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비밀 안락사 사태 이후 약 1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23일 개인 페이스북과 <케어>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려 “대표직을 내려놓고 <케어> 활동가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자 임OO 동물관리국장이 <케어>의 비밀 안락사 문제를 세상에 알린 지 약 1년만이다.

일각에선 박 대표의 이번 사퇴를 두고, 동물 수백 마리를 비밀 안락사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박소연의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개인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안락사 사건이 터진 후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한 건 <케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다”면서 “언론을 통해 온갖 악의적으로 생산· 편집· 왜곡된 자료들과 루머들이 그대로 <케어>를 옭죄어 힘들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월급을 받지 않고 11개월 이상을 책임감 하나로 버텼다”면서 “이제 단체에 굳건히 남아 성심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격려하고 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하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작년 12월 불구속 기소된 박소연 대표는 3월에 열릴 재판도 언급했다.

그는 “나의 재판을 ‘동물을 위한 법은 대한민국에 없다’는 캠페인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이번 재판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경험을 활동가들에게 알려줘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고 (나는)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조력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대표에선 물러났지만 <케어> 활동가로 남겠다고 밝혔다.

일부 <케어> 전 직원과 후원자들은 박 대표의 사임에 대해 “진정성과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케어> 총회가 열린 지난 2019년 3월 31일 종로구 <케어> 사무실 앞 모습. 당시 일부 회원들은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셜록

작년에 퇴사한 <케어> 전 직원 A 씨는 24일 기자에게 “박소연 대표는 과거에도 문제가 생겼을 때 사임을 했다가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질 때쯤 대표로 복귀했다“면서 “(박 대표가) 활동가로 남아 뒤에서 은밀하게 (<케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대표가 재판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동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비밀 안락사 사태에 책임이 있는 <케어> 이사들도 전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어>에 정기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후원자 B씨는 “1년 동안 반성하지 않은 박 대표의 모습을 고려하면 (박 대표의 사임이) 진정성 있는 행동인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B씨는 박 대표 사임을 계기로 “<케어>가 동물보호소를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에게 전면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소연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작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케어> 동물보호소를 단체 명의가 아닌 박 대표 개인 명의로 구매해 부동산실명법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케어>의 후원금 중 3300만원을 개인 소송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고 기부금 일부를 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소연 대표의 첫 공판은 3월 2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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