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토리펀딩에서 2015년 6월 3일 공개한 기사입니다. 스토리펀딩에서 보기]

사회인 야구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지금이라도 장비 동원해서 파볼까? 들여서라도 정말 파보고 싶네..”

황상만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은 느린 걸음으로 야구장을 살폈다. 지난 5 25일의 일이다. 이곳은 그에게 오기와 좌절의 현장이다. 그는 진실을 영원히 땅속에 묻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기를 부렸고, 15 아이의 누명을 벗기지 못해 끝내 좌절했다.

과거 쓰레기매립장이었던 곳은 이제 사회인 야구장으로 바뀌었다.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셜록

사회인 야구팀이 경기를 하는 곳에 진실이 묻혀 있는지도 모른다. 익산 택시기사 살해에 이용된 칼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있다. 곳은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익산시 용안 쓰레기매립장. 내막은 이렇다.

2000 8 10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15 최성필(가명)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 3 지난 2003 6 5 황상만 반장이 진짜 살인범 OO 체포했다.

엉뚱한 범인을 잡은 익산경찰서, 이를 검증 하고 묵인한 검찰, 최성필에게 징역 10년을 신고한 법원 모두곡소리 나게생겼다. 곡소리는 나지 않았다. 최성필만 10 동안 감옥에서 울었다. 반장이 OO 구속시켜달라고 하면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자꾸 구속영장청구를 반려했다. 그럴 듯한 이유가 있었다.

‘김OO 범행에 이용한 칼을 찾아오라!’

3 살인에 이용된 . 살인범도 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찾을까. 황상만의 오기가 발동했다.

수사결과 칼은 익산 용안 쓰레기매립장으로 듯했다. 황상만은 쓰레기장을 직접 파보겠으니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그는 요청서에 이런 내용까지 적었다.

청소미화원 김OO을 상대로 탐문한 바, (살인범 김OO이 살던) 부송동 단독주택에서 나온 쓰레기는 용안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한다고 함. 매립지를 확인한 바, 가로 40m-세로 30m-깊이 약 10m 지점에 (쓰레기를) 매립하였다하니, 파면서 확인 작업을 해야 함.

수사를 지휘한 OO 검사는 요청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칼에 대한 특정이 부족하다 이유를 들었다. 물론 OO 범행에 사용한 칼이 쓰레기매립장에 묻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검찰이 OO 계속 풀어줄만큼 황상만을 비롯한 군산경찰서 수사팀의 수사는 부실했을까? OO 범행 당사자가 아니면 없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자백했다. 군산경찰서가 확보한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은 물론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도 그의 자백과 일치한다.

김OO이(왼쪽)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는 모습. ⓒ군산경찰서

이번엔 검찰 쪽을 따져보자. 살해 도구인 칼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OO에게 자유를 검찰의 선택은 과연 합당했을까칼을 봤다는 여러 사람의 진술을 하나씩 살펴보자. 이들의 말은 여러 점에서 놀랍도록 일치한다. 살인범의 말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종이 상자에 든 새 칼을 케이스 통채로 가방에 넣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오른 손으로 잡고 있던 칼로 택시기사를 공격하자 칼 끝에 뼈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에 마구 찔렀습니다.” – 2000년 6월 5일 김OO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자백에 따르면, 범행 OO 친구 OO 집으로 도주했다. 칼을 OO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숨겼다. OO 당연히 칼을 봤다. 그는 이렇게 진술했다

“칼집(종이로 된 케이스) 안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가정집에서 쓰는 식칼이었는데 칼끝이 휘어 있었습니다. 칼날에 피가 묻어 있었고, 돼지비계 모양의 지방분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칼을 내 침대 매트리스 밑에 넣어뒀습니다.” – 2003년 6월 5일부터 다섯 차례 일관되게 경찰에게 진술

OO 택시기사를 살해할 끝에 뼈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말했다. OO칼끝이 휘어 있었다 증언을 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칼의 휘어진 부분을 직접 표시하기도 했다. 부검 결과 사망한 택시기사 갈비뼈 개는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뼈에 걸린 칼끝이 휘어질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유성호 교수도 감정서를 통해, 갈비뼈 사이의 공간보다 칼날 너비가 넓어 칼날의 휘어짐 물리적 변형이 발생할 있다고 언급했다.

