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6명을 수십억 원대 ‘건물주’로 만들어준 사람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제가 건물을 사고팔았다고 하면 기사가 안 나오잖아요. 연예인들이 건물을 사고팔았으니까 가십거리로 (기사가) 나오는 거잖아요.”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이○○ 대표. 그는 반론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버는데, 왜 연예인만 문제 삼냐는 주장이다. 진심으로 억울해 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억울함을 느껴야 할 사람은 정말 그가 맞을까? 연예인들의 자산 축적 통로로 ‘1인 기획사(법인)’가 버젓이 활용되고 있는데도.

합법과 불법, 탈법과 편법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인 연예인 1인 기획사. 이때 1인 기획사가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세무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추징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문제가 된다. 실제 1인 기획사 주소지를 ‘장어집’과 ‘곰탕집’으로 등록해 논란이 됐던 유명 연예인들 역시 수십억 원의 추징을 당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7월부터 법인 명의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연예인들(33명/40채)을 분석했다. 크게 세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부동산 임대업. 법인 33곳 100% 모두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명시해놨다. 법인 설립일로부터 약 3년 안에 실제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는 총 15건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두 번째, 가족법인. 법인 33곳 중 가족법인은 23곳에 달했다. 이들은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형제자매를 1명 이상 포함해 등기부상 임원을 구성했다. 비율로 계산하면, 무려 약 70%.
세 번째, 고액 대출. 대부분 법인 명의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고액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했다. 대출금 평균은 약 54억 원(채권최고액 추정, 38채 기준).
이들 1인 기획사의 정체성은 연예 매니지먼트일까, 부동산 사업일까?

셜록은 이중 6명의 연예인 ‘건물주’에 집중했다. 이들은 서로 부부, 연인, 동료 관계로 연결돼 있다. 이들이 건물주가 되는 데는 숨은 설계자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 대표 이 씨.
이들 1인 기획사에서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1인 기획사의 지점 주소지가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펜션 ‘숙박시설’인 배우 A(관련기사 : <‘펜션’에 1인기획사를? 배우-가수 부부의 건물쇼핑 비법>)부터, 그의 1인 기획사와 똑같은 간판을 달고 사무실이 나란히 자리한 배우 겸 가수 C(관련기사 : <똑같은 간판 ‘1인 기획사’가 나란히… “사람 거의 못 봤다”>).
그리고 1인 기획사로 보이는 법인의 주소지가 제주도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등록된 배우 F(관련기사 : <제주도 카페가 ‘미등록’ 1인 기획사? 해명도 오락가락>)까지.
이 대표가 만들어낸 ‘연예인 건물주 공식’에는 ‘1인 기획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모두 1인 기획사와 같은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건물을 샀다. 건물 매입금은 대체로 은행에서 마련했다. 법인 명의로 진행한 고액 대출. 구축을 산 뒤 새 건물을 지어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겼다. 최대 92억 원의 차익을 남긴 배우 D의 사례도 있다.
연예인들이 건물을 매입할 때 1인 기획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법인은 개인과 다르게 금융기관에서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건물을 매입했을 때 서류상으로도 법인 명의만 확인돼,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있다. 건물을 처분해 이익이 발생할 때도 통상 개인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서 핵심은 법인의 ‘실질성’이다. 법인이 연예기획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만약 국세청이 해당 1인 기획사가 실질성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라 판단하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조치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일신전속권’. 권리의 주체만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예인의 활동은 연예인만이 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 활동입니다. 다른 어떤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인이 대체해줄 수 없습니다.”(오미순 국세청 조사2과장, 2월 27일 국회 정책간담회)
실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등록된 업체에 대한 최근 5년간(2021~2025년) 세무조사는 110건, 부과세액은 972억 원에 달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상훈 의원실(국민의힘, 비례대표)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연예인 1인 기획사, 과연 해법이 있을까?
이전오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석좌교수(변호사)는 지난 2월 27일 진행된 국회 정책간담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1인 기획사의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미등록한 기획사에 대하여는 계도기간을 거친 후 계속 불응 시에는 엄벌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인 기획사를 활용한 ‘연예인 건물주 공식’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방효과 때문이다. 실제 연예인들의 ‘건물쇼핑’ 사례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포털사이트에 ‘건물 투자’란 단어만 검색해도, 건물로 차익을 실현한 연예인들의 사례가 수없이 뜬다. 아예 연예인 빌딩 매매 사례만 정리해놓은 부동산 전문 블로그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선 연예인 건물이 ‘단골’ 콘텐츠다. 연예인 실명과 함께 이들이 소유 중인 건물을 소개하거나,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건물을 매입해 얼마만큼의 차익을 남겼는지를 주로 설명한다. ‘건물로 대박 난 스타 TOP7’, ‘연예인들이 한남동 건물을 좋아하는 이유’, ‘연예인들이 낡은 건물 투자하는 진짜 이유’ 등의 제목이 달린 영상이 판친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건물쇼핑’ 방식이 마치 불로소득을 위한 ‘성공 공식’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

