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행기 안,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배우 F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등기부등본. 법인의 목적을 밝혀놓은 대목을 반복해서 읽었다.

“가수, 연기자, 기타 연예인, 방송인 매니지먼트 및 에이전시업”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1인 기획사’로 보이는 배우 F의 법인은 왜 제주도에 있을까?

법인 등기부등본에 적힌 주소지에 도착했다. 문을 여니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냄새를 따라가자 진열대 위에 놓인 수십 개의 빵이 보였다. 이곳은 제주 바닷가에 자리 잡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였다.

배우 F의 1인 기획사로 보이는 법인 본점 주소지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셜록

2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공간에 수십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건물 안은 미국 서부풍의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오른쪽 벽은 미국 국기로 도배돼 있고, 왼쪽 벽에는 디즈니 캐릭터 인형들이 전시돼 있었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열린 문 틈으로 카페 직원들이 보였다.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법인 사무실을 찾는 기자에게, 직원은 되레 반문했다.

“이 회사의 사무실이 여기 있는 건가요?”

이곳은 배우 F가 배우자와 함께 공동대표로 있는 법인 ‘○○○○○’의 본점 주소지. ‘연예 매니지먼트’를 목적으로 밝혀놓은 회사인데, 왜 카페가 들어서 있는 걸까?

법인 ○○○○○은 2022년 이곳 토지를 약 32억 원 6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중 약 23억 400만 원은 대출받은 걸로 추정된다(채권최고액을 통한 추정치). 대출금 비중이 무려 71%.

2023년 3월, 2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한 층이 약 120평에 달한다. 기자가 찾아온 베이커리 카페가 자리한 바로 이 건물.

그로부터 한 달 후, 배우 F와 그의 배우자는 법인 이사로 취임했다. 같은 날, 기존에 있던 임원들은 모두 사임했다. 완공 이후인 같은 해 9월, 법인은 건물 등을 담보로 총 43억 2000만 원의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배우 F의 1인 기획사로 보이는 법인 건물 옥상. 바로 앞에 제주도 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셜록

궁금증을 풀러 제주도까지 왔는데, 와서 보니 궁금증은 더 쌓였다. 먼저, 이 법인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법인 목적은 ‘연예 매니지먼트’라고 밝혔지만, 정작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하지 않고 있었다. 법인 설립 이후 4년이 지나도록.

‘대중문화산업법’ 제26조 제1항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하려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F의 법인 ○○○○○ 측 답변을 들어보면, 더 미궁에 빠진다. ○○○○○ 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법인 목적에 엔터테인먼트 및 매니지먼트 관련 사업을 추가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안 했지만 매니지먼트 사업은 수행하고 있다? ‘미등록’ 1인 기획사라는 점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는 의아한 설명이다.

반면, 배우 F의 본 소속사는 정반대의 답변을 했다. “(배우 F의) 법인 ○○○○○은 현재 배우 F의 1인 기획사로서 어떠한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 F가 만든 법인은 대체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걸까, 아니라는 걸까.

결국 한마디로 이거다. 정체가 불분명한 미등록 1인 기획사가, 수십억 원의 대출을 끌어와 제주도에 건물을 짓고, 베이커리 카페를 법인의 본점 주소지로 등록해놓은 상황.

배우 F의 ‘건물쇼핑’ 일러스트 ⓒ셜록

배우 F가 제주도 카페 건물주가 된 데는 숨은 설계자가 있다. 바로 부동산 디벨로퍼 이○○ 대표다. F의 제주도 건물은 이 대표 회사의 성과를 자랑하는 ‘포트폴리오’에 올라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F의 법인에서 직접 감사직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만들어낸 ‘연예인 건물주 공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건이 있다. 바로 ‘1인 기획사’. 절차는 간단하다.

우선, 1인 기획사 법인을 세운다. 엄마, 배우자, 형제 등을 등기부상 임원으로 올린다. 이후 1인 기획사 명의로 건물이나 토지를 사들인다.

