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잘 주무셨어요?”

지난 15일 오전 7시.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온 유현주(48) 씨에게 물었다.

잘 못 잤어요.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새벽 3시쯤 잤어요.”

왼손에 든 노란 쇼핑백. 안에는 슬리퍼, 텀블러, 노트, 편의점 커피가 들어 있었다.

우촌초등학교(서울 성북구 돈암동) 공익제보자 유현주 씨가 4년 8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출근하는 날. 우촌초 공익제보자 6명 중 네 번째 복직이다.

우촌초 공익제보자 유현주 씨의 복직 후 출근길. 4년 8개월에 학교로 돌아간다. ⓒ셜록

아파트단지 경사로를 걸어 내려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복직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에 과호흡 증상이 생겨서 약도 처방받았어요.”

유 씨는 학교에 남아 있는 일부 교직원들을 마주할 생각에 숨이 자꾸 가빠졌다고 말했다.

유현주 씨는 2001년부터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 행정실에서 근무했다.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유현주 씨는 2019년 5월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당시 최은석 교장, 이양기 교감, 교직원 박선유 씨 등 6명의 공익제보자들도 함께였다.

“(이규태 전 이사장이) ‘언젠가 네가 나한테 와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날이 있을 거다.’ 딱 이렇게 말하고 가더라고요.” (유현주, 2023. 12. 7. 인터뷰)

이규태 일광학원 전 이사장은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법원에서 만난 기자에게 경고하는 모습. ⓒ셜록

제보 이후, 학교 측과 이규태 전 이사장은 공익제보자들에게 무더기 고소・고발과 소송을 퍼부었다. 유현주 씨의 경우는 10건이 넘었다. 대부분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하지만 공익제보자들은 징계와 해고를 당하고 만다. 유현주 씨도 직위해제와 부당 인사발령, 1차 해고와 복직, 2차 해고와 해고취소, 또 3차 해고로 이어지는 과정을 무려 2년 4개월간 겪었다. 마지막 세 번째 해고는 2021년 10월의 일.

유현주 씨는 지난해 6월 해고무효 확인 소송 1심에서 이겼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26년 6월 15일. 4년 8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최초 해고로부터는 무려 6년 9개월 만이다.

“원래 있던 행정실로 가는 게 아니고, 과학실무사로 복직하는 거예요.”

“행정실 과학실무사 근무를 명함.”

유현주 씨가 받은 발령장에 적힌 한 줄. 과학실무사라는 새로운 보직 앞에 ‘행정실’ 세 글자만 붙였다. 원래 있던 행정실로 복직시키는 것처럼 보이려는 말장난 같았다.

“저거 타면 돼요.”

1111번 초록색 버스가 도착했다. 빈자리에 앉은 유현주 씨 얼굴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았다. 반면, 유현주 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복직이라는 기쁜 소식과 달리 유현주 씨 표정은 밝지 않았다 ⓒ셜록

“박선유 선생이 먼저 복직해봤잖아요. 또 꼬투리를 잡고 괴롭힐 거고, 박 선생도 그래서 재징계까지 받았으니까….”

박선유 씨는 앞서 지난해 3월 학교로 돌아갔다. 과거 행정실 직원이던 박선유 씨도 과학실무사로 복직했다.(관련기사 : <[해결] 우촌초 공익제보자 박선유의 두 번째 ‘첫 출근’>)

기쁨도 잠시, 복직 한 달 만에 정직 3개월 재징계가 내려졌다. 재징계를 결정한 건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소송 승소로 구 재단 이사회를 내쫓고 구성된 임시이사회. 우촌초 정상화 의무가 있음에도, 공익제보자들의 복직을 미뤄왔다. 심지어 겨우 복직한 박선유 씨에게 재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정류장은 삼선동주민센터입니다.”

버스에서 내리고 5분쯤 지났을까. 박선유 씨가 손을 흔들며 정류장으로 걸어왔다. 그제야 유현주 씨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다시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우촌초 근처에서 내렸다.

지난해 3월 박선유(왼쪽) 씨는 유현주 씨보다 먼저 복직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두 사람. ⓒ셜록

“어젯밤 저도 잠을 못 잤어요. 한 세 시간 (잤나)? 새벽 5시부터 계속 눈을 뜬 거예요.”

먼저 복직한 박선유 씨는, 자신처럼 또 다시 학교 측이 유현주 씨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겠다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 이날 박선유 씨도 교무실무사로 새로 발령을 받았다.