사회학자 오찬호 작가는 불로소득을 통한 유명인들의 자산 축적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인들이 건물로 돈을 버는 게 그냥 ‘성실하게 살아서 보상받은 거다’라는 문장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거든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자산의 총액을 갖고 마치 개인의 노력만으로 보상받은 것처럼 행동하지 않습니까. 유튜브에 나와서 자기계발을 어떻게 해야 하고, 태도가 생명이고… 이런 식의 세상 편한 소리만 한다는 거죠.
(불로소득으로 돈을 벌면서) 밖에 나와서는 세상 좋은 어른인 것처럼 말하는 게 일반 사람들의 시각에선 너무 답답한 거죠. 그런데 이 답답함도 우리 사회는 자격지심이라고 해석해버린다는 겁니다.”
대중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부동산은 누군가에겐 부를 키우는 자산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생활과 생계의 터전이기도 하다. ‘건물 쇼핑’으로 몇십억 원을 우습게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달이 내야 하는 몇십만 원의 월세에 어깨가 짓눌리는 사람도 있고, 2년마다 몇천만 원씩 오르는 전세금 앞에 무릎이 꺾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들이 연예인 건물주들의 ‘대박 신화’를 들을 때마다 어떤 기분이 들까. 무슨 수를 써도 넘을 수 없는 투명한 벽 앞에서 좌절하진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이 1인 기획사를 통해 건물을 매입하는 행태에 대한 대중심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예인들이 건물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대중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굉장히 큽니다. 연예인들이 자기 돈으로 구입한 게 아니라 본인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이미지, 신뢰, 이름값을 통해 대부분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구입하고, 이걸 되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남기잖아요. 일반 대중들은 할 수 없는 일들이죠.
그러면 연예인의 이미지는 누가 만들어줬냐는 겁니다. 대중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연예인의 인기에 (대중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분이 있다고도 보는데, 부동산을 통한 이익은 연예인들이 다 가져가는 방향에 대해 대중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는 겁니다.”
오 작가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공고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사회가 처음에 ‘갭투자’(무자본이나 소액으로 부동산을 구매한 후 전세보증금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라는 게 알려졌을 때 ‘봉이 김선달’ 식으로 돈 버는 거라고, 양심적으로 해석했거든요. 언론도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갭투자’ 하는 사람들이 책을 내고 방송에 나와갖고 ‘1억 가지고 건물주 되는 법’을 강의하고 있단 말이에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일부의 일탈’, ‘이런 수법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질문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않는 사람이 바보’처럼 되는 풍토로 가고 있습니다.”

다시 서두에 나온 부동산 디벨로퍼의 ‘억울함’으로 돌아가자. 진짜 억울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국토연구원이 2020년 진행한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국민의 약 88.5%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불평등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더 이상 성실하게 일해서 돈 모으는 걸로는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인식. 노동보다 부동산을 먼저 가져야 부를 늘릴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지는 현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반칙’ 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겠다는 사람들. 성실하게 일하고, 떳떳하게 세금 내고, 평범한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야말로 억울해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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