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취재를 시작하자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없던 게 나타났다. 지난해 추진됐던 의원 국외출장 계획서 4건. 의회는 ‘비공개’ 처리했던 계획서를 뒤늦게 공개했다.

‘국외출장비 부풀리기’가 적발돼 경찰 수사와 공무원 사망 사건까지 겪은 경기도의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출장 제도”를 약속해놓고, 스스로 만든 조례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의회는 조례에서 제한하는 의원 공무국외출장을 승인했다. 사진은 5월 1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경기도의회

2025년 12월 5일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한 심사위원이 ‘걱정’과 ‘유감’을 표명했다. 한 달 전 ‘의원 1인 국외출장’을 허락해준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저희가 올해 공무국외출장 심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건의 거의 외유성으로 보여지는 그러한 공무국외출장을 허가해 주는 일들이 있습니다, (…) 향후에는 지금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에 입각해서 출장 제한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좀 엄밀하게 심사하고….”

‘의원 1인 국외출장’은 출장 제한 사유다. 경기도의회 스스로 만든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에 규정돼 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의회 소속 의원 전원 또는 1명으로 공무국외출장을 계획하는 경우”는 출장을 제한하도록.

그러자 다른 심사위원이 해명에 나섰다. 뜻밖에, 눈물겨운 ‘효심’이 언급된다.

“(A 의원) 모친께서, 제가 그 병원에 다녀왔어요. 굉장히 위중하세요, 어머님이. 그래서 병간호하고 그러느라고 둘째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 어머님이 너무 위중해서 막 오늘내일하고 그런 상황이라서 (소속 상임위 국외출장에) 참석을 못 하신 거예요, (…) 연세도 높으세요, 86세시고 그래요. 그래서 (이제 모친이) 조금 회복이 되셔서 (국외출장을) 가신다고….”

노모를 병간호하느라 소속 상임위의 국외출장에 동행하지 못한 A 의원을 위해 1인 출장을 허락해줬다는 말. 조례상 출장 제한을 피한 “특별한 사유”란 그것이었다.

2025년 12월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서 ‘의원 1인 출장’ 승인을 두고 내부 비판이 나왔다 ⓒ셜록

곧장 반박이 이어진다. 국외출장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을 통렬하게 꼬집는 말이다.

이 (국외)출장이라는 게 (의원) 본인의 무슨 복지포인트나 복지비용을 쓰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거든요. (…) 그렇게 쓰는 거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 상임위(국외출장)에 못 가셨을 수도 있습니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그러면 본인이 만약에 (…) 정말로 절실하게 가고 싶다면 개인 비용으로 가면 됩니다.”

한 달 전인 2025년 11월 19일 심사위원회는 ‘의원 1인 국외출장’이 조례상 출장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승인했다. ‘효심’ 말고 이유는 또 있다.

“(A 의원이) 열정적이시고 또 열심히 하시고, 가셔서 우리 경기도의 AI 보급에 큰 역할을 하실 거라고 생각을 해서, 여기 보면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중에 혼자 가는 거는 안 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 위원님들이 A 의원님께서 열심히 하실 것을 믿고….”

나중에 한 심사위원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비판한 결정. 하지만 당시 다른 심사위원은 A 의원의 계획서를 보고 “감동적”이었다 말했다.

계획서가 어떻기에 출장 제한 규정도 잊을 만큼 감동적이었을까. 기자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런데, 없었다.

2025년 8월 초, 경기도의회 국제교류 활동보고서 게시판에서 일부 출장계획서를 찾을 수 없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당시 적용된 조례는 “공무국외출장을 허가한 계획서를 최종심사가 끝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하여야 한다”고 정해뒀다. 하지만 심사 이후 약 9개월이 지난 2026년 8월 초, 해당 국외출장 계획서는 공개돼 있지 않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된 개정 조례에는 ‘심사 후 3일 이내 공개’ 조항과 더불어, 심사 전 “출국 45일 전까지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10일 이상 도민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는 내용까지 추가됐다. 그만큼 국외출장 심사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뜻.

어디로 갔을까. 출장 제한 사유에 해당됨에도 ‘노모 병간호’라는 “특별한 사유”가 인정된 ‘1인 출장’ 계획서는. 지난 5일 경기도의회에 물었다. 사무처 담당자의 대답은 이랬다.

“(국외출장을) 나가지 않아서, 게시 의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의무가 없는 것 ‘같다’니. 의회 스스로 만들어놓은 조례는 다 뭐란 말인가. 40분 뒤 다른 담당자와 통화. 조금 다른 답변을 한다.