매입 자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에서 법인 명의로 고액의 대출을 받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새 건물을 짓는다. 이를 되팔아 수십억 원대의 차익을 남기는데, 최대 92억 원의 차익을 남긴 연예인도 있다.

이 대표가 이런 공식에 따라 건물주로 만들어준 연예인은 6명으로 파악된다.(관련기사 : <‘펜션’에 1인기획사를? 배우-가수 부부의 건물쇼핑 비법>) 그중 한 명이 배우 F다.

이들 사이에도 수상한 지점이 있다. 바로 이 대표가 관리하는 연예인 1인 기획사 다수의 주소지가 한 곳으로 겹친다는 것. 배우 F를 포함한 건물주 연예인 5명의 1인 기획사 본점 혹은 지점 주소지가 이 대표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 주소지로 돼 있다.

모두 본 소속사가 있음에도 ‘필요에 의해’ 1인 기획사를 또 만들어놓고선, 막상 사업 공간은 한 공간에 중복 등록해 놓은 셈이다. 그것도 부동산 컨설팅 회사 주소지로.

연예인 1인 기획사, 왜 가족까지? 일러스트1 ⓒ셜록
연예인 1인 기획사, 왜 가족까지? 일러스트2 ⓒ셜록

여기서 연예인 1인 기획사의 ‘실질성’ 문제가 떠오른다. 이들이 정말 연예기획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혹시 연예기획사는 껍데기일 뿐이고, 실제로는 부동산 투자만을 위한 회사가 아닌가. 한마디로 ‘페이퍼컴퍼니’ 의혹의 핵심 관건이 바로 실질성이다.

만약 국세청이 해당 1인 기획사가 실질성 없는 ‘페이퍼컴퍼니’일 뿐이라고 판단한다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연예인 개인이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다시 물리는 거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조치다.

김명규 변호사(법무법인 한경, 공인회계사)는 실질성 판단 기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인적 설비(사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존재하는지. 둘째, 물적 설비(장소). 독립된 사업 공간이 존재하는지. 셋째, 자금 분리(돈). 대표 개인 생활비가 직접 법인통장에서 지출되진 않는지. 넷째, 사업의 주체성(일). 일은 누가 했고, 책임은 누가 지는지.”
– 유튜브 채널 ‘회계사를 삼킨 변호사 김명규’, <연예인 1인 법인, ‘곰탕’ 팔다 국세청에 딱 걸리면 벌어지는 일> 영상 중

결국 하나의 의심이 남는다. 배우 F의 1인 기획사 역시 ‘실질성’ 없는 법인이 아니냐는 것. 혹은 1인 기획사의 본업이 연예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부동산 사업 아니냐는 의혹이다.

셜록은 배우 F와 부동산 컨설팅 회사 대표인 이 씨 측에 반론을 요청했다. 기자는 이 씨를 한 차례 만났고, 이후 그들은 각각 두 차례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다.

▲제주도 카페가 F의 1인 기획사 본점으로 등록돼 있는 점에 대해 이 씨는 기자를 만났을 당시 “배우 F의 법인 법인 ○○○○○은 현재 연예 매니지먼트와 관련 없는 부동산 법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보내온 서면질의서에선 “법인 ○○○○○은 애초 제주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개발과 임대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라면서, “이후 2025.11.27.경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법인 목적에 엔터테인먼트 및 매니지먼트 관련 사업을 추가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인이 복수의 사업목적을 두고 있다고 하여 모든 사업장에서 각 사업 목적에 기재된 업무를 전부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해당 제주도 건물에서는 정식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F 등 연예인 1인 기획사들이 중복해서 이 대표 회사의 주소지로 등록된 데에 대해 이 대표는 “관계자들 사이의 동일한 소속사에서의 근무 경험 등으로 인한 개인적 친분과 업무상 편의, 각 법인의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사무실의 위치를 정하였을 뿐이다“라면서 ”각 법인은 개별적인 임대차관계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사무공간을 사용하면서도, 별도의 계약·회계 및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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