학교로 가는 길목을 걸어 올라가며 ‘복직 선배’ 박선유 씨가 유현주 씨에게 말했다.

“너는 우리랑 밥도 먹고 돌아다니고 다 해야 돼. 안 그럼 니가 죄인 되는 거야.

공익제보자는 ‘학교를 망신시킨 죄인’이 아니다. 다른 교직원들이 두 사람에게 어떤 시선을 보내더라도, 오히려 더 당당하게 다가가고 씩씩하게 버텨야 한다는 조언이자 응원이었다.

두 사람은 우촌초 교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유현주 씨는 교문 앞에서 만난 학교보안관에게 편의점 커피를 건네며 인사했다.

기쁨과 긴장, 설렘과 불안. 그들의 등 뒤에 복잡한 감정들이 남았다. 그토록 기다려온 복직이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아직 최은석 전 교장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 중 최은석(맨 오른쪽) 전 교장은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셜록

지난해 6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최은석 전 교장의 ‘재임용’ 심사 재개를 결정했다. 공익제보 이후 학교 측이 교장 임기를 임의로 단축해 내쫓은 불이익을 바로잡으라는 의미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이를 외면하다가, 지난 3월 ‘재임용’이 아닌 ‘경력경쟁 채용’ 공고를 냈다. 결국 최은석 전 교장은 학교의 채용방식이 잘못됐다며 지원하지 않았다.

오후 5시, 우촌초 교문 앞에서 다시 유현주, 박선유 씨를 만났다. 유현주 씨의 손목에는 아침에 못 본 보호대가 채워져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만났을 때도 차고 있던 손목보호대였다.

“손목은 좀 괜찮으세요?”
“이제 (손목을) 많이 안 쓸 테니까 낫겠죠.”

유현주 씨는 복직 일주일 전까지 생계를 위해 식당 두 곳에서 ‘주 7일’ 일했다. 평일에는 종일 “찜질방 같은” 열기를 내뿜는 주방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또 고깃집으로 출근했다.

복직 전, 유현주 씨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식당에서 일했다 ⓒ셜록

이날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에서 유현주 씨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교육청에서 복직했냐고 전화를 했어요. 원래 있던 행정실이 아니라 과학실무사로 복직했다고 말하니까, 계속 ‘복직하신 거 맞죠?’라는 말만 하는 거예요.”

교육청이 ‘복직 여부’를 집요하게 확인한 이유는, 오는 22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열리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우촌초 임시이사회는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며, ‘정이사 선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사분위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학교 정상화’가 이뤄졌으니 임시이사회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의미.

하지만 사분위는 아직 우촌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임시이사회는 ‘공익제보자 복직은 학교 정상화와 관계없는 일’이라 했지만, 사분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소라 시의원 :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에서 다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안건 첫 번째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근식 서울교육감 : “공익제보자 권리 회복을 먼저 해야겠죠.”

이소라 : “권리 회복이라면 복직을 말씀하시는 거죠?”

정근식 : “그렇죠.” (2025. 2. 20.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중)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의 권리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셜록

임시이사회가 이달 사분위를 개최를 앞두고 다시 한번 정이사 체제 전환을 주장하기 위해 부랴부랴 유현주 씨를 복직시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남는다.

“사분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이후에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징계를 주면 받아야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퇴근길 버스 안, 유현주 씨는 아침보다 더 지쳐 보였다. 4년 8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갔지만, 자신에게 눈인사조차 하지 않는 직원들이 있었다.

실제로 일부 교직원들은 유현주 씨의 복직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지난해 10월 구 재단 이사회가 유현주 씨와 최은석 전 교장을 고소한 사건 재판에 유현주 씨만 콕 집어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 <공익제보자 ‘엄벌’ 호소… 우촌초 학부모들은 왜?>)

그럼에도 유현주 씨는 굴하지 않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제가 20년 동안 근무했던 학교예요. 공익제보 한 이유도, 돌아가려고 싸우는 이유도, 제가 교직원으로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예요. (유현주, 2025. 10. 15. 인터뷰)”

유현주 씨 집 앞에 도착했다. 헤어지기 직전, 박선유 씨는 유현주 씨에게 말했다.

내일부터 또 고생해. 근데 내일 되면 좀 나을 거야. 오늘보다.

공익제보자의 복직을 반기지 않는 이들이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 하지만 유현주, 박선유 씨는 내일도 모레도 학교로 향할 것이다. ⓒ셜록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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