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윤 영남공업고등학교 이사장의 여러 비리와 갑질은 상상 이상이지만, ‘프라이팬 강매 사건’은 결국 경찰을 학교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허선윤은 교사들을 동원해 TV 쇼핑몰과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프라이팬 판매량을 조작했다. 그는 상금을 걸고 학교에서 ‘프라이팬 이름 짓기’ 공모전까지 진행했다.

영남공고에서 교사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프라이팬 강매 창구였다. 조언자 역할의 멘토 교사는 멘티 교사들에게 프라이팬을 팔았다. 경력 1년~3년차 신입 정교사, 기간제 교사들이 주요 ‘프라이팬 피해자’였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이 세상 어느 교육자가 학교에서 프라이팬을 강매합니까? 허선윤 이사장 외에는 없을 겁니다.”

허선윤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멘토 교사들의 프라이팬 강매는 치밀했다. 구매 명단을 작성하거나, 교사들을 상대로 제품 이름 공모전까지 열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올해 2월에는 홈쇼핑 주문 수량을 조작하기 위해 교사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영남공고 관계자는 프라이팬 업체 회장한테 1000만 원을 받아, 교사 14명(행정실 직원 포함 16명 추정)에게 프라이팬 구매대행을 지시했다.

허선윤 이사장은 왜 교사들을 상대로 프라이팬을 구매하도록 지시했을까? 조철희(가명) 교사는 그 이유를 설명할 음성파일을 내밀었다.

조철희 교사가 5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던 2018년 10월 11일의 일이다.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멘토-멘티 모임을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지금 메시지 받으신 선생님께서는 금일 6교시 마치고 최대한 빠르게 수업동아리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안OO (교육연구)부장님이 전달할 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2018년 10월 11일, 안 부장교사가 자신의 조 멘티 교사 6명을 불러모았다.

영남공고는 교사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8년에는 부장교사 6명을 중심으로 멘토-멘티 조를 편성했다. 최소 9명에서 최대 12명의 멘티 교사가 각 조에 배치됐다. 당시 멘티 교사는 1년~3년차 신입 정교사거나, 기간제 교사였다.

조 교사가 포함된 조는 총 10명이었다. 하지만 그날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멘티 교사 6명만 초대됐다. 조 교사는 서둘러 종례를 마치고 안 교육연구부장의 부름에 따라, 모임 장소인 수업동아리실로 향했다.

안 부장교사가 멘티 교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멘티 교사 6명이 한자리에 다 모이자,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주 오후 3시 50분에 OOO 공영 홈쇼핑입니다. 처음에 출시해서 목표량 판매수가 되어야 그 다음 단계로(홈쇼핑으로) 올라갈 수 있답니다. (중략) 작년에 저도 이사장실에서 쉬는 날에 (A프라이팬에) 고기도 구워 보았습니다. (올해는) 2만원 더 낮춰서 지금은 딱 6만원, 59,800원. 사실 우리가 프라이팬 치고 (가격이) 세지 않습니까? 이거는 강매가 아니고 생각있으신 분은 이날 홈쇼핑에 번호가 있어요. 080-258-77XX

부장 교사가 기껏 꺼낸 이야기는 A프라이팬이었다. A프라이팬은 전OO 영남공고 전 총동창회장이 운영하는 프라이팬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학교에서 황당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잖아요. 안OO 교사가 A프라이팬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정적이 흘렀습니다. ‘이 사람들이 또 우리한테 돈 뜯어내려 하는구나’,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부장교사는 증정품도 빠트리지않고 홍보했다.

“전 회장님(영남공고 전 총동창회장 전 씨 지칭) 프라이팬 중에 제일 잘 나가는 게 있어요. 2만 원 짜리 (프라이팬을) 우리 학교 선생님에 한해서 추가 증정품으로 줍니다. 이것(증정품)도 구하고, 프라이팬 괜찮은 것도 하나 구하면…”

안 교사는 교사 한 명, 한 명에게 A프라이팬을 사야하는 이유를 열거했다.

“OOO 선생님은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여자 선생님이고. OOO 선생님은 결혼이 임박했고, OOO 선생님은 결혼을 했고… 웬만하면 구매를 했으면 합니다.”

안 교사는 민망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멘티 교사 9명 중 6명만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멘티 교사 중) 나머지는 왜 안 불렀느냐. 그 사람들을 부르면 오히려 이런 (A프라이팬) 홍보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 들어서 아예 배제를 했습니다. 부패행위 그런 생각은 아닌데…”

안 교사는 A프라이팬 구매 방법과 이유를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중요한 거 뭐냐면 지금 (홈쇼핑에) 전화하면 안 돼. 다음주 목요일 오후 3시 50분에 (홈쇼핑에) 전화를 해야 해. 홈쇼핑에 목표 판매량 달성해야, 그 다음 준메이커 홈쇼핑으로 올라갈 수 있단 말이야. 우리가 (구매)하는 게 기폭제가 되어야,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 거야.”

