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장충고 A 교사와 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의 문항거래 사건 등 현직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의 문항거래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 2월 감사원은 학원 및 학원강사와 문항거래를 한 현직 교사 249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EBS 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에 참여했거나, 수능·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었다. 그런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하는 행위는 특정 학원이나 강사에게 수능 출제 경향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

2016년 교육부는 현직 교사가 학원 교재용 문제를 만들어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렸다. 적발될 경우 최대 파면 또는 해임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2월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서울 장충고 A 교사와 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를 비롯한 문항거래 사건이 담겨있었다. ⓒ셜록

10일 셜록의 보도 이후, 조정식 강사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셜록에게 반론을 전했다. 문항거래 사실을 부인한다는 내용. 11일 발표한 공식입장에서도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확신한다며 다시 한번 부인했다.(관련기사:<‘1타강사’ 조정식에게 문제 팔고 수천만원 받은 교사>)

의아했다. 감사원 보고서와 조정식 강사의 반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 2월 감사원이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시태 점검 공개문(이하 감사원 보고서)>에는 A 교사와 조정식 강사 간의 문항거래 정황이 자세히 적혀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A 교사는 조정식 강사 포함 11개 학원에 문항을 판매했다. A 교사는 그 대가로 약 2억 3800만 원을 받았다. 조정식 강사 측에 문항을 판매해 얻은 수익만 5800만 원이다.

A 교사는 감사원 조사에서, 메가스터디 직원으로부터 조정식 강사의 ‘월간지 모의고사’에 사용될 문항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A 교사)는 2023.12.12.및 같은 해 12.21. 감사원 문답조사 시 ●●(문항공급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경위와 관련하여 ◎◎(메가스터디) 직원으로부터 모의고사 출제 의향이 있는지 연락을 받았고 (…) 판매 문항은 ☆☆(조정식)의 월간지 모의고사에 사용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고 두 번에 걸쳐 일관되게 진술”(감사원 보고서 598쪽)

조정식 강사는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2’에 출연 중이다 ⓒ채널A

A 교사가 문항거래 제안을 승낙하자, 메가스터디 직원은 조정식 강사에게 A 교사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그리고 조정식 강사는 A 교사의 연락처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감사원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바로 문항공급업체 대표 E였다.

“◯◯(E 대표)도 2023.11.13. 감사원 문답조사 시 ☆☆(조정식)로부터 □□(A 교사)를 소개받았고 2020.9.11. ☆☆(조정식)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A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문항 제작을 의뢰하고 제작된 문항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문제집과 모의고사 등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말해도 된다고 하였으므로”(감사원 보고서 599쪽)

“☆☆(조정식)은 자신의 연구소 직원이었던 사람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문항공급업체)를 설립・운영”(감사원 보고서 98쪽)

A 교사는 매달 문항을 만들어 판매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판매한 문항 10개에 대한 거래대금 200만 원은 조정식 강사가 직접 이체했다.

“◯◯(E 대표)는 2023.11.13. 감사원 문답조사 시 □□(A 교사)가 최초로 문항공급업체(가자)에게 판매한 문항(10개) 대금은 ☆☆(조정식)가 2021.1.8. □□(A 교사) 명의의 계좌에 직접 이체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조정식)도 2024.1.6. 감사원 문답조사 시 자신이 직접 □□(A 교사)에게 최초 문항거래 대가(200만 원)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지급한 바 있다고 진술”(감사원 보고서 599쪽)

감사원은 장충고 A 교사가 조정식 강사 등 11개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하고 약 2억 3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셜록

A 교사는 문항당 최대 20만 원까지 받았다. 20만 원은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그 이유도 감사원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정식)도 2024.1.16. 감사원 문답조사 시 EBS 교재 집필경력이 있다는 것은 수능에 가까운 양질의 문항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유 등으로 □□(A 교사)에게 문항제작을 의뢰하였으며 (…) 교원들이 문항당 단가가 높은 업체에 질 좋은 문항을 공급할 것으로 생각하여 주변 시세보다 높게 대가를 지급했다고 진술”(감사원 보고서 599쪽)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직 교사 21명이 조정식 강사 측과 문항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BS 집필진 출신 교사와 문항거래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문항공급업체 E 대표는 감사원 조사에서 “직·간접적으로 수능 관련 정보를 얻을 기회를 가졌다”고 진술했다. 현직 교사가 직접 만든 문항을 통해서 수능 경향을 파악하고, 출간 전 EBS 교재를 사전에 받아보고, 수능·모의평가 정답 도출 논리까지 입수할 수 있었다.

