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물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이와 같은 상황’이 군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대체 뭐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까.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중 ‘어떤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 대한 상세한 진술은 합동참모본부 소속 ‘익명의 군인’에게서 나왔다.
“(합참으로) 작전 상황들이 종합이 되는데 그날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특전사나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로 이동하는 것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보니까 국회에 군인들이 나간 것을 보고서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나간 부대가 있구나’ 하고 그때부터 각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어느 부대가 몇 명이 출동했다는 것도 몰랐고,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가 있는 줄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대 이동이 합참에게도 보고되지 않던 상황.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조차 이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뉴스타파 <[다시 쓰는 공소장] 이진우 진술 공개, 수방사가 ‘반란군’인 이유> 홍우람 기자, 2025. 4. 17. 재인용)
훈련도 아닌 무려 ‘계엄’ 작전 상황에 어째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27년 경력의 군 통신 전문가, 김현석(59)이다.

그가 만든 ‘위성 위치보고장치(PRE)’가 바로 비밀의 열쇠다. 2024년 2월 우리 군에 도입된 위성PRE는 지상·해상·공중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 및 음성통신이 가능한 장비다. 지휘관들이 작전 중 이를 지참하면, 실시간 부대 위치가 자동으로 합참 스크린 상황판에 뜨게 된다.
김현석은 이 장비의 개발자이자 ‘유일한’ 유지․보수 기술자였다. 12.3 계엄 이후 군부대를 방문해 기술지원 업무를 하던 중, ‘그날 위성PRE를 쓰지 않았다’는 증언을 들었다. ‘상부의 명령’ 때문에. 다른 부대, 다른 군인들에게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물증을 남겨둔 군인도 있었다. 이름하여 ‘12.3’ 폴더 안에 계엄군 이동 기록을 보존해둔 것. ‘군복 입은 시민’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증거를 받아든 그는, 결국 제보에 나섰다.
“계엄이 시작됐을 때, 첫 번째 부대는 (건물) 앞으로, 두 번째 부대는 옆으로, 세 번째 부대는 반대편 옆으로 출동했더라고요. 큰 건물에서 서로 다른 위치로 나온 이 부대들의 통신 세팅이 똑같아요. 건물 안에서 지시를 받고 똑같이 세팅을 하고 나왔다는 거죠.” (김현석)
여섯 번째 부대까지는 ‘매뉴얼대로’ 위치보고장치를 지참했고, 그 정보가 모두 기록됐다.
“그리고 일곱 번째 부대가 등장해요. 이 부대부터 위치보고장치를 안 가져갑니다. 그 시각부터 전체 계엄군이 다 안 썼어요.
계엄 선포되고 첫 부대 집합까지 19분 걸렸거든요. 여섯 번째 부대까지 집결하는 데 17분 걸렸고요. 그러니까 19분 더하기 17분, 계엄 선포 이후 약 36분을 전후해서 뒤늦게 명령이 내려간 겁니다. 위치보고장치를 쓰지 말라는.” (김현석)