한 교사가 “다음주 홈쇼핑 판매 시간대에 교직원연수를 가야한다”며 프라이팬 구매를 간접적으로 거절했지만, 안 교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더 집요하게 지시했다.

“집에서 (구매)하면 되고, 부모님이 (구매)하면 돼! 이 전화번호 알려주면 되잖아.”

영남공고 교무실 출입문 모습.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안 교사는 A프라이팬 이야기만 했다. 그는 교사들한테 프라이팬 구매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강매는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내가 강매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번 생각해보고, (프라이팬을) ‘산다, 안 산다’는 내일 퇴근 전까지. 너무 급하면 다음주 월요일까지 얘기해 주면, 일단은 내가 개수를 파악할 수 있으니… 절대 (다른 교사들한테는) 새는 일이 없도록.”

A프라이팬 가격과 홈쇼핑 구매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강매는 아니라는 논리.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조 교사는 어떻게 느꼈을까?

“교사 한 명 한 명에게 A프라이팬을 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이게 강매가 아니면 뭡니까.”

안 부장교사만 A프라이팬 강매에 앞장선 건 아니다. 비슷한 시기, 이OO 교무기획부장도 멘티 교사들을 소집했다. 2018년 10월경, 점심 시간을 앞둔 시간이었다.

“우리 멘토-멘티 조는 오늘 점심 먹고 도서관으로 모이십시오.”

오경수(가명) 교사는 갑작스러운 멘토-멘티 호출에 바짝 긴장했다. 오 교사를 포함해 신입 혹은 기간제 교사 8명 정도가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모였다. 이 부장교사는 다 모인 멘티 교사들을 보고 흡족하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고 우리 멘토-멘티 조에서 프라이팬을 사야합니다. 전OO  영남공고 전 동창회장 아시죠? 공영홈쇼핑에서 실적이 있어야 큰 홈쇼핑으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무조건 홈쇼핑 판매하는 시간에 전화를 해서 팔아줘야 합니다.”

오 교사는 당혹스러웠다.

“갑자기 프라이팬 이야기를 꺼내니까 황당하죠. 그 당시에는 집에서 요리도 잘 안 했습니다. 6만 원이나 하는 프라이팬을 갑자기 사라니 당연히 부담스럽죠.”

이 부장교사는 멘티 교사들의 당혹감을 아는지 모르는 지 한 발 더 나갔다.

“제가 프라이팬 사는 방법을 아예 문자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2018년 10월 16일, 그는 멘티 교사들을 상대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보냈다.

화덕애 프라이팬 구입 안내 보냅니다. 10월 18일 목요일 오후 3시 50분. 080-519-77XX(버튼식). 080-810-77XX(상담원). 가격 59,800원(2만원 상당의 프라이팬 추후 증정됨) -개별신청과 시간준수 요망 – 2018년 10월 16일 오전 8시 28분.

“선생님 점심식사 맛있게 드셨나요. 화덕애 사전예약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080-810-77XX 오늘, 내일 중에 본인확인, 주소지, 카드번호 알려주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 증정 프라이팬은 나중에 오는 대로 연락할게요. 좋은 오후되시길. ^^” – 2018년 10월 16일 오후 1시 20분.

이 부장교사의 프라이팬 홍보는 교무실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제가 A프라이팬에 통삼겹살 구이 요리를 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도 A프라이팬 3개나 사서 처갓집과 친가에 주고, 하나는 제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교사가 “직화 프라이팬인데, 환기는 되는 거냐. 연기가 아이들한테는 안 좋다”고 묻자, 말문이 막힌 이 교사는 똑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

“요리가 맛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통삼겹살 구이가 맛있었습니다.”

여러 부장교사가 지목한 홈쇼핑에서 A프라이팬을 판매하는 날은 교직원연수 날과 겹쳤다. 교직원연수는 한 달에 한 번 전체 교사를 상대로 전달 사항을 안내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영남공고에서는 연수보다 프라이팬 판매가 중요했다. 회의실에 120명 가까운 교사가 모였지만, 연수는 약 20분 만에 끝났다. 아래는 당일 A프라이팬을 구매했다고 밝힌 퇴직 교사 박수빈(가명)의 말이다.

“A프라이팬 때문에 그날 교직원 연수가 엄청 빨리 끝난 걸로 기억합니다. 홈쇼핑에서 A프라이팬 구매하고도 시간이 남았어요.”

그날 이후에도 이 부장교사의 프라이팬 강매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부장교사들의 수법은 비슷했다. 이 부장교사는 멘티 교사들을 상대로 프라이팬 구매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아예 프라이팬 구매 명단까지 작성했다. 결국 이 부장교사의 강압에 못 이긴 오 교사는 억지로 프라이팬을 살 수밖에 없었다.

“A프라이팬을 안 살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화가 많이 났습니다. 사실상 교사들 상대로 재고 처리하는 거잖아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가 살아야 하나 싶었죠.”

이 부장교사는 최근 <셜록>과의 인터뷰에서 “멘티 교사 5명을 대상으로 프라이팬 구매 안내 문자를 보낸 건 맞다”면서 “모두 프라이팬 구매를 희망해 문자를 보냈지, 강매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 교사도 이 부장교사와 생각이 같을까?

