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전 대표 박소연은 언제나 퍼포먼스에 능했다. 위기 동물을 구조할 땐 용감했고, 그 동물을 몰래 죽일 땐 감쪽 같았다.

자신의 비밀 안락사를 폭로한 <셜록>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을 땐, 열렬히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중재위원이 제지를 해도, 끝내 그들이 모두 퇴장을 해도 박소연 전 대표는 혼자 말하기도 했다.

피고인 박소연은 지금 변호인 없이 혼자 재판을 받고 있다. 판사의 한숨, 증인의 문제제기, 검찰의 요청에도 박 전 대표는 꿋꿋하다. 지금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말이다.

피고인 박소연 <케어> 전 대표는 공소 사실과 관련없는 질문 수십 개를 직접 증인에게 물었고, 검사는 “피고인의 신문을 제지해 달라”며 재판부에 수차례 요구했다.

재판부의 중재도 박 씨를 막지 못했다. 피고인 박 씨는 약 1시간 신문을 이어나갔다.

동물보호법, 농지법,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소연 전 대표 관련 두 번째 공판이 지난 6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당일 공판에는 박희태 동물보호 활동가와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소연 <케어> 전 대표는 기자의 휴대전화를 손으로 잡고선 “사진을 찍지마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 셜록

재판은 시작부터 삐걱 거렸다. 증인 신문 전, 상피고인 임OO <케어> 전 동물관리국장의 법률대리인 권유림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고인 박 씨에 대한 제지를 요청했다. 피고인 박 씨가 수사단계에서 열람 및 등사한 증거자료를 SNS 유출해 상피고인의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장 판사는 박 씨에게 “개인 카카오톡을 꼭 그렇게 (유출)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다. 피고인 박 씨는 말했다.

“왜냐하면 왜곡된 제 명예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출된 카카오톡은) 고소당할 내용이 아닙니다.”

권 변호사가 “관련 내용의 고소장은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반박하자, 박 씨는 재판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증인 신문 때도 법정 분위기는 산만했다. 변호인를 선임하지 않은 박 씨는 증인 두 명에게 각각 수십 개의 질문을 직접 했다. <케어>에서 이뤄진 안락사는 정당한 행위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신문이었다.

박 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증인의 과거 치부를 들추는 질문도 했다.

“증인은 과거 횡령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에도 보험 사기 등 전과가 있죠?”

“증인이 운영하는 동물단체는 안락사를 합니까?”

“증인은 과거 본인 어머니 이름으로 후원금을 모금한 적 있죠?”

검사는 “공소 사실과 관련없는 의견을 묻고 있다”고 피고인 박 씨에게 수차례 항의했다. 결국 재판부가 나섰다. 장 판사는 피고인에게 말했다.

“피고인, 의견이 아닌 사실 관계를 물어보세요.”

박 씨는 개의치않았다.

“증인이 사실이 아닌 의견으로 저를 고발해 (이런 증인 신문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박소연 <케어> 전 대표는 25일 오후 재판이 끝나고 지지자들과 함께 법원을 나섰다. ⓒ 셜록

두 번째 증인은 유영재 대표. 피고인 박 씨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을 이어갔고, 검사는 “공소 사실과 무관한 질문을 그만하라”고 다시 항의했다.

장 판사는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고인, 뭐가 중요하냐고요! 증인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예요? 증인이 (피고인 보다) 안락사를 더 많이 했다는 거예요?”

장 판사는 지친 듯 검사에게 요청했다.

“저는 더 이상 모르겠고 검사님이 증인의 답변 (거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이후 박 씨의 질문마다 검사는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증인에게 조언했다. 증인의 답변 거부는 약 네 차례 이어졌다.

재판부는 세 번째 공판 기일을 잡으며 재판을 마쳤다. 다음 공판은 8월 20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검찰 측 증인으로 <케어> 전 회계담당 직원과 공익신고자 임 씨가 출석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지지자 약 10여 명과 함께 퇴정했다. 기자가 법정을 나서는 박 전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이렇게 따져 물었다.

“저는 <셜록>과는 인터뷰하지 않습니다. 기자님, 양심에 부끄러운 짓 하지 마세요. 편향적이게 기사 쓰지 않으셨나요? (재판으로) 진실이 밝혀지면 기사 제대로 써주세요.”

박 전 대표는 기자의 휴대전화를 손으로 잡고 “사진 찍지마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기자님, 셜록 말고 다른 매체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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