도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서, 실제로 가지 않은 출장 계획서는 비공개(처리)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조례상 공개 의무에도 불구하고 일부 출장계획서를 임의대로 비공개 처리했다 ⓒ셜록

논란의 ‘의원 1인 국외출장’ 건을 포함해, 2025년에 승인은 받았으나 실제로 집행되지 못한 국외출장이 4건 있었다. 의회가 이 국외출장 계획서들을 ‘비공개’ 처리한 것.

국외출장 계획서 공개가 먼저, 집행은 나중이다. 실제 국외출장을 못 갔으면 그 사실 역시 밝혀두면 될 일. 계획서 공개는 조례상 의무지만, 비공개 결정은 의회의 임의적 판단이었다.

기자가 담당자들과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한 질문은, ‘왜 조례를 따르지 않느냐’는 것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논의해보겠다”는 말로 그날의 통화는 끝났다.

5일이 지난 8월 10일. 경기도의회 사무처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자님 말씀하신 대로, (국외출장 계획서를) 공개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취소된 사항(출장)이다, 이렇게 명시하고 공개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뒤인 11일, ‘사라졌던’ 국외출장 계획서 4건이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나타났다.

셜록의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도의회는 비공개 처리했던 출장계획서 4건을 다시 공개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논란의 ‘의원 1인 국외출장’은 2025년 12월 2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의회 회기가 12월 26일까지 연장되는 바람에 떠나지 못했다.

2026년에는 다시 추진되지 못했다. 경기도의회 조례는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있는 해에 공무국외출장을 계획하는 경우” 출장을 제한한다고 정해뒀다. 2025년 11월 행정안전부는 ‘임기만료 1년 전부터 외유성 연수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가 항공료를 부풀려 국외출장에 다녀온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된 바 있다 ⓒ셜록

공개에서 비공개로, 비공개에서 다시 공개로 오락가락한 국외출장 계획서. 가벼운 일로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이 ‘경기도의회’이기 때문.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항공권을 조작해 국외출장비를 부풀려 유럽을 갔다 온 경기도의원들도 적발됐다. 돈은 의원이 쓰고, 수사는 공무원이 받았다. 경찰 수사를 받던 공무원이 올해 초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문제의 유럽 출장을 갔다 온 의원들이 누구인지. 도민들께 용서를 구한 의원도 ‘0명’, 잘못 쓰인 국외출장비를 자진 반납한 의원도 ‘0명’이었다. 그래놓고 조용히 6·3 지방선거에 출마해 도민들에게 표를 달라 호소했다.

셜록은 지난 5월, 해당 의원 9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공개 사과와 국외출장비 자진 반납을 촉구했다.(관련기사 : <공무원만 죽었다, 의원들은 ‘조용히’ 또 선거에 나왔다>)

그리고 김진경 당시 의장이 “(의장은) 부당하게 지출된 (국외출장) 경비를 환수 조치한다”는 조례상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셜록이 직접 그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관련기사 : <[액션] ‘우리가 남이가’ 환수 눈감은 경기도의회를 신고한다>)

공무국외출장 문제가 적발된 후, 지난해 7월 경기도의회는 청렴실천 약속을 위한 청렴 서약식을 진행했다. ⓒ경기도의회

‘항공료 부풀리기’ 적발 이후인 지난해 6월, 경기도의회는 국외출장 혁신안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대대적인 제도 혁신”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국외)출장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행안부의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안)’을 전면 수용해 (…) 조례 개정안을 조만간 상정해 운영절차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명성’을 위해 국외출장 계획서를 공개하는 기본적인 일조차 하지 않았다. ‘책임 있는 제도’라 자랑한 조례에 스스로 정해놓은 의무조차 멋대로 피해갔다.

경기도 내 한 기초의회의 국외출장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B 변호사. 그도 답답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한번은 그가 심의했던 국외출장 건이 규정 위반으로 부결됐는데, 의회가 재심의까지 거쳐 기어이 강행하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에 의장과 의원들을 신고했지만, 위반 시 제재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사유로 기각됐습니다. 국외출장과 관련해 (의회) 스스로 만든 조례와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으니 관리감독이 허술할 수밖에요.”

경기도의회가 금지된 ‘1인 국외출장’을 효심(?) 때문에 허락할 때도 조례는 손쉽게 뒤로 밀려났다. 국외출장 계획서를 임의로 비공개 처리할 때도 조례상 의무는 손쉽게 잊혔다. 경기도의회에 묻고 싶다. 의회가 입맛대로 조례를 어길 수 있다면, 도민들은 누굴 믿고 의정을 맡겨야 하나.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어기는 조례란, 당신들에게 대체 무엇인가.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공무원만 죽었다 시리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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