히는 게 핵심이다. 그것이 우리가 조정식 강사에게 기대하는 책임이다.

인스타그램 글 첫 문장은 이렇다.

책임을 지는 게 남자답게 아니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배웠다.”

26일 오후 7시 37분 기준 조정식 강사의 인스타그램 글은 삭제됐다.

27일 조정식 강사를 대리하는 두 변호인에게 각각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셜록은 ▲조정식 강사가 해당 입장문을 게시한 이유 ▲입장문을 삭제한 이유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변호인은 조정식 강사의 입장문에 대해제가 모르는 일이라며기존 입장 외에 더 드릴 말씀 없다고 답했다.

[셜록이 보도한 조정식 강사 문항거래 관련 기사]
☞ ‘1타강사’ 조정식에게 문제 팔고 수천만원 받은 교사
☞ ‘조정식 문항거래’ 감사원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 “조정식 부인 회사 통해 문항거래 대가 받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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