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못하는 거죠. 판사가 무슨 말을 해도 피고인이 못 알아 듣는 게 딱 보여요.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계속 고개만 끄덕이는 겁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법원에서 목격한 발달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
이들 발달장애인들은 경찰 조사 때부터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에 따른 결과로 범죄 혐의가 인정돼 재판을 받게 된 걸 수도.

실제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보도한 사기결혼 피해자이자, 전세사기 피고인 유나비(29세, 가명) 사례가 여기 해당된다. 유나비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지적장애인 여성이다.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은 유나비의 서류상 남편인 윤지훈(36세, 가명). 사기 전과 9범의 윤 씨는 유나비와 사기결혼을 했다. 이후 유나비를 이용해 전세사기까지 설계했다. 모든 책임은 서류상 아내 유나비에게 돌아가도록 말이다.
하지만 경찰이 유나비의 발달장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모든 게 꼬여버리고 말았다. 2024년 6월 검찰은 지적장애인 유나비를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단독’ 기소했다. 검찰은 2025년 8월 첫 재판에서야 유나비가 지적장애인이란 사실을 알았다.(관련기사 : <“집주인이 이상해요” 피해자는 알았고 경찰은 몰랐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발달장애인인 경우 발달장애 전담 경찰관 및 검사가 조사하는 게 원칙이다. 또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아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경찰이 유나비의 지적장애를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안타깝게도 유나비는 이 두 가지 권리를 모두 보장받지 못했다.
유나비만 이런 일을 겪은 걸까. 셜록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를 들여다봤다. 먼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261개 경찰서별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 인원을 알아냈다.
2025년 기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은 경찰서 한 곳당 평균 41명.
하지만 경찰서별로 인원 격차가 컸다. 한 경찰서당 적은 곳은 4명(대구군위서·강원태백서·강원영월서·강원횡성서·강원인제서·충남홍성서·전북순창서)에서 많은 곳은 91명(서울강남서)으로 전담 경찰관 인원수 차이가 상당했다.

의아했다. 한 경찰서에 많게는 91명이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으로 지정됐는데, 과연 이들 모두가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인 걸까?
경찰청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선정 기준에 대해 “▲수사경과자(또는 수사경력 2년 이상) ▲장애인 관련 자격소지자 ▲발달장애인 관련 교육 수료자 ▲발달장애인 조사 경험이 있는 자 중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선전담변호사 손영현 변호사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에 ‘숫자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서 서울○○○경찰서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피의자가 전담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지 못했거든요. ○○○서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휴가 중이었다는 취지’로 변론했습니다.
이후에 ○○○경찰서에서 한 조치가 뭐냐면, 여성청소년과 전원을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으로 지정해버리는 거였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고 장애 특성을 고려해서 수사하라고 전담 수사관을 지정하는 건데, 취지가 왜곡돼버린 겁니다.”
김예원 변호사도 현장에서 경험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의 한계를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는 경찰의 홍보 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본청에서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를 하고 있으니까 잘 될 거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계속해서 홍보하고 있죠.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 있는 경찰관들을 보면, 본인들이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으로 지정돼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 경찰 스스로 “현장에선 발달장애인 전담 제도가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연구보고서도 있다.
경찰 1 : 지금도 제가 잘 실행이 되고 있는지 직원들을 시켜서 지금 여러 경찰서에 전화를 해봤어요. 해봤는데, 발달장애인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고요, ‘그거 옛날에 다 없어진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부서가 다 대부분이었고요. 지금 연구원님이 말씀하시듯이 “아, 누구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말하는 경찰서는 단 한 군데도 없었어요. 제가 오늘 몇 군데 확인해 봤는데,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 <지적장애인 피고인의 형사사법절차상 처우에 관한 연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22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들에 대한 경찰청 자체 교육도 미비한 상황이다. 셜록은 서미화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을 통해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들에 대한 교육 현황 자료를 받아보았다.
2025년 기준, 시도경찰청 교육센터에서 대면교육을 수강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의 비율은 약 21%에 불과했다.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총 1만 731명 중 대면교육 수강 인원은 2327명에 그쳤다.
여기서도 지역별 차이가 상당했다. 대면교육을 수강한 전담 경찰관의 절반 이상이 서울 지역(1212명)에 해당됐다. 다음으로 대전(327명), 경기(321명), 제주(109명), 전남(100명) 순.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선 대면교육을 이수한 경찰관들이 30명 이하였다.
검찰 역시 발달장애인 전담 인력이 열악한 상황이다. 2026년 1월 기준 전국 60개 검찰청에 발달장애인 전담검사는 총 82명. 한 검찰청에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가 1~2명에 불과한 상황이다.(관련기사 : <“제가 공범입니다“ 사기꾼의 ‘셀프 투서’ 묵살한 검찰>)
손영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전담 국선변호사로 일하는 4년(2021~2025) 동안 내게 배당된 발달장애인 피의자 사건 중에 전담 검사가 맡은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던 시기, 서울중앙지검 소속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경찰과 검찰의 발달장애 피의자 전담 제도의 현실은 이렇다. 그렇다면 발달장애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제도인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는 잘 운영되고 있을까. 아마도 그랬다면 유나비 씨와 같은 사례는 나오지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지도 않았을 거다. 다음 기사로 이어진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