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당했거나 예정된 사람은 총 6명으로, 모두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 (이하 직원연대) 소속이거나 <케어> 노조 조합원이다. 박 대표가 자기에게 반기를 든 직원을 쳐내는 모양새다.

박소연 대표가 직원들에게 ‘비밀유지서약서’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권고사직을 당한 일부 직원은 “박 대표에게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밝혔다.

<케어>는 지난 1월 30일, 공식 SNS에 ‘이사회 회의 결과’를 올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재 1,400명 정도의 회원이 이탈하였고 월 2,50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감소하여 인원감축을 불가피합니다. (중략) 비상사태인 현 시국에 업무가 없는 교육팀, 홍보팀, 케어티비의 인원은 인원보강이 필요한 회원관리팀, 입양팀, 동물관리팀에 편입하거나 법률검토 후 권고사직, 권고휴직, 대기발령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복수의 <케어> 관계자에 따르면, 권고사직을 받고 퇴사를 결정한 직원은 총 6명이다. 6명 모두 직원연대 소속이거나 <케어> 노조 조합원이다. 이 중 직원 4명은 2월 말까지 업무를 마친 이후 퇴사 절차를 밟는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 1월 12일 기자회견 모습 ⓒ직원연대

대외적으로는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라 밝혔지만, 여러 <케어> 구성원은 “박소연 대표한테 반기를 든 직원들 위주로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박소연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강성노조(<케어>노조 지칭) 직원들이 많이 나갔다(퇴사 의미)”고 지인에게 말했다.

이번 비밀 안락사 사태 이후 박소연 대표는 직원들에게 ‘비밀유지서약서’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셜록>이 입수한 <케어>의 ‘비밀유지서약서’ 내용은 이렇다.

<케어> 측이 직원들에 요구한 ‘비밀유지서약서’
<케어> 측이 직원들에 요구한 ‘비밀유지서약서’

“케어로부터 영업비밀 및 영업자산의 중요성과 영업비밀 등의 보호와 관련한 법령 및 케어의 취업 규칙, 영업비밀 관리 규정 기타 시규, 방침, 정책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하였기에, 다음 사항을 준수할 것을 서약합니다.”

<케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은 총 4가지다.

①영업비밀 관리규정 기타 케어의 내부 규정에 기재된 영업비밀 보호대상

②영업비밀임이 표시된 자료, 보호소 관련 자료, 수용 동물의 예방접종, 건강 상태, 인력정보 등에 관한 정보 등

③통제구역, 사건장치, 패스워드 등으로 접근이 제한된 컴퓨터시스템, 보관함, 통제구역에 보관된 기록매체, 문서, 물건, 정보 등

④그 밖에 케어가 영업비밀로 지정하고 표시하였거나, 케어가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비밀정보

‘영업비밀’ 2항에는 동물보호단체로서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하는 수용 동물과 보호소 관련 정보가 포함됐다. 그밖에도 <케어>가 자체적으로 지정한 정보면 모두 영업비밀로 관리될 수 있다. 이를 누설하는 직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있다.

사실상 ‘비밀유지서약서’는 직원들 입막음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케어>측이 내민 ‘비밀유지서약서’에 대해 현직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래는 직원 A씨의 말이다.

“박소연 대표가 ‘비밀유지서약서’를 직원들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하거나,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을 거론하며 직원들이 입을 열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어 A씨는 “직원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중에 박 대표가 한 직원에게 ‘보호소 개체 수’ 문서를 인쇄해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직원이 ‘대표님이 직접 인쇄했으면 한다’고 했더니, 박 대표는 명령불복을 이유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그 직원은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일개 직원들은 박소연 대표를 상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다른 현직 직원 B씨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박 대표가 그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로 업무를 지시하는 분위기였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첨언했다.

직원 B씨는 자신도 박 대표한테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1월 말에 퇴사하라는 권고사직을 1월이 끝나기 3일 전에 요구받았습니다. 또한 박 대표는 ‘비밀유지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징계를 내리겠다고 겁을 줬습니다. 부당함을 느껴 권고사직을 거부했고, 현재는 동물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케어>에서 이뤄진 구조조정 방식은 강압적이다”면서 “권고사직을 권유받을 당시 인격모독까지 느꼈다”고 증언했다.

