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아침. 검은 양복 차림의 수사관들이 한 회사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손에는 압수수색 영장이 들려 있었다. 죄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전날 밤샘 작업을 하고 작업실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김현석 씨는 영문도 모른 채 내쫓기듯 밖으로 나왔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주머니에는 신용카드 한 장뿐이었다. 휴대폰도 노트북도 모두 압수됐다.

“무슨 잡범 때려잡듯 우르르 들어오더군요. 나이 든 엔지니어 하나 조사할 일 있으면 파출소 순경 둘이면 될 텐데, 수십 명이 몇 달을 준비해서 왔습니다.”

김현석 씨는 27년간 우리 군의 통신 장비를 만들어온 전문가다. 그가 개발한 ‘위성PRE(위성위치보고장치)’는 부대의 위치를 위성으로 합참에 자동 보고하는 지휘통제 시스템. 방위사업청이 2024년 2월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내서 자랑한, 바로 그 장비다.

김현석 씨가 개발에 참여한 위성PRE(위성위치보고장치) 단말기 실물 ⓒ셜록

“그날(비상계엄)은 그 장비를 안 썼습니다. 위에서 끄라고 해서요.”

부대 위치를 합참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장비가, 비상계엄 작전 당시 꺼져 있었다는 한 군인의 증언. 김현석 씨는 “일부 부대가 아니라 이어진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현석 씨는 하나의 단서를 발견했다. 특전사령부의 점검용 PC에 남겨진 ‘12.3’이라는 이름의 폴더. 원래라면 하루 뒤 삭제됐어야 할 로그 기록을, 내부의 누군가가 지우지 않고 남겨둔 것이었다. 김현석 씨는 폴더 속 기록을 분석하면서, 계엄 당시 위성RPE 장비를 끈 채로 작전이 수행된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군복 입은 용감한 시민들이 저에게 증거를 보여준 겁니다. 그걸 보고도 제가 참아야 합니까?”

계엄 이후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은 “병력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증언했고, 계엄군이 탄 헬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비행을 승인했다고도 했다. 계엄을 지휘한다는 사령관조차 자기 병력의 위치를 몰랐다는 뜻. 어째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국민들은 의아했다. 어떤 이들은 ‘멍청한 군인들’이라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그들이 멍청해서, 또는 준비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김현석 씨가 제보한 ‘12.3’ 폴더 안에는, 그런 의아한 상황을 해석하는 증거가 들어 있었다.

김현석 씨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위성 PRE’를 사용하지 않은 채 작전을 수행했다고 제보했다. ⓒ셜록

지휘통제 시스템 밖에서 무장한 군 부대가 이동했다? 그 자체로 군형법상 ‘반란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죄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명령한 자는 누구일까? 김현석 씨는 이 내용을 여러 국회의원실과 특검에 제보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수사는 진전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날 갑자기, ‘검은 양복들’이 그를 덮쳤다.

압수수색 이후 김현석 씨는 회사를 떠났다. 스스로 “간첩 취급을 받았다”고 토로한 그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은 한강공원에 세워둔 승합차 안에서 주로 지낸다. 그런 그를 두 달간 지켜본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억울해서 집에서 편히 잠을 못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을 알린 공익제보자가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이 나라에서 누가 입을 열 수 있을까. 분명한 건 하나다. 수사의 과녁은 처음부터 잘못 겨눠졌다. 그 과녁을 바로잡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 12.3 내란 공익제보자 김현석 씨의 ‘무혐의’ 탄원에 동참해주세요.
▶️ 탄원 링크 : pp21.org/123-folder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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