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시흥3)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직접 신고했다.
‘항공료 부풀리기’로 논란이 된 국외출장 문제를 질의하는 기자를 피해, 수행 직원들이 잡아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달아나듯 떠난 그 사람. 애꿎은 공무원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적인 일까지 일어났지만, 오히려 “유족의 뜻”을 방패막이 삼아 끝내 침묵을 지키던 바로 그 사람.(관련기사 : <국외출장비 환수는 외면… “유족의 뜻” 뒤에 숨은 의회>)
셜록은 김 의장이 “목적 및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지출된 (국외출장) 경비를 환수 조치한다”는 경기도의회 조례상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이를 권익위에 직접 신고했다.
한편, 셜록이 명단을 공개한 ‘항공료 부풀리기’ 국외출장 경기도의원 9명 중 6명은 6·3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됐다.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항공료를 부풀려 유럽 출장을 갔다 온 경기도의원들도 적발됐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권익위 발표 이후 1년 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는 문제의 출장을 갔다 온 의원들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잘못 쓰인 출장비도 환수하지 않았다. 자진반납한 의원도 ‘0명’. 경찰 수사를 받던 담당 공무원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셜록은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로 떠난 7박 10일 공무국외출장에서 항공권을 조작해 출장비를 부풀린 사실을 보도하고, 의원 9명의 이름을 공개했다.(관련기사 : <공무원만 죽었다, 의원들은 ‘조용히’ 또 선거에 나왔다>)
그리고 지난 23일, 셜록은 경기도의회 김진경 의장을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의장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심사위원회에서 의결된 출장 목적 및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지출된 경비를 환수 조치한다.”(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제16조 제6항)
경기도의회가 직접 만든 조례다. 조례는 의장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환수를 ‘할 수 있다’가 아니다. 부당 지출이 확인된 이상, 의장은 반드시 국외출장 경비를 환수해야 ‘한다’. 환수 금액과 방법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정할 수 있지만, 환수를 할지 말지는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례상 의무자인 의장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공공기관의 재산상 손해를 방치하는 부패행위’(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나목)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번 신고의 핵심이다. 국외출장비 환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의회의 재산상 손해를 방치했다는 뜻이다.

경기도의회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동일한 권익위 실태점검 결과를 근거로 광주시의회는 자진반납을, 경남도의회는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 충남도의회도 자진반납했다. 기초의회 20곳도 이미 환수 또는 자진반납을 마쳤다.
권익위가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한 건 2024년 12월.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달 22일 경기도의회 총무과 담당자는 “(현재까지) 환수 조치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셜록은 지난 9일 경기도에 환수조치 이행 여부를 재차 정보공개 청구했다. 지난 22일, 경기도 총무과는 “재판 관련 정보 등”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국외출장비 환수 대신 경기도의회가 한 일이 있다. ‘공무국외출장 관련 도의원 법률 지원’ 예산을 약 다섯 배로 늘린 것.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의원 소송비 지원’ 예산을 기존 2000만 원에서 9700만 원으로 증액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의회사무처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무국외출장 관련 도의원 법률 지원을 위함”이라고 증액의 이유를 설명했다.


셜록은 문제의 유럽 출장에 다녀온 의원들 모두에게 공개 사과와 경비 자진반납 의사를 물었다. 한 의원은 “심도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도 예산이 잘못 집행됐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진반납 의사를 밝힌 의원은 0명이었다.
“돈이 얼마나 문제가 됐는지도 잘 모르는데….”
서광범 의원(국민의힘, 여주1)의 대답이다. 그는 “자진 반납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며, 문제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 사과도, 경비 반납도 하지 않고, 6·3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당선됐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었다. 문제의 유럽 출장을 갔다 온 의원 9명 중 6명이 앞으로 4년 더 경기도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당선자 6명은 ▲서광범(국민의힘·여주1), ▲방성환(국민의힘·성남5), ▲김성남(국민의힘·포천2), ▲이오수(국민의힘·수원9), ▲남종섭(더불어민주당·용인3), ▲최만식(더불어민주당·성남2). 이 중 방성환 의원은 문제의 유럽 출장 당시 농정해양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낙선하거나 경선에서 떨어진 3명도 있다. ▲임상오(국민의힘·동두천2)는 낙선했고, ▲장대석(더불어민주당·시흥2)과 ▲강태형(더불어민주당·안산5)은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은 사과도 반성도 없이 돌아왔다. 반면, 의원들을 잘 모시려던 공무원은 영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들이 부당하게 쓴 국민의 세금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 달 제12대 경기도의회 시작을 앞두고 있다. 잘못 쓰인 세금은 끝까지 환수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셜록은 앞으로 권익위의 조사와 처분 상황을 계속 쫓을 예정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