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를 안 이후 다짐한 게 있습니다. 좋은 일을 지향하더라도 함부로 “좋은 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자고 말입니다. 김장하 선생이 삶으로 보여주듯이 진짜 좋은 사람은 자기가 한 일을 말하지 않으니까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 여러분에게 공유할 게 있습니다. 셜록과 지한구 선생님은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영남공업고등학교에 장학금 3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셜록에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연재하는 지한구 선생님이 일하는 곳입니다.

대구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지한구 교사. ⓒ지한구

지한구 선생님의 원고료는 모두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오래전에 밝혔으니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2023년 추석 때처럼 이번에도 돈을 전달하며 학교 측에 하나만 당부했습니다.(관련기사 : <셜록이 준 원고료, 공고 아이들 장학금으로 썼습니다>)

“성적과 무관하게 돈이 필요한 학생에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자체 기준과 판단을 거쳐 학생 10명에게 돈을 배분했습니다. 학업 성취도와 관련이 없는데도 ‘장학금’이라 적으니 이게 맞는 표현인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적절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아 그대로 갑니다.

지한구 선생님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유독 떠오르는 학생이 있습니다. 바로 수중의 마지막 1000원을 동생 차비로 주고 자기는 약 2시간을 걸어서 지각 등교했다는 아이입니다.(관련기사 : <마지막 천원 양보하고 걸어서 등교… 이 학생 지키고 싶다>)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지한구 선생님의 연재 글을 볼 때마다 비슷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공간일까.’

지한구 선생은 스무 편의 연 글로 우리에게 질문했습니다.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사진은 가스통을 재활용 해 캠핑용 화로를 만드는 공고 학생. ⓒ지한구 제공

학교 관련 좋은 뉴스 보기 어려운 세상이어서 그랬을까요. 지한구 선생님의 글이 주는 고민은 신선했습니다. 대학입시와 조금 동떨어진 공고 이야기에서 학교의 의미와 역할을 그려봤으니,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누구 탓할 것 없이, 저 역시 학교를 입시의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겁니다. 지한구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고정관념을 흔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쓴 글의 한 토막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누군가는 공고에 다니는 아이들을 ‘문제아’, ‘낙오자’라 부르곤 한다. 이런 가혹한 차별과는 상관없이 나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처음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모범생이 있으면 사고뭉치가 있고, 1등이 있으면 꼴등이 있으며, 비장애인이 있으면 장애인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이들이 한데 섞여 공부하고, 놀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다투고, 갈등하고 또 화해하는 곳, 그게 바로 학교니까.”

학교를 이렇게 아름답게 정의할 수 있다니요. 그것도 학생에 이어 이젠 교사마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한국에서 말입니다. 결국 지한구 선생님이 알려준 건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학교의 모습입니다.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아이일수록 학교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과 함께 말입니다.

이 사진을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으실 겁니다. 제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직접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입상한 지한구 선생님. ⓒ지한구

셜록은 지한구 선생님이 알려준 그 학교의 역할과 가능성을 믿고 지지합니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사회적 인식과 반대로 셜록 장학금이 공고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다 밝힐 순 없지만, 그동안 셜록이 영남공고에 전달한 장학금은 꽤 됩니다.

이런 사실을 공유하는 건 이 모든 게 셜록의 친구 왓슨 여러분과 함께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셜록은 왓슨 여러분의 구독료(후원)로만 운영합니다. 결국 우리가 함께 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한구 선생님의 글을 묶은 책이 다음주(10월 20일께) 세상에 나옵니다. 제목은 <공고 선생 지한구>입니다. 우리에겐 또 한 번 울고 웃을 일이 생겼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 인사 드리겠습니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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