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기자와 저만의 즐거운(?)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권익위 앞 인증사진’을 얼마나 색다르게 찍을 것인가 하는 겁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문제해결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보도로 그치지 않고 직접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셜록은 그런 실천을 ‘액션’이라 부르죠.
김보경 기자는 명실상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액션스타’입니다. 각종 신고, 진정, 고발, 청구, 소송까지, 김보경 기자는 수많은 ‘액션’들을 해왔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만 나열해도 이 정도입니다.
- 국외훈련 보고서 표절 검사 부패행위 신고 1차
- 국외훈련 보고서 표절 검사 부패행위 신고 2차
- 국외훈련 ‘먹튀판사’ 부패행위 신고
- 법무부 검사 국외훈련 논문 정보공개 소송
- 의료면허 취소 누락 보건복지부 부패행위 신고
- 의료면허 취소 누락 검사들 공수처 고발
- 법조기자단 개방 인권위 진정
-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
- 상수도관 담합 관련 뇌물·사기 혐의 고발
- 미성년 공저자 부정논문 정보공개 행정심판 청구
활동가나 정치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 봉투를 가슴팍쯤에 들고 어떤 기관 현판 앞에서 찍은 사진들, 신문에서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저희도 ‘액션’을 할 때 그런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거 너무 식상한데. 어떻게 하면 좀 색다르게 찍지?’

김보경 기자의 ‘액션’이 많아질수록, 저희의 창의력은 더 시험받게 됐습니다. 카메라는 주로 제가 듭니다. 카메라 앞에는 김보경 기자가 서죠. 신청서나 진정서, 청구서나 고발장 등이 든 ‘각대봉투’를 들고서 말입니다.
쑥스러움도 이겨내야 하고, 가끔은 저희를 경계하는 경찰들과 말씨름을 벌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처럼 팔을 뻗고도 찍고, 레드카드를 꺼내는 축구 심판처럼도 해보고, 태극기 앞에서도 찍어보고,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사에 들어가는 건 ‘사진 한 장’뿐이지만, ‘액션’의 순간을 기록한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궁리하고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모두 즐거운 고민의 연속입니다.
보도에는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액션’에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자신감’입니다. 취재와 보도가 충실하지 못했다면, 그 과정에서 확실한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면 ‘액션’까지 이어질 수가 없습니다. 셜록이 ‘각대봉투’를 들고 국민권익위원회 앞으로 가는 순간은, 바로 그 자신감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즐거울 수밖에요.
하지만 다른 생각도 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기자는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는 전통적인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인 언론계에서는, 셜록의 ‘액션’을 의아하게, 아니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말에 받은 ‘소식’은 정말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김보경 기자의 프로젝트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2025년 4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원래 ‘이달의 좋은 보도상’은 매달 선정하지만, 올해는 내란정국과 대선 모니터링 활동 등으로 시상이 미뤄졌다 하네요.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프로젝트는, 국민의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뒤 ‘표절 보고서’를 제출한 검사들을 고발한 탐사보도입니다. 2022년 12월 보도를 시작해, 올해 3월까지 25편의 기사를 선보였습니다.(첫 기사 :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수상 소식이 더 반갑고 고마웠던 건, 민언련이 밝힌 ‘선정 이유’ 중 이 대목 때문입니다.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은 검사 국외훈련 실태를 추적해 제도 허점을 악용한 검사들의 논문 표절과 세금 낭비 실태를 고발했다. (…) 국가인권위(국민권익위) 등에 신고해 훈련비 환수 조치를 이끌어내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셜록은 보도에 그치지 않고, ‘표절 보고서’를 제출한 전·현직 검사들을 직접 부패행위로 신고했습니다. 두 차례 신고를 통해 처음엔 5명, 이후에 1명이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당했습니다. 셜록의 끈질긴 추적과 ‘액션’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사례였습니다.(관련기사 : <[해결] 셜록이 또 해냈다… 검사 ‘공짜유학’ 훈련비 환수>)
민언련의 ‘선정 이유’를 통해 셜록의 보도뿐 아니라 ‘액션’의 의미를 짚어준 점이 인상적입니다. 셜록은 ‘언론답지 않은 일을 하면서, 가장 언론답게 세상을 바꾸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셜록의 마음을 민언련의 심사위원들이 알아주신 것만 같아 더 없이 고맙습니다.

2025년 우리는, 검찰정권의 붕괴를 목격했습니다. 만능의 검이자 무적의 방패였던 검사의 특권. 검사는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고, 검사에게 찍힌 사람은 죄 없이도 벌을 받는다는 게 이 사회의 비밀 아닌 비밀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외훈련비 수천만 원을 쓰면서도 ‘쉬러 가는 것’이라 여기던 검사들의 관행. 다른 공무원들은 징계 받고 환수당해도 검사들은 건드릴 수 없다는 특권. 셜록의 보도가 그 단단한 벽에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었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셜록의 ‘표절 검사’들을 고발한 데 이어, ‘먹튀 판사’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렸습니다.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뒤 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판사들입니다.(관련기사 : <보고서도 안 쓰고 공짜유학… ‘먹튀판사’ 6명 찾았다>) 셜록은 이들 역시 직접 신고했습니다.
현재 일부만 공개하고 있는 검사들의 국외훈련 보고서를 전부 공개하라는 소송도, 법무부를 상대로 2년째 이어가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액션] 셜록이 소송을 시작한다… 검사들 ‘표절논문’ 잡으러>)

제가 참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검사 국외훈련 문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던 즈음에도 여러 관계자(?)들이 그 말을 했습니다.
“그건 원래 그런 거야.”
셜록이 하는 일은, ‘원래 그런 것’으로 여겨지던 ‘원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또 한 번 김보경 기자와 함께 국민권익위 앞에서 ‘참신한 포즈’를 고민하는 순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셜록의 ‘액션스타’ 김보경 기자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