박 대표는 직원 월급이나, 보호소 관리 등에 돈이 얼마가 부족해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일이 없으니 나가라’는 식이었습니다. 또한 박 대표는 제게 인격을 모독하는 방식으로 권고사직을 권했습니다.”

 “본인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굉장히 자신만만하지? 전혀 그렇지 않아.”

“B씨 왜 이렇게 못 났어, 도대체.”

“B씨는 굉장히 오만하고, 자기 자신이 뭔지 하나도 몰라.”

“이거 내가 선배로서 이야기 하는 거야. B씨는 더 배워야 해 더 깨져야 해.”

“B씨는 이런 정신 상태로는 어디 가서 일 못 해.”

“조직 안에서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 마인드가 안 갖춰져 있어”

– B씨가 밝힌 박소연 대표의 인격모독 발언.

B씨는 “박소연 대표가 심리적으로 직원들을 압박해 자발적으로 퇴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 이후 박소연 대표는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계속해서 지시했습니다. 자신이 시키는 일을 직원들이 따르는지 확인하기 위한 걸로 보입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도록, 혹은 들을 때까지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결국 심리전에서 패배한 직원들이 <케어>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케어> 직원들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경위서’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번 사태가 터지고 직원들이 <케어> 공식 이메일과 연락처로 정회원들한테 입장문을 돌렸습니다. 박소연 대표는 자신의 허락 없이 <케어> 공식 이메일과 연락처를 사적으로 쓰고 협회 경비를 유용했다며, 직원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케어> 직원들이 지난 1월 12일 정회원에게 돌린 입장문은 이렇다.

1월 12일, <케어> 비밀 안락사 사태가 밝혀진 직후, 직원 측은 정회원들에게 입장문을 보냈다.

‘2019년 총회에서 박소연 대표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정회원분들의 의결권이 필요합니다. 충격과 실망감이 크겠지만 그때까지 남아있어 주십시오. 정회원의 권리를 행사해 주십시오.’

– <케어> 직원 측에서 발송한 1월 12일자 문자메시지 일부

직원들이 사적 용도로 <케어> 공식 이메일과 연락처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또한 정회원 6,000여명에게 문자를 발송하는데 든 비용 약 30만원은 직원연대 소속 직원의 사비로 지출됐다.

반면, 동물보호소 건립을 위해 모금한 3300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전용한 바 있는 박소연 대표는 “(직원연대가) 협회 경비를 (대표) 허락없이 유용하였다”고 반박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2월 12일 메시지는 이렇다.

2월 12일, 박소연 대표는 “(직원연대가) 협회 경비를 허락없이 유용하였다”며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번 총회 관련 메일은 직원들의 월권이며 독단적으로 대표 허락없이 임의 판단 하에 발송한 것으로 협회 경비를 허락없이 유용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했던 전, 현 직원연대 분들은 경위서를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직개편 이후 새롭게 선임된 유민희 사무국장도 박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오늘 오후 1시까지 전·현직 직원분들은 경위서 제출 바랍니다. 시한까지 제출 안 하시면 제출하지 않은 걸로 처리하겠습니다.”

비영리단체 <케어> 정관 제17조에 따르면, 대표 궐위 시 사무국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 최근 선임된 두 사무국장은 모두 박 대표 측근으로 통한다.

또 다른 사무국장 김경은 씨는 <케어> 전담 법률대리인을 겸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경은 변호사는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법리적으로 검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사무국장으로서는 동물보호소 총괄 업무를 맡았다.

공익신고자 임 모씨는 “나도 <케어> 전담 법률대리인이자 새롭게 선인됨 사무국장 김경은 씨를 통해 동물관리국장 직무가 배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직 직원들의 증언에 대해 박소연 대표와 사무국장 2명의 견해를 듣고자 취재진이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을 수 없었다.

18일 오후 4시께 <케어> 사무실을 찾았을 때 유민희 사무국장은 “언론과 인터뷰 하지 않겠다”며 사무실 문을 잠궜다. 유 사무국장은 이 말을 남기고 퇴근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겠습니다.”

직원 A씨는 “직원들이 구조조정 당하는 상황에서 단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케어>의 정상화를 이뤄내기 어렵다”면서 “<케어>를 위해서 회원들이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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