무장한 군인들이 합법적 지휘·통제 시스템 밖에서 이동했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임인 만큼, 법적인 책임도 가볍지 않다. 군 법무관 출신 차진태 변호사(법률사무소 열)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군 형법상 반란죄 문제가 생기거든요. 병력 이동을 왜 합참에게 보고를 안 합니까? 그 자체가 반란인 거예요. 대한민국에 이거보다 큰 죄가 있습니까?” (차진태)
군 형법상 반란죄의 형량은, 수괴는 ‘사형’. 중요 임무에 종사한 사람과 살상·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게 돼 있다(제5조).
12.3 계엄을 주도한 자들조차, 당시 계엄군 부대 위치를 몰랐다는 증언은 여럿 있었다. ‘내란우두머리’ 윤석열 역시. 계엄 해제 이틀 뒤,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다.
“707(제707특수임무단)이 이동할 때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라고 (윤석열의 전화를) 한 번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질문 : 대통령이 직접 전화했습니까?)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유튜브 ‘주블리 김병주’ <‘내란계엄’ 핵심 특전사령관, 양심고백> 2024. 12. 6.)
나흘 뒤에는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의 증언도 나왔다. 그 역시 부대 이동을 몰랐다.
“지휘통제실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 ‘수방사 지역으로 이동하는 항공기가 있다’ 제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행기(헬기)가 어디에서 떠서 어디로 가는지 도착지가 어딘지 이런 내용은 사실 없는 상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024. 12. 10. 국회 국방위원회)
계엄사령관도,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도 계엄군 부대 이동을 몰랐다는 말.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김현석의 제보 내용과 이 상황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위치보고장치를 쓰지 말라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합참의 실시간 지휘·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된 상황. 이유가 뭘까. ‘합참 패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계엄 주도세력이 김명수 당시 합참의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은 줄곧 제기돼왔다. 법적으로 계엄 업무는 합참의 일이다(합동참모본부 직제). 계엄사령관 임무 수행도 합참의장의 몫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윤석열은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원래 각군 본부는 계엄에 관한 권한이 아예 없어요. 계엄은 합참이 해야 되는 거예요. 위치보고장치를 쓰면 자동으로 (부대) 위치 보고가 올라가서 합참이 알잖아요. 그걸 막은 것 같거든요. (…) (12.3 계엄) 이거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차진태)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그때 북한의 ‘국지 도발’이라도 있었다면.
“도발에 제일 먼저 대응해야 하는 합참은 우리 병력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잖아요. 이건 중대한 부분이죠.
(김현석 씨 제보는) 몇몇 사람들이 합참을 ‘패싱’ 하면서 자기들만의 목적을 위해 국가 안보까지 상당 부분 포기해버렸다는 증거가 될 수 있어요. ‘부대 위치보고는 합참에 자동으로 되는 건데 그날은 왜 안 됐나’ 이걸 파고들었어야 하는데….” (차진태)

12.3 계엄 이후 윤석열과 내란 세력들은 계엄이 ‘합법적인 통치행위’라 항변했다. 김현석의 제보는 계엄군의 불법적 작전 수행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직후를 생각해보면, 계엄군 장성들이 어떻게든 발뺌을 해보려던 상황이 있었어요. 거기서 김현석 씨 제보로 규명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꽤 있었던 거예요. 누구를 상을 주고 누구를 벌해야 될지 따질 근거가 되잖아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었죠.” (김용환)
김현석과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김용환 씨의 말이다. 그의 말에는 아쉬움을 넘어서는 ‘원통함’이 묻어 있었다. 이유가 있다. 김현석이 국회의원실과 1차 내란 특검에 제보한 때가 2025년 6~7월. 하지만 제보는 ‘명령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1년이 넘도록.
올가미는 거꾸로 씌워졌다. 2026년 7월,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은 제보자 김현석을 압수수색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영장에 묘사된 그는 거의 ‘간첩’에 다름없었다. 회사에 사표를 냈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한강 둔치에 세워둔 승합차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과거 ‘홍제동 대공분실’이라 불리던 악명 높은 곳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그의 회사 동료 등 주변 인물들까지 불러 조사를 했다. 27년간 군에 헌신해온 그의 자부심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관련기사 : <천재, 제보자, 그리고 ‘간첩’… 내 이름은 무엇입니까>)

“김현석 씨한테는 (군의 불법 행위를) 신고할 의무가 없죠. 또 이 제보가 그분한테 주는 어떠한 이익도 없어요. 내란의 실체를 밝힌다는 순수한 공익적 목적이 커 보였어요. 이런 제보자가 꺾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좌절하고 꺾이면 안 된다….” (이은미)
이은미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팀장의 말.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참여연대는 김현석 ‘무혐의’ 탄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지난 15일 시민 8702명의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김현석의 제보는 김현석 혼자 한 일이 아니다. 계엄 당시 명령에 따라 위치보고장치를 쓰지 않았다고 증언해준 군인들, 그 증거를 담은 ‘12.3’ 폴더를 남겨둔 군인. 계엄군 내부의 ‘이름 없는 제보자’들의 용기가 김현석의 이름으로 함께 세상에 전해진 거였다.
김현석이 군사기밀 유출의 죄로 처벌받는 것 역시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남몰래 용기를 낸 ‘군복 입은 시민들’의 양심마저 꺾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김현석 씨가 완성해주셨지만, 그 안에는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개개인들의 노력들이 하나로 뭉쳐진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보 내용의 가치도 가치 있지만, 제보 행위 자체가 굉장히 가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은미)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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