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외훈련 논문 표절 검사들이 지원받은 훈련비를 “일부 회수한 걸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국외훈련비를 회수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도 환수 이행을 약속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22년 12월부터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프로젝트를 보도해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을 쓴 검사들의 문제를 집중 분석했다. 그리고 표절 의심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로 신고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법무부가 논문표절 검사들의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논문 표절을 이유로 환수된 검사 국외훈련비는 ‘0원’이었다(2022년 12월 취재 당시 기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외훈련 검사들의 논문 표절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표현했지만, 환수 조치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힌 바 있다.

두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최초의 논문표절 검사 국외훈련비 환수 조치가 이행된 것으로 짐작된다.

박성재 장관은 지난 20일,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사 국외훈련비를 언제, 얼마나 환수했는지 상세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성재 후보자(오른쪽)는 지난 20일,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대통령실

검사 국외훈련은 “검찰의 발전과 훈련대상 검사의 자기계발”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세금으로 체재비(항공료, 의료보험료, 생활준비금 등 포함)와 학자금 등이 지원되는 사실상 ‘공짜 유학’이다. 올해 국외훈련비 예산은 약 49억 원이다.

법무부는 검사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막기 위해 2010년부터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는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완성해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셜록의 취재 결과,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발행된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 중에서 부정·부실 의심 논문 5건이 확인됐다. 이들 부정·부실 의심 논문에 지원된 세금은 총 1억 9040만 원에 달한다.(관련기사 : <유학은 공짜, 논문은 표절… ‘검사’를 고발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7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낀 검사 3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에 대한 공익침해행위 신고에 대해 “한국저작권보호원 검토 결과,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 조치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며 아무 처분도 결정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표절은 맞지만…” 검사들, 황당논리로 조치 피했다>)

지난 15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지난 15일 국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탄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정)은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박성재 장관을 향해 표절 의심 검사들의 국외훈련비 환수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 의원은 검사들이 작성한 부정·부실 의심 국외훈련 연구논문의 표절 수위에 대해 설명했다.

“제목, 콤마, 각주 그 다음에 표까지 그대로 베껴왔습니다. 한 20페이지 정도 통으로 가져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A 논문의) 표절률이 93%가 넘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논문의) 전체 문장이 500개인데, 그중에서 베끼지 않고 작성한 문장 자체가 30여 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순수하게 작성한 문장이) 7% 정도 수준입니다.”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인포그래픽. 박건영 검사 사례. ⓒ셜록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인포그래픽. 김형걸 검사 사례. ⓒ셜록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인포그래픽. 진현일 전 검사 사례. ⓒ셜록

이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감사 때도 국외훈련비 환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당시 한 장관은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문제를 두고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했다. 또 이미 퇴직한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도 “환수 조치할 수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박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의원은 “(국정감사 때로부터) 약 4~5개월 (지나는) 동안 (법무부로부터) 무소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퇴직한 검사들도 (국외훈련비를) 환수할 수 있다는 게 국회의 해석”이라면서, “회수를 안 하면 그만큼 국민 혈세 손실이기 때문에 반드시 (환수조치를) 검토해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성재 장관은 “(연구논문을 표절한 검사들이 지원받은 국외훈련비를) 일부 회수하고 있고, 또 계속적으로 (환수하려) 노력 중에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외훈련비) 일부 회수하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회수가 덜 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회수하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냐”고 물었고, 박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국외훈련비 환수 시점과 건수, 대상, 금액 등 상세내역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이탄희 의원실은 표절 논문을 작성한 걸로 의심되는 개별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여부 ▲국외훈련비 환수 시점과 금액 등을 질의했다.

인사청문회 이후인 20일, 법무부는 “개별 검사에 대한 훈련비 환수 관련 자료는 공개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염려도 있어 제출하기 어렵다“는 답을 해왔다.

박 장관의 발언대로 논문표절 검사의 국외훈련비가 정말 환수됐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했지만, 법무부가 정보를 숨기고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 건물 입구에 적혀 있는 “공정하고 따뜻한 법치행정”. ⓒ셜록

셜록도 지난 15일, 19일 두 차례에 거쳐 법무부에 직접 질의했다. 환수 시점과 금액, 건수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규정에 따라 검사 국외훈련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 조사를 실시하고, 표절이 확인되는 경우 훈련비 환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대검찰청에도 질의했다. 표절 의심 검사들에 대한 감찰과 징계 여부에 대해 물었다. 대검찰청은 지난 21일 “외부에 공개될 경우 감찰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셜록의 질의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동문서답처럼 반복했다 ⓒ셜록

이탄희 의원은 “세금 환수와 관련한 자료요구에 ‘개인 사생활’을 언급하며 거부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세금을 사생활에 썼다는 말로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사안은 표절 의심 논문을 세금을 들여 책(우수논문집)으로 출간까지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표절로 의심되는 검사들의 국외훈련비를 법무부가 환수하는지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셜록 역시 논문표절 검사들의 국외훈련비 환수 내역을 확인할 때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한편, 셜록은 현재 일부만 공개되고 있는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선고 재판은 3월 5일 오후 1시 55분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관련기사 : <[액션] 셜록이 소송을 시작한다… 검사들 ‘표절논문’ 잡으러>)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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