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다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끝내 부친을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 강도영(가명) 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사보기 – “쌀 사먹게 2만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진행하는 ‘강도영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에는 6일 오후 6시 기준, 시민 약 6000명이 서명으로 참여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 측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이 강 씨에게 관심을 갖는 등 정치권은 정책 모색에 나섰다. 

강도영 씨의 처지와 사연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강 씨의 아버지(56세)는 작년 9월 13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응급 수술로 생명을 지켰으나 온몸이 거의 마비되는 등 누워 생활하는 처지가 됐다. 음식은 콧줄로 공급받고, 대소변도 타인이 치워줘야 했다. 

수술과 8개월 입원 등 병원비로 약 2000만 원이 강도영 씨에게 청구됐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22세 강 씨에겐 돈이 없었다. 강 씨의 삼촌이 병원비를 댔다. 병원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던 강도영 씨는 지난 4월 23일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보증금 1000만 원-월세 30만 원 집에 살던 강 씨는 이미 월세를 3개월 밀린 상태였다. 요금을 내지 못해 휴대전화, 도시가스도 끊긴 상태였다. 나중에는 쌀도 떨어졌다. 결국 강 씨는 아버지를 돌보지 못하고 굶겨 사망에 이르게 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8월 13일 강도영에게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런 강 씨의 사연을 접한 많은 시민은 “강 씨보다 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크다”며 구명운동에 나섰다. 여론이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연합뉴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강 씨 사연을 거론하며 “젊은 나이부터 부모를 돌봐야 하는 청년을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 부르는데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조차 최대한 국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며 정책 정검을 다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사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여러 복지제도가 있었음에도 5년 내에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책임을 통감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 측은 4일 <셜록> 박상규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구속된 강도영 씨에게 아픔을 느끼고,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5일 페이스북 계정에 “스물둘 청년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살인죄 실형은 아니어야 한다. 국가와 동료 시민들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온 마음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오직 이 청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가의 부재를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회에서도 방법을 찾겠다. 우리가 대선에서 해야할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이야기”라고 밝혔다. 

<셜록>은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된 강도영 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와 여기에 참여한 시민 4000여 명의 명단을 5일 대구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지한구

<셜록>이 진행하는 ‘강도영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 서명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도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가난이 죄입니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저렇게 떠나보낸 것 만으로도 강도영은 충분히 고통을 받았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 여OO

제 자신이 미워서 견딜 수 없을만큼 비통했습니다. 부디 이 청년이 남은 삶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십시오.  – 김OO

“사회의 실패를 강 씨에게 책임지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강 씨의 짐을 덜어주십시오.” – 박OO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했습니다. 공동체란 그런 것이니까요. 먼저 행하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습니다. 적어도 그에게 제가 누렸던 22살의 기쁨을, 행복을, 자유를, 꿈을 앗아가버렸으니 말입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박OO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된 강도영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10일 나온다. <셜록>은 그에 앞서 시민 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5일 오후 대구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지한구 영남공업고등학교 교사가 <셜록> 유료독자 ‘왓슨’을 대표해 직접 법원을 찾아 접수했다. 

지한구 영남공업고등학교 교사가 <셜록> 유료독자 ‘왓슨’을 대표해 강도영 씨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대구고등법원에 접수했다. ⓒ지한구

창원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김태형도 따로 탄원서를 작성해줬다. <셜록>은 시민들의 2차 탄원서 서명을 모아 오는 8일에 또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명 참여는 아래 링크에서 할 수 있다.  

‘강도영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기’

강도영 씨를 집중 취재한 <셜록> 기사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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