“프라이팬 구매를 희망하긴요. 상사가 보이지 않는 위력으로 프라이팬을 사라고 하니, 단념하고 샀을 뿐입니다. 부장교사들은 멘티 교사들의 프라이팬 구매 여부에 따라 자기들 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희들을 엄청나게 쪼았습니다.”

부장교사들은 왜 A프라이팬을 강매에 열중했을까. 의문의 핵심에는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 있다.

프라이팬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전OO 회장과 허선윤 이사장은 절친한 사이다. 전  회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영남공고 15대 총동창회장이었다.

전 회장이 영남공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허선윤이 학교를 장악한 시점과 맞물린다. 2011년부터 전 회장을 학교에서 봤다는 안미진(가명) 교사는 기억을 더듬었다.

“전 회장은 10년 전부터 체육대회, 입학식,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도 자주 참여했습니다. 1박2일 학교 행사에도 참석해 독방까지 쓰고 갔습니다. 허선윤 이사장과는 함께 노래방도 자주 갈 정도로 아주 친밀합니다.”

전 회장과 가까워진 허선윤 이사장은 교사를 동원해 본격적으로 프라이팬을 강매를 시작했다. 2016년, 개당 3만 원인 양면토스트기가 강매의 시발점이었다. 안 교사도 양면토스트기를 구매했다.

“윗선에서 양면 토스트기를 사라니까 샀습니다. 쓰지도 않고 집에 처박어 뒀습니다.”

허선윤 이사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학교에서 이름 공모전도 진행했다. 교사들은 2016년 12월에는 쓰레기통, 2017년 3월에는 프라이팬 이름 공모전을 참가해야 했다. 허선윤 이사장의 지시로 부장교사들이 나서 교사들에게 직접 안내했다.

<후라이팬 명칭 공모전>

생선을 구워도 냄새가 나지 않는 후라이팬의 명칭을 공모합니다. 1등으로 선정되시면 상금 100만 원입니다. 많은 선생님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아래의 형식(변경금지)에 맞게 명칭과 의미를 적어서 대외협력사업부장에게 23일 13시까지 제출 바랍니다.

제품 이름 공모전에 참여해도 수상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2017년 프라이팬 이름 공모전 1등은 장상교 교감 딸 장OO 교사가 차지했다. 상금 100만 원을 차지한 작명은 ‘애니팬’이었다.

허선윤 이사장의 2019년 프라이팬 강매는 한층 대담해졌다. 그는 홈쇼핑 프라이팬 주문 수량 조작에 교사들을 동원했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프라이팬을 생산하는 전OO 회장이 영남공고 관계자에게 1000만 원을 보냈다. 임OO 행정실장은 교사 14명(행정실 직원 포함 총 16명 추정)에게 60만원씩 배분해 프라이팬 구매대행을 지시했다. 2019년 2월경 일이다.

2016년 프라이팬 이름 공모전 당시 장상교 교감 딸 장OO 교사가 1등을 차지했다.

그날 모 간부는 따로 불러 모은 교사들을 향해 구체적으로 말했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학교로 오면 돈을 드리겠습니다. 홈쇼핑 방송되는 날, 전 회장이 판매하는 A프라이팬 10개를 사주십쇼. 한 사람당 3개 이상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자 등을 총 동원해주세요. 프라이팬 총 10개를 사서 1개는 선생님이 갖고, 나머지 9개는 보관할 장소를 추후에 알려주겠습니다.”

얼마 뒤, 교사들은 한 명씩 학교 회의실로 불려갔다. 임 행정실장은 교사들한테 현금 5만 원 권으로 총 6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넸다. 이 자리에는 장상교 교감도 있었다.

‘홈쇼핑 판매량 조작’에 동원된 김명희(가명) 교사는 지시에 따라 프라이팬 10개를 구매했다. 1개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 9개는 학교에 반납했다. 지난 5월까지, 프라이팬 수십 개가 학교 창고에 쌓여 있었다.

“구매대행 지시를 받았을 때 기분이 안 좋았는데요. 영남공고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영남공고 창고에 가득 쌓여 있던 문제의 프라이팬.

허선윤 이사장은 홈쇼핑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교사들을 동원해 대구시내 대형마트에서 프라이팬을 사재기 하는 방법으로 판매량을 조작했다. 아래는 허재형(가명) 교사의 증언이다.

“저는 대구시내 전체 이마트를 담당했습니다. A프라이팬을 싹쓸이 해 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야 마트 측에서 ‘이 제품 인기가 좋구나’ 하면서 좋은 곳에 프라이팬을 내놓는다구요.”

프라이팬 강매와 판매량 조작 관련 허선윤 이사장은 모든 반론을 거부했다. 임OO 행정실장과 장상교 교감은 “<셜록>과는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프라이팬 강매 사건을 대구 수성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대구교육청은 홈쇼핑 광고 중 주문 수량을 늘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영남공고 교사들한테 구매대행을 지시하는 편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승인 취소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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