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로써 또 다른 ‘표절 검사’들을 추적하는 정보공개 소송은 내년 3월 선고만 남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첫 재판에서 재판장은 “법무부 측이 비공개 처리한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를 열람·심사하겠다“고 결정했다.(관련기사 : <‘셜록 vs 법무부’ 논문 공개 소송 첫날… 판사의 깜짝 제안>)

이에 따라 법무부 측은 19일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연구논문 전체를 전자파일 형태로 제출했다. 법원은 기록물을 직접 확인해 앞으로 3개월 안으로 연구논문 전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셜록은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국외훈련 검사 논문 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셜록

법무부 측은 법무연수원 사이트(www.ioj.go.kr)에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중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셜록은 지난 3월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크게 3가지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셜록의 정보공개 청구 기간(2016년 1월~2022년 10월)에 해당하는 전체 논문 수는 약 500편에 이른다.

① 2016년~2022년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 중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논문을 제외한 나머지 논문 전체
② 해당 기간 동안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들의 학위취득 현황
③ 검사국외훈련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성명, 소속 등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셜록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법무부는 답변서를 통해 전체 국외훈련 연구논문이 모두 공개될 경우 “논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수사방법이나 관행 등을 유추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범죄자가 수사를 회피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 사유를 설명했다.

학위취득 현황과 검사국외훈련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셜록은 지난 6월 1일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 소속 운영위원 박지환 변호사(법무법인 혁신)가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대리했다.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셜록이 제기한 ‘국외훈련 검사 논문 공개’ 소송의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셜록

서울행정법원 제8행정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30분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무부 측은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USB에 담아 전자파일 형식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의 열람·심사 결정에 따른 조치다.

“논문의 연구 결과가 성과물로서 충분히 (가치)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면 비공개될 필요가 있죠. 법원도 재판 자료를 다 공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피고 측 주장대로) 수사 진행과 관련해서 공개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경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해당 논문을 제출받아서 비공개 열람·심사를 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2023. 10. 24. 첫 번째 정보공개 소송 재판 중 재판장 발언)

법무부 소송대리인은 19일 재판에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목록은 프린트해서 정리했다. (법무연수원을 통해) 공개된 연구논문과 국외훈련 연수 기간이 끝나지 않아 제출되지 않은 자료 등을 구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제출한) USB 내용을 살펴보겠다”면서 “(원고, 피고 모두) 선고 기일 2주 전까지만 반박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검사 국외훈련 제도엔 세금이 지원된다. 지난 7년간 검사 497명에게 지원된 세금은 약 303억 원이다. ⓒpixabay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국외훈련 검사들의 학위취득 정보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다.

피고 법무부 측은 “학위정보가 공개될 경우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결정권이 침해될 우려가 큰 반면,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과 직접적인 관련성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외훈련 검사의 학위취득 현황이 공익성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라는 논리다.

하지만 검사 국외훈련 제도엔 세금이 지원된다. 주된 지원금은 체재비(항공운임, 의료보험료, 생활준비금, 귀국이전비)와 학자금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국외훈련 대상자로 선발된 검사 총 497명에게 지원된 세금은 약 303억 원이다.

이 때문에 환수 규정도 명확히 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에는 “학위의 취득 등 국외훈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지급한 국외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역시 올해 6월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개정하며 위 규정을 명확히 밝혀 놓았다.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 제18조(비용의 지급 등) ④ 법무부장관은 국외훈련을 받은 검사가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제5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 지급한 훈련비의 100분의 20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

국외훈련 대상 검사 명단도 이미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대검찰청은 매년 발간하는 ‘검찰연감’을 통해, 해외파견 및 장단기 연수 대상 검사 리스트를 국민에게 공개한다.

대검찰청이 2021년 발간한 ‘검찰연감’ 일부. 검사 장기해외파견 및 연수자 명단이 실명으로 공개돼 있다. 검사 국외훈련 제도엔 ‘세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이미 대검찰청 차원에서 국외훈련 대상 검사의 실명과 파견 기관 등을 공개하는 상황. 국외훈련에는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국민들에게 그 정보를 투명하게 밝힌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외훈련 결과로 학위를 취득했는지에 해당하는 정보만 ‘개인정보’라며 비공개할 이유가 있을까.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 공개 소송 선고재판은 내년 3월 5일 오후 1시 55분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셜록이 법무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훈련 검사 논문 공개’ 소송은 내년 3월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김보경 기자. ⓒ셜록

셜록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프로젝트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을 보도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문제를 기사 9편을 통해 집중 보도했다.(관련기사 :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한편, 이번 소송을 통해 검찰 내부 규정이 공개됐다. 피고 법무부가 서면 답변서를 통해 공개한 규정은 ‘검사 국외훈련 연구업무 규정'(법무연수원 훈령)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연구심의위원회 구성 조건,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구성 요건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3월 개정 때 연구논문 표절에 관한 규정도 새롭게 신설됐다.

제14조의 2(훈련대상자의 준수사항) 훈련대상자는 심사 논문 작성 시 위조, 변조, 표절 등 타인의 지적재산을 부당하게 도용하거나 자신의 선행 연구를 부적절하게 활용하는 행 위 등을 하지 않고, 훈련 목적에 맞게 논문을 작성하여야 한다.

특히, ‘국외훈련검사 논문 심사서’도 함께 공개됐다. 평가항목으로 총 4개의 기준이 명시돼 있다. 기준은 내용의 독창성(30), 체계 내용의 우수성(20), 참고자료 충실성(20), 연구활용 가능성(30)이다.

이에 따라 90점 이상은 S등급, 80점 이상은 A등급, 70점 이상은 B등급, 60점 이상은 C등급, 40점 이상은 D등급, 40점 미만은 F등급을 받는다. 연구논문의 질적 수준 제고가 필요한 경우엔 재심사위원회에 회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 법무연수원이 발간하는 국외훈련 연구 논문집 수록 여부도 함께 표기하게끔 항목이 마련돼 있다. 다만, 수록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명시돼 있지 않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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