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검사들의 성역 하나를 무너트렸다. 장장 3년에 걸친 ‘정보공개 소송’ 끝에.

국민의 혈세를 받아 국외훈련을 다녀와놓고 연구논문은 꽁꽁 감춰뒀던 검사들. 이들이 숨겨놓은 ‘판도라의 상자’가 이제 열린다.

서울고등법원 제6-3행정부(박영주·김민기·최항석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던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과 학위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셜록이 공개를 청구한 연구논문 총 309개를 일일이 살펴보고 공개 여부를 판단했다. 이중 재판부가 ‘그대로 공개’로 판단한 연구논문은 271개. 약 87%의 논문은 토씨 하나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하라는 결정이다.

법원은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과 학위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다만, 몇몇 연구논문의 경우 공개 시 검사 업무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보고 ‘일부만 가리고 공개’와 ‘비공개’를 결정했다.

약 10%에 해당하는 연구논문 29개는 수사기법, 범행수법, 재판 진행 상황 등 특정 부분에 대해 ‘일부만 가리고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 검사의 배심원 선정, 인터넷 불법복제저작물 등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 9개(약 3%)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결정했다.

검사 연구논문의 약 97%를 그대로, 혹은 일부 정보만 가린 채 공개하라는 전향적 판결. 재판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정 범죄 또는 수사기법, 법무정책 등을 주제로 한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정보가 모두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피고 법무연수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하여 위와 같은 정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논문정보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나머지 논문정보에 인용된 통계 등 자료는 대부분 법무부, 검찰, 법원 및 기타 행정부처 또는 공공기관이 발간하거나 발표하는 공개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서, 일반적인 연구·조사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 법무부와 법무연수원 모두 상소기한인 23일까지 상고를 하지 않아, 3년 넘게 진행된 정보공개 소송은 이로써 확정됐다.

‘표절검사’ 정보공개 소송 결과 요약 인포그래픽. AI 제작. ⓒ셜록

셜록의 ‘표절 검사’ 추적은 무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12월, 셜록은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공개된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84건(2019~2021년 발행)을 일일이 직접 검증했다.

그중 표절로 의심되는 부정·부실 논문은 5건. 최대 93%에 달하는 표절률(셜록 집계)은 대한민국 검사의 성적표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치였다.

이들 ‘표절 검사’ 다섯 명에게 지원된 국외훈련비 총액이 약 1억 9040만 원. 2023년 1월 셜록은 ‘표절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직접 신고했다.

지난 2024년 6월, 권익위는 ‘표절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사실을 셜록에게 통보했다. 법무부는 ‘표절 검사’ 5명을 상대로 약 2800만 원을 환수 조치했다. ‘논문 표절’을 이유로 검사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였다.(관련기사 :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이후 셜록은 ‘표절 검사’를 한 명 더 추가로 찾아냈다. 그리고 2024년 10월, 또 한 번 권익위에 직접 신고해 국외훈련비 추가 환수를 이뤄냈다.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검증하는 과정. 형광펜으로 똑같은 문장에 색을 칠해보니, 거의 한 페이지 전체에 형광펜 칠이 되기도 했다. ⓒ셜록

검사 국외훈련비(항공운임, 학비, 생활준비금 등) 예산은 연간 평균 약 43억 원. 검사 한 명당 평균 6100만 원의 세금을 지원받은 꼴이다. 같은 기간 검사에게 급여와 직무성과금도 지급된다. 사실상 국가가 보내주는 ‘공짜 유학’인 셈.

하지만 국외훈련의 결과물인 연구논문을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건 검사들이 누리는 특혜였다.

일반 공무원(중앙 정부부처)의 경우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와 학위취득 현황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정보센터를 통해 전부 공개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에도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에 따라, 국외훈련 연구보고서를 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정책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은 약 70%가 ‘비공개’ 처리되고 있었다. 2019년부터 2022년 진행된 국외훈련 총 266건 중 84개, 약 30%의 논문만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공개됐다.(첫 보도 당시인 2023년 1월 2일 기준)

이렇게 공개된 소수의 연구논문을 검증했을 뿐인데도, 5건의 부정·부실 논문이 드러난 것. 비공개 처리된 다수의 연구논문에는 어떤 문제가 얼마나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셜록은 ‘논문 표절’을 이유로 검사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셜록

법무연수원의 해명은 매번 똑같았다.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 결국, 셜록은 소송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논문 비공개의 이유가 정말 검사의 직무수행 때문인지, 아니면 검사의 ‘체면’ 때문인지 따져봐야 했다.

지난 2022년 셜록은, 국외훈련 검사들(2016~2022년)의 연구논문 전체 등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셜록은 2023년 6월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관련기사 : <[액션] 셜록이 소송을 시작한다… 검사들 ‘표절논문’ 잡으러>)

2024년 3월 1심 법원은 셜록의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후 약 2년 4개월 동안 진행된 항소심 재판 끝에, 검사 연구논문의 약 97%를 그대로, 혹은 일부 정보만 가린 채 공개하라는 반전이 일어났다.

셜록은 2023년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셜록

이번 소송에서 셜록 측을 대리한 박지환 변호사(법무법인 혁신, 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는 판결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검찰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보공개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걸 짚어줬다는 지점입니다. (본 판결로) 공개된 논문에 표절 등의 사유가 있는지 행정감시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고액의 연수비용을 들여 작성된 논문을 통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조인, 학계에서도 학술적, 정책적으로 의미 있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검찰의 몫이다.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이상, 앞으로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 전체를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즉각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개정해 공개 원칙을 못 박아야 한다.

3년에 걸친 셜록의 법정 투쟁 끝에 300편의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이 공개된다. 한 편당 평균 6100만 원의 국민 혈세가 지원된 논문들. 이번에도 표절로 얼룩진 부정·부실 논문들이 발견될까. 셜록의 검증 엔진은 예열을 시작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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