“◯◯(E 대표)도 20203.11.13. 감사원 문답조사 시 (…) ●●(문항공급업체)와 거래한 21명(교사)은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 서울특별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항 출제 참여경력을 가진 교원으로서 ☆☆(조정식)가 이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능 영어문항의 난이도, 출제방향 등 수능 관련 정보를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므로 다른 사교육업체보다 높은 단가를 지급했을 것을 생각한다고 진술”(감사원 보고서 599쪽)

문항거래 EBS교재 수능특강 ⓒ셜록

감사원 보고서에는 조정식 강사가 ‘출간 전 EBS 수능연계 교재’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E 대표는 조정식 강사에게 지시를 받고 A 교사를 통해 출간 전 EBS 교재를 구했다고 감사원에 밝혔다. 다만, 조정식 강사는 지시한 사실을 부인했다.

“◯◯(E 대표)는 2023.11.14. 감사원 문답조사 시 ☆☆(조정식)가 □□(A 교사)로부터 ‘2022학년도 EBS 수능특강 영어영역’과 ‘EBS 수능특강 독해연습’ 문제집 파일을 받아달라고 지시하였다고 진술한 반면, ☆☆(조정식)는 2024.1.16. 감사원 문답조사 시 증명할 길은 없으나 자신은 그런 파일을 달라고 ◯◯(E 대표)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자신이 그 파일을 열람한 사실은 있으나 문항 제작 등에 활용한 적은 없다고 진술”(감사원 보고서 590쪽)

조정식 강사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출제의도’를 알아낸 정황도 감사원 보고서에 들어 있다. 조정식 강사는 E 대표에게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문항에 대한 평가원 의견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조정식)는 2022학년도 9월 모평 시행일인 2021.9.1. ◯◯(E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영어문항을 판매하는 교사를 통하여 9월 모평 영어영역 37번 문항에 대한 평가원 의견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감사원 보고서 592~593쪽)

문항거래가 적발된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셜록

여기서 또 한 명의 현직 교사, 서울 공립고 F 교사가 등장한다. F 교사는 여러 차례 수능·모평 출제 경력이 있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E 대표는 조정식 강사의 요청을 받은 뒤 F 교사에게 연락해 출제의도 등 내밀한 정보가 담긴 평가원 의견을 알아냈다. 그 정보가 조정식 강사에게 전달됐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F 교사)는 2022학년도 9월 모평 문항과 관련하여 평가원 박사에게 확인한 정답 도출 논리와 자신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2022학년도 수능 문항의 복수정답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의 사교육업체(☆☆(조정식)에 전달하였다.”(감사원 보고서 594쪽)

셜록은 위와 같은 감사원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통해 조정식 강사와 A 교사를 특정했다. 그리고 감사원이 △문항거래 △수능·모의평가 정답도출논리 입수 △출간 전 EBS 교재 유출 파일 열람 등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4월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문항거래’ 사건으로 입건된 126명 중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직 교사 72명, 사교육업체 법인 3곳, 강사 11명 등이다. 조정식 강사와 A 교사도 여기 포함됐다.

감사원 보고서 전문은 감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장충고 A 교사와 메가스터디 조정식 강사의 문항거래 인포그래픽 ⓒ셜록

셜록은 지난달 13일부터 반론 취재를 위해 조정식 강사에게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조정식 강사 아내가 대표자로 있는, 조정식 강사의 교재 제작업체를 직접 방문했다. 조정식 강사와 메가스터디교육에 질의서를 이메일로 발송했고, 메가스터디교육에는 등기 우편으로 같은 질의서를 또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10일 셜록의 보도 이후, 조정식 강사는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문항거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정식 강사의 법률대리인은 ▲조 강사와 문항공급업체 E 대표의 관계 ▲조 강사가 E 대표에게 장충고 A 교사 연락처를 직접 전달했다는 감사원 보고서 내용 등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11일 조정식 강사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래는 조정식 강사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공식입장 전문.

“최근 한 언론사가 보도한 조정식 강사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강사의 명예와 사회적 신뢰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정식 강사와 저희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조정식 강사는 사건의 해당 교사에게 5,800만 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에서 엄정한 수사 절차를 거치고 있는 중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향후 수사 결과를 통해 명확히 밝혀질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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