임OO이 자신이 본 휘어진 칼날 부분을 경찰서에서 직접 표시하고 있다. ⓒ군산경찰서

이게 끝이 아니다. OO 범행에 이용했다는 칼을 사람은 있다. 이들의 증언은 OO 물론이고 OO 진술과도 일치한다. 이들은 모두 친구 관계였다. 먼저 OO 2003 6 25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임OO이 ‘너 이걸 보면 기절할 거야’라고 하길래 제가 ‘괜찮다’며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임OO이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여러 무늬가 들어간 종이 케이스에 든 식칼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제가 칼을 보고 놀라 소리 지르며 ‘이게 뭐야’라고 하였더니 임OO이 화를 내며 ‘시끄러워 조용히 해. (김OO이) 택시기사를 칼로 찔렀다. 죽은 것 같다. 그것 때문에 다방 꼬마가 (감옥에) 들어갔다’라고 하였습니다. 칼에는 거무스름하게 굳은 피와 흰색의 지방기름같은 것이 피와 섞여서 굳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칼을 목격한 또다른 증인 OO 다음날인 6 26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2000년 9월에 친구 양OO를 만나기 위해 임OO 집에 갔습니다. 임OO이 잠깐 집을 나간 사이 양OO가 ‘침대 밑에 무서운 것 있어’ 하며 매트리스 밑에서 칼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일반 식칼이었고, 칼에는 오래되고 굳은 검붉은 색의 피와 지방같은 기름기가 칼 앞부분과 옆부분 위편에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칼은 상자 안에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마치 도미노처럼 살인범 OO OO에게 칼을 보여줬고, OO OO에게, 다시 OO OO에게 칼을 보여줬다. 이들의 말은 가지 일치한다.

종이 케이스 안에 있던 칼은 식칼이었다. 그것은 OO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숨겨져 있었다. 칼날에는 피와 지방같은 기름이 묻어 있었다.’

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살인범 OO 범행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칼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범행에 사용한 칼을 (집으로 가져온 뒤) 애초 옷장 속 옷 밑에 숨겨 두었다가 이를 꺼내어 화단에 흙을 파서 묻어 두었습니다. 불안하여 다시 꺼내어 보니 흙이 많이 묻어 있어 별 것 아니게 생각되어 베란다 밑에 있는 쓰지 않는 화분과 호미 등이 있는 곳에 함께 놔두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사 후에는 더는 칼의 행방을 모른다는 살인범의 진술. 혹시 새로 이사온 사람은 칼을 보지 않았을까? 같은 것이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새로 이사온 사람은 마당에서 칼을 발견했다.

“이사 후 이틀이 지난 2002년 5월 28일께, 옆집과 경계를 이룬 담벽에 붙은 조그만 화단에서 시어머니 OOO과 풀을 맸습니다. 시어머니가 대추나무 아래에서 식칼을 발견하고 저에게 보여주시며 ‘이 칼을 사용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집에 칼 많은데 뭐하러 그걸 사용하느냐’며 시어머니께 버리시라고 한 사실이 있습니다.” – 2003년 6월 6일 박윤정(가명)씨가 경찰에게 한 진술

이듬해, 박씨에 이어 이번엔 장소현(가명)씨가 살인범이 살던 집으로 이사를 왔다. 장씨도 마당에서 칼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칼끝이 휘어 있었다 밝혔다.

“이사와 청소를 하던 중 시어머니가 화단, 혹은 (마당) 계단 밑에서 못 쓰는 칼을 찾았습니다. 쓸 데가 없어서 제가 (칼을) 버린 듯합니다. 칼끝이 휘어졌고, 흙이 묻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2003년 6월 10일 장씨가 경찰에게 한 진술

범행을 자백한 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밝힌 김OO. 이런 그를 검찰이 풀어줬다. ⓒ군산경찰서

칼을 봤다는 살인범 친구들의 진술과 살인범의 집으로 이사온 사람들이 마당에서 발견한 . 친구들은 살인범이 은신한 곳에서 칼을 목격했고, 이사온 사람들은 살인범이 버렸다는 집의 마당에서 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따져보자. 이들의 증언은 살인범을 풀어줘도 될만큼 가볍고 신빙성이 낮을까? 황상만은 지금도 분노한다.

 

“자백도 강력한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OO은 군산경찰서를 찾은 가족들 앞에서도 울면서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어요.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도 했고요. 칼을 봤다는 친구들의 증언도 일치하고. 그런데도 3년 전에 사라진 칼을 찾아 오라고? 참나..내가 쓰레기장을 뒤져서라도 찾겠다고 하니까 막은 사람들이 누군데?!


ⓒ류정화

그토록 파헤치고 싶었던 쓰레기장을 12 만에 다녀온 그날 저녁. 황상만은 , 박준영신윤경 변호사에게 소주 한잔을 샀다. 소주 잔을 안에 털어 놓은 그가 말했다.

누군가는 진실이 영원히 묻히기를 바라겠죠. 그걸 가만 놔두면 되지. 그렇게 되면 이제 태어난 최성필의 아기는 영원히살인범의 자식으로 살아야 되잖아요. 그러면 되지. 이제 수사권은 없지만, 내가 힘을 내볼게요.”

진범을 체포했다가 좌천당한 황상만. 그가 다시 뭔가를 하기로 했다.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한 익산시 약촌오거리 현장을